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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하나, 딸 하나, 두 아이의 엄마다. 요즘 '선녀와 나무꾼'의 선녀 이야기가 떠오른다. 세 아이를 낳으면 몰래 감춰놓은 선녀복을 내놓아도 선녀가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다는... 하늘로 올라가기엔 기본이 좀 튼실하긴 하지만, 이런 저런 생각이 나는 것은 마흔에 갖게 된 늦둥이 때문이다.

어찌됐건 용기는 필요했다

어찌됐건 용기는 필요했다. 둘째 아이와 8살 터울이 생기는 아이를 갖는다는 건 말이다. 임신 초기 일본의 방사능 소식에 가슴 졸이며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고자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도 했다. 이때는 사무실에 임신 소식을 알리지 않았을 때다. '감기가 걸렸는가 보다, 방사능 소식에 유난을 떠네'하는 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한귀로 듣고 흘려버렸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늦은 나이에 아이를 하나 더 갖게 되니, 물어보는 말들이 다 거기서 거기다. "계획한 거야? 실수한 거야?" 그 말에 "뭐, 그렇게 됐지 뭐"하면서 웃으면 상황종료다. 다른 반응도 있다. "부의 상징이야." "남편 바람 막을라고 그랬구만." "부럽다." 반응 또한 제각각이다.

엄마, 내가 동생 태어나면 분유 타줄 거야

나이가 들어 혹시나 하는 불안함에 힘들어 했다. 초기에는 유산 기운이 있어 한 달 반 동안을 일주일마다 주사를 맞으며 약을 먹으며 버텼다. 병원에서는 당분간 사무실을 쉬는 게 좋다고 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조심스레 생활하며 아이들에게도 4개월 때 쯤 말했더니 "엄마, 정말이에요?"하며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묻는다. 둘째가 6살 때쯤, 또래 친구들에게 있는 동생이 저한테는 없다며 울면서 날 때리며 낳아달라고 했었는데, 설마 했던 모양이다.

아이들의 관심은 단연 씩씩한 남동생이거나, 예쁜 여동생이거나 였다. 처음에는 아들이 실망할까봐 여동생임을 알리지 못했다. 딸은 여자애라 그런지 "엄마, 내가 동생 태어나면 분유 타줄 거야"라며 좋아했다.

기저귀도 갈고 그래야 된다고 했더니 그건 어렵다는 듯 배시시 웃기만 한다. 엄마 힘들다며 세탁기 빨래도 척척이다. 이런 모습이 흐뭇하기만 하다. 이러다가 막상 아이를 낳으면 질투를 심하게 할라나.

임신 9개월, 흡연을 멈출 수가 없다

임신 전에는 간접흡연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 안 좋은 영향을 끼치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피지 마세요'라는 말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임신을 하면 당연히 주위 사람이 옆에서 담배를 피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다. 옆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피워댄다. 본인 부인과 딸 앞이었다면 과연 그랬을까? 어쩔 수 없이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피하는 수 밖에. 그러다보니 임신 9개월 아직까지도 흡연을 멈출 수가 없다.

임신 기간을 의미하는 숫자 '10'이 중복되는 매년 10월 10일은 임산부의 날이다.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 빼빼로 데이 이런 날들만을 기억하지 말고, 임산부의 날을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날만이라도 주위에 있는 임산부를 배려하는 의미로 흡연을 삼갔으면 한다. 이 사회를 이끌어갈 차세대 주역들이 뱃속에서 무럭무럭 잘 자라도록 말이다.


태그:#임산부의 날, #셋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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