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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절초 가을꽃 구절초, 홍천강 절벽에 뿌리를 내리고 피었다. 한창 때를 지나고 이젠 또다시 내년을 기약할 때지만, 그들의 향기는 더욱 진하다. 시들어가는 꽃답지 않는 열정이 있기에 또 그 자리에서 피어나는 것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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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부추 보랏빛이 강렬한 산부추, 맑은 가을 햇살에 더욱더 진하게 피어났다. 쌀쌀한 가을 밤과 한낮의 강렬한 가을 햇살 모두 맨 몸으로 맞이하기가 쉬운 일은 아닐 터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인해 그들은 피어나고, 열매를 맺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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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느리배꼽 며느리배꼽도 어느새 단풍이 들었다. 작은 풀꽃들도 하나 둘 단풍이 들어가는 계절엔 나는 무슨 열매를 맺고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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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랭이꽃 여름꽃이지만 가을 들판에서도 간간히 눈에 띄는 패랭이꽃, 그들은 여름 들판에 피어난 꽃들보다 훨씬 진한 색으로 피어난다. 그 이름으로 인해 서민들의 꽃으로 다가온다. 석죽과의 꽃으로 올곧다. 그러고보니 서민들처럼 올곧은 이들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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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새 가을햇살에 은빛물결 출렁이고, 가을바람에 저들끼리 몸을 비벼대며 가을소리 만들어내는 억새, 그들이 옷깃에 스치도록 걷는 날은 행복한 날일게다. 다를 저 만치 멀리서 가을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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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다.
도시에 갇혀 살다보니 우리의 눈은 가로수를 통해서 계절을 본다.
간혹 주택가 정원에 심겨진 감나무에 열린 감이 익어가는 것을 보며 '가을인가!'싶어 두리번 거려도 도시에서는 가을의 흔적을 볼 수가 없다.

더군다나 올해는 기상이변이 잦았던 탓인지, 도시의 가로수는 아직도 여름의 빛깔을 간직하고 있다.

도심을 벗어나자 여기저기 가을 흔적이 완연하다.
나무들의 변화는 미미하지만 유독 싸리나무의 단풍은 완연하다.
꽃이 피었을 때와 단풍이 들때, 싸리나무는 그들의 존재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홍천강가에 섯다.
작은 풀꽃들은 이미 제 철을 보내고 내년을 기약하며 떠나가고 있었다.
작은 것들이 먼저 계절의 변화를 아는 것, '역사도 역시 그러하지 않은가' 생각을 하니 진정한 혁명이 왜 민중으로부터의 혁명이어야하는지 알 것 같다.

한 때를 풍미하다가 향기만 남기고 지는 구절초,
아직도 선명한 보랏빛을 간직하고는 가을바람에 춤을 추는 산부추,
이전보다 더 성성거리는 가시로 발길을 붙잡는 며느리배꼽,
제 철 아니건만 더욱 더 진하게 피어난 패랭이꽃,
서걱거리는 억새풀....더 진하고, 향기가 더욱 깊다. 그 어느 계절에 피어난 꽃보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