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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부터 2011년 <오마이뉴스> 지역투어 '시민기자 1박2일'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이번 투어에서는 기존 '찾아가는 편집국' '기사 합평회' 등에 더해 '시민-상근 공동 지역뉴스 파노라마' 기획도 펼쳐집니다. 맛집, 관광지 등은 물론이고 '핫 이슈'까지 시민기자와 상근기자가 지역의 희로애락을 낱낱이 보여드립니다. 10월, 첫 번째 지역투어 현장은 대전충남충북입니다. [편집자말]
[기사수정 : 7일 오전 11시 50분]

온천의 계절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사진은 도고온천의 한 야외풀 모습.
 온천의 계절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사진은 도고온천의 한 야외풀 모습.
ⓒ 아산시청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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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높아진다 싶더니 순식간 아침저녁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 든다. 이제 따뜻함이 그리워지는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이즈음 온천여행은 어떨까? 때마침 이번 주말(7~8일)에는 네 번째 <2011 오마이뉴스 지역투어 '시민기자 1박 2일'>이 충청권 시민기자와 블로거들이 참가한 가운데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에서 열린다.

때를 맞춘 것인지 지난주에는 가을 별미의 선두주자 태안 꽃게에 얽힌 음식열전이 독자들의 찾았다(관련기사 : <배에 '王'자 선명한 너, 언젠간 먹고 말거야>). 자! 태안에서 맛난 꽃게를 먹었다면 이번에는 차머리를 돌려 가야산고개 넘어 덕산온천이나 온양온천으로 달려 보는 것은 어떨까? 충남지역 또 하나의 여행테마 '온천'을 찾아 떠나보도록 하자.

임금님이 행차하고 학(鶴)이 내려와 상처를 치료하던 곳

1760년 영조가 온양의 온궁에 왔을때 둘째 아들인 장헌세자가 무술을 연마하던 장소를 기념하여 세운 비석. 온양관광호텔 정원에 있다. 이렇틋 온양온천에는 왕과 그의 가족들이 휴양이나 신병치료를 위해 내려왔던 유서 깊은 온천이다.
▲ 영괴대 1760년 영조가 온양의 온궁에 왔을때 둘째 아들인 장헌세자가 무술을 연마하던 장소를 기념하여 세운 비석. 온양관광호텔 정원에 있다. 이렇틋 온양온천에는 왕과 그의 가족들이 휴양이나 신병치료를 위해 내려왔던 유서 깊은 온천이다.
ⓒ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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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충남을 대표해온 온천지역은 덕산온천, 온양온천 등이다. 수천 년부터 수백 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이 온천들은 일제강점기 때 개발되기 시작하여 한때 신혼여행지로 각광받을 만큼 그 명성이 높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난 수십 년간 쇠락을 거듭했다. 그러다 최근 들어 건강과 여행, 가족 테마가 합쳐진 대형 온천들이 들어서면서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충남의 온천들은 역사가 꽤 깊다. 길게는 신라나 백제시대까지 그 유래가 올라간다. 특히 조선시대에 온양온천에는 세종대왕을 비롯한 여러 왕들이 내려와 오랫동안 머물며 병을 치료했다는 기록이 많은 것으로 보아 그 역사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겠다.

또, 한 가지 이곳 온천의 유래들에는 재미난 공통점도 있다. "몸을 다친 학이 들판 한가운데에 여러 날 머물러 있다 날아가기에 다가가보니 덥고 미끄러운 물이 솟아나고 있었다. 백성들이 이를 신기하게 여겨 상처에 발라보니 상처가 나았으며, 그 물로 병든 부모를 살려냈다"는 이야기들이 그것이다.

조선 순조 때부터 약수로 알려지기 시작한 덕산온천은 1917년 현재 덕산온천관광호텔 자리에 지하 180m짜리 온천공을 개발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온천으로 이용하기 시작하였다.
▲ 덕산온천의 옛모습 조선 순조 때부터 약수로 알려지기 시작한 덕산온천은 1917년 현재 덕산온천관광호텔 자리에 지하 180m짜리 온천공을 개발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온천으로 이용하기 시작하였다.
ⓒ 덕산온천관광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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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홍보 목적으로 유황온천이니, 알칼리온천이니 하면서 성분분석표를 붙여놓고 업소마다 그 효능에 대한 신빙성을 과학적으로 설득하려 하고 있지만, 조상들은 학이나 효자들을 동원하여 그 효험을 설명하고 신병치료차 내려온 왕과 그 가족들을 통해 온천수 인증(?)을 받았던 점이 흥미롭다.

기자는 덕산온천과 온양온천의 중간 지점에 살고 있다. 20여 분 내외면 닿을 수 있는 거리로 수시로 온천욕을 즐기곤 한다. 지난 20여 년 동안 아침저녁으로 다니며 체험한 내용과 주변 전문가들의 전언을 종합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덕산온천] 등산과 음식의 환상적인 결합

온천의 모습이 이렇게 변했다. 덕산온천의 한 테마온천 야외온천탕에서 온천욕을 즐기고 있는 가족들.
▲ 덕산온천의 현재모습 온천의 모습이 이렇게 변했다. 덕산온천의 한 테마온천 야외온천탕에서 온천욕을 즐기고 있는 가족들.
ⓒ 리솜스파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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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 외로운 학이 온종일 날줄을 모르고 한자리에 서서 있기만 한 것을 이상하게 여긴 사람들이 가까이 가서 보았다. 날개와 다리에 상처를 입고 있던 학이 논의 물을 열심히 찍어 바르고 며칠 후 상처가 아물어 날아갔다. 이를 신기하게 여긴 사람들도 상처에 그 뜨거운 물을 발라보니 정말 상처가 나았다."

이 글은 조선시대의 유학자 이율곡선생의 저서인 <충보(忠寶)>에 나오는 덕산온천의 유래에 관한 구절이라고 한다. 충남 예산 사람들이 덕산온천을 자랑할 때 꼭 인용하는 글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 온천의 역사가 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의 덕산현조(德山顯條)에 '온천재현 남오리(溫泉在縣 南五里)'라 적혀 있으며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의 충청도(忠淸道) 덕산현조(德山顯條)에도 온천재현 남삼리(溫泉在縣 南三里) 윤일문 이라는 기록이 있어 덕산온천이 알려진 역사는 500~600년 전으로 추정된다.

예산군청 녹색관광과 김원식씨에 따르면 "실제로 조선말엽 순조 임금 때부터는 전국의 난치병 환자들이 모여들어 이곳에 초막을 치고 목욕을 하며 치료를 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1917년부터 제대로 된 목욕탕을 짓고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라 한다.

예산군에 따르면 온천지구 내에 온천장 7개소와 관광호텔 2곳, 일반호텔 1곳 등 50여 개의 숙박업소가 있으며 이중에 9개가 온천 이용 업소이다. 대중탕은 모두 100% 온천물이라고 믿어도 된다는 뜻이다.

덕산온천 물은 데우지도 식히지도 않은 지하에서 뽑아 올린 천연 상태의 물이다. 게르마늄이 함유된 천연 중탄산나트륨 온천수로서 지하에서 올라올 때부터 45˚C 정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구태여 데우거나 식힐 필요가 없다.

온천개발 초창기 지하로 부터 온천물을 끌어 올리던 발동기
▲ 덕산관광호텔 온천개발 초창기 지하로 부터 온천물을 끌어 올리던 발동기
ⓒ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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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의 온천욕으로 몸에 특별히 무슨 보탬이 되겠냐마는 그래도 이것저것 좋은 물질이 들어있다니 매번 할 때마다 기분은 좋아질 것이다. 게다가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등산과 음식이 온천욕과 환상적으로 어울린다는 것이다.

주변에는 수덕사를 비롯하여 등산 초보자들도 거뜬히 오를 수 있는 용봉산이 있으며 난이도가 중급 정도 되는 가야산도 있다. 등산 후 흘린 땀과 피로를 온천욕으로 풀고 수덕사 주변 식당의 산채정식이나 덕산읍내 '또순네식당'의 밴댕이찌개, '두꺼비네추어탕'의 추어탕이나 잡어매운탕으로 하는 식사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으로 환상적이다.

또한 2005년 개장한 리솜스파캐슬은 온천을 테마로 한 리조트로서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가족단위 방문객이 사계절 문전성시를 이룬다.

[온양온천] "한때는 우리 목욕탕이 명동 땅값보다도 비쌌지..."

1960년 최초로 세워진 온양온천의 대중탕. 한때는 이자리가 명동의 땅값 보다도 비쌌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건물은 6년전에 다시 지었다.
▲ 신천탕 1960년 최초로 세워진 온양온천의 대중탕. 한때는 이자리가 명동의 땅값 보다도 비쌌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건물은 6년전에 다시 지었다.
ⓒ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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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신혼부부들의 신혼여행지로 제주도마저도 드물어진, 해외 신혼여행 전성시대가 되었지만, 1960~1970년대 온양온천이 신혼여행 단골 코스였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 후 수십 년간 동네 목욕탕 정도의 역할을 하며 쇠락의 길을 걷던 온양온천이 요즘 들어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수도권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대형온천이 들어서고, 수도권 전철 개통 이후에는 반나절 혹은 한나절 온천여행을 즐기려는 어르신 이용객들이 늘어나면서 온천은 물론 전통시장 활성화까지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온양온천은 엄밀히 말하면 온양온천, 도고온천, 아산온천으로 나누어 설명해야 한다. 아산시 온천동을 중심으로 위치한 온양온천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으로 그 역사가 1300여 년이 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세종대왕 이후 영조, 정조에 이르기까지 여러 왕들이 온궁(溫宮)을 지어놓고 수시로 가족들과 함께 휴양이나 병의 치료를 위하여 머물고 돌아간 사례가 많아 온양관광호텔 주변에는 아직도 그와 관련된 유적들도 많이 남아 있다.

아산시청 홍보실 김신일씨는 "지난해에는 온양온천의 신혼여행 추억을 가진 노부부들이 '리마인드 웨딩' 행사를 통해 방문하기도 하고, 수도권 전철 개통과 함께 온양온천시장이 문화관광형 테마시장으로 발전하는 등 성과가 크다"고 말했다.

예전의 명성에 걸맞게 여전히 예전의 온천공에서는 58˚C의 뜨거운 온천물이 뿜어져나오고 있으며, 인근의 외암리 민속마을과 현충사를 아울러 둘러보는 코스는 하루여행 코스로 제격이다. 온양온천역을 중심으로 신천탕 등 10여 개의 대중탕과 온양관광호텔 등 4개의 대형온천탕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도고온천] 유일했던 원탕이 사라졌다

도고의 대표적인 원탕이었던 도고원탕이 지난해 휴업을 하였다. 짐작컨데 대형 스파에 밀려 경영난을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 사라져가는 원탕 도고의 대표적인 원탕이었던 도고원탕이 지난해 휴업을 하였다. 짐작컨데 대형 스파에 밀려 경영난을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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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온천은 온양에서 서쪽으로 15km 지점에 위치해 있다. 200여 년 전부터 온천으로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수온이 25˚C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데워서 쓰지만 동양 4대 유황온천 중의 하나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도고온천의 역사를 간직했던 소규모 원탕들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모두 문을 닫고 지금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기자가 도고온천을 방문한 3일 오후 지난해까지 어렵사리 원조의 명맥을 이어오던 '도고원탕'에도 자물쇠가 굳게 잠긴 채 을씨년스런 휴업 공고문만 붙어 있었다.

도고원탕 앞에서 만난 한 개인택시 운전기사는 "예전에는 온천에서 흘러나온 유황온천수 때문에, 여기 도고천에 계란 썩는 냄새가 진동할 정도로 좋았던 시절이 있었지. 그런데 10여 년 전부터 찜질방이나 대형 온천들이 생겨나면서 하나둘씩 없어졌지. 그때는 택시 타는 사람도 많았는데"라며 과거를 회상하기도 했다.

최대 5천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남녀 온천탕과 노천탕, 테라피 마사지 시설 등이 있다.
▲ 파라다이스 도고 스파 전경 최대 5천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남녀 온천탕과 노천탕, 테라피 마사지 시설 등이 있다.
ⓒ 아산시청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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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중간규모 대중탕이었던 '파라다이스도고스파'가 휴식, 놀이, 건강 등의 테마를 갖추고 최대 5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가족형 테마파크로 변신하면서 사계절 내내 수도권의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도고온천이 시골 논 가운데 뎅그러니 서 있으면서도 사람들로 붐비는 이유를 십여 년 만에 우연히 만난 후배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반갑다는 인사를 건네는 내게 그 후배는 "저 가끔씩 내려와요. 경기도 안산에서 여기 얼마 안 멀어요. 목욕하고 가는 길에 저녁이나 먹고 들어가려고 애 데리고 왔어요"라고 했다.

흥미로운 점은 갈 때마다 남탕과 여탕이 바뀐다는 사실이다. 관계자의 말로는 "남녀 온천 대욕장을 교환하여 음양의 조화를 통해 양성(兩性)의 기를 보충할 수 있도록 해준다"라고 한다. 그런데 효능은… 글쎄다, 나도 지금까지 수십 번을 갔다 오긴 했는데….

[아산온천] 테마온천의 원조 그 명성을 다시...

아산시 음봉면 국내 테마온천의 원조.
▲ 아산스파비스 아산시 음봉면 국내 테마온천의 원조.
ⓒ 아산시청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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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온천은 1991년 온천단지로 개발되기 시작하였으며 아산시 음봉면에 위치하고 있다. 수도권을 기준으로 봤을 때 서해안 고속도로나 경부고속도로 모두 찾아오기가 수월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비록 덕산온천처럼 학이 내려왔다는 전설은 없지만 단순한 목욕탕 수준에서 벗어나 온천문화에 물놀이 개념을 도입한 국내 최초의 테마온천으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하 700m 암반에서 38˚C의 온천수를 끌어올려 알칼리성 중탄산나트륨 온천으로 분류한다.

그동안 대규모 물놀이 시설이 전국적으로 늘어나면서 이용객이 줄었으나 2009년에 확장공사를 하여 동시에 3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욕장을 갖추고 재개장하였다. 딸기, 쑥, 솔잎, 인삼, 허브를 이용한 이벤트탕과 기능탕을 앞세워 예전의 명성의 되찾아가고 있다.

인근에 충무공 이순신의 묘소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나온 공세리 성당이 있다. 공세리 성당은 충청도에서 가장 역사가 오랜 성당으로 삽교천 포구에 상륙한 선교사들이 순교한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태그:#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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