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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을 맞아 엄청난 조사들이 서해안에 몰렸다.
 휴일을 맞아 엄청난 조사들이 서해안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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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미끼 '에기'를 물고 나온 갑오징어
▲ 갑오징어 가짜 미끼 '에기'를 물고 나온 갑오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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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내륙에 살면서 바다에 간다는 건 일종의 '사태'다. 바닷가에서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거나, 백사장을 걷거나, 맛난 바닷고기를 먹는 것 정도가 우리네 보통 사람들에게 다가서는 바다 아닌가. 굳이 사태라고 언급하는 까닭은 낚싯대 하나 들고 직접 주꾸미랑 갑오징어를 낚아낸다는 것! 그것도 전문가 수준도 아닌 초보 조사로 바다에 의지하였으니 사태라고 할 만도 하다.

여명기 바다 한가운데 보트를 띄웠다.
▲ 서해 일출 여명기 바다 한가운데 보트를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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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일, 대전에서 충남 홍성군 천북면 장은리까지 지인 넷이서 새벽 길을 달렸다. 항구에는 벌떼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많은 조사들이 몰렸다. 어부가 선장인 커다란 배, 레저 스포츠 확대에 따른 수많은 보트가 제각각 대박의 꿈을 안고 출항한다.

9월부터 11월까지 서해안 일대에서 조사들을 흥분케 하는 주 어종은 주꾸미랑 갑오징어다. 새벽 5시 30분. 우리는 200마력짜리 엔진을 달고 파도를 가르는 보트에 몸을 실었다. 드디어 일정 지점에 도착하여 에기라고 하는 가짜 미끼를 바다 속에 드리운다.

철새가 무리를 이뤄 새벽 길을 날고 있다.
▲ 철새 군무 철새가 무리를 이뤄 새벽 길을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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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차례 고패질을 하고 기다렸다가 살짝 들어 올릴 때 본래 봉돌보다 무게감이 느껴지면 챔질을 한다. 그리고 열심히 릴을 감으면 주꾸미나 갑오징어가 심심찮게 올라온다. 이 때 주의사항은 먹물! 수면에 올라와 먹물을 뿜어대는 갑오징어를 요령에 따라 처리하지 않으면 여지없이 얼굴에 먹물을 뒤집어쓴다. 그것도 모자라 동행 출조한 분들에게까지 먹물이 튀어 피해를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대상 어종과 상관없이 복어가 올라오기도 한다.
▲ 복어 대상 어종과 상관없이 복어가 올라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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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물에 당하지 않으려면 요령이 필요하다. 먹물을 전혀 쏘지 않는 갑오징어는 잽싸게 어망에 담으면 안전하고, 먹물을 쏘는 갑오징어는 수면에서 충분히 먹물을 뿜어낼 때까지 기다렸다가 어느 정도 쐈다 싶으면 등 쪽이 보이도록 낚아 올려 어망에 담는다. 1회용 비옷을 입고 낚시질을 하는 분들은 대부분 초보자다. 요령을 익히면 먹물에 낭패를 보는 일이 거의 없다.

주꾸미와 갑오징어 낚시는 다른 어종 낚시에 비해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일반 낚시는 입질 신호가 있을 때 챔질을 하지만, 주꾸미와 갑오징어 낚시는 입질 신호가 전혀 없이 무게감으로 낚아야 하기에 초보자의 경우 어획량에 현격히 적을 수 있다. 주꾸미와 갑오징어는 새우 모양으로 생긴 '에기'라고 하는 미끼를 덥썩 물고 올라타는데, 그 순간 무게감이 느껴진다. 이 무게감이 손에 익지 않으면 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선장을 포함해 일행 다섯은 미리 준비한 촘촘하고 기다란 어망을 보트에 매단다. 그리고 연신 잡아올린다. 갑오징어는 주꾸미 열 마리와도 안 바꾼다. 이제 제법 씨알이 굵어져 등판이 손등 만하다. 주꾸미가 올라오면 즐거운 비탄이지만 갑오징어가 올라오면 즐거운 탄성이 터진다. "에이! 주꾸미네!"와 "오케이! 갑이다, 갑!" 이 차이다.

먹물 국물이 흥건한 주꾸미 갑오징어 라면
▲ 주꾸미랑 갑오징어 라면 먹물 국물이 흥건한 주꾸미 갑오징어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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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물에 데친 주꾸미와 갑오징어. 살살 녹는다.
▲ 주꾸미랑 갑오징어 끓는 물에 데친 주꾸미와 갑오징어. 살살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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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배, 작은 배 수십 척이 같은 꿈을 안고 떠 있다. '물 반 고기 반'이 아니라 '물 반 배 반'인 듯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 덧 점심 시간! 바다 낚시의 묘미는 배 안에서 먹는 싱싱한 횟감이라고 했다. 옹기종기 모여 조과를 비교하고, 주꾸미와 갑오징어를 끓는 물에 데친다. 선장은 갑오징어 회를 먹기 좋게 쳐준다.

여기에 소주 한 잔! 이 지극히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풍경 앞에서 그 누가 손을 빼랴! 건배!

귀항 길에 제트기 한 대가 축하 비행을 했다.
▲ 구름 귀항 길에 제트기 한 대가 축하 비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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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을 기약하며 바다여 안녕!
▲ 바다 다음을 기약하며 바다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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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찾은 보람이 있다. 새벽에 먼 길 달려온 만큼 낚아 얻은 기쁨이 비례한다. 주꾸미와 갑오징어가 어망을 제법 묵직하게 채웠다. 내 가족과 다른 가족이 충분히 먹어도 좋을 만큼의 양이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채비를 정비하고 항구로 귀환한다. 모두가 안전하게 바다 낚시를 마쳤다. 은총이다.


태그:#주꾸미 , #갑오징어, #바다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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