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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부에서 대(對)국회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에게 서울 마포대교는 일명 '개×× 다리'로 통한다. 해마다 피할 수 없는 국회 국정감사 때문에 생긴 말이다.

국무위원들 사이에선 "국회에만 안 나가면 장관 할 만하다"는 농담이 있다. 국민을 대표한 국회의원들이 버티고 있는 국회는 그만큼 장관들에게 어려운 자리다. 특히 국정감사는 의원들에게는 의정활동의 꽃이지만, 피감(被監) 기관장인 장관의 처지에서는 1년에 한 번씩 의원들 앞에서 일종의 구술시험을 보는 불편한 자리다.

국회 업무에 밝은 공직자들이 미리 예상 질문을 빼온다지만, 의원들이 언제 어떤 돌발성 질문을 던질지는 '국회의원 맘대로'다. 방송 카메라가 돌아갈 때는 더 긴장해야 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더 튀는 의원들의 고성과 호통은 물론, 때로는 막말과 삿대질도 감수해야 한다. 그러니 국감은 늘 장관들에게 바늘방석이고, 참모들한테도 좌불안석이다.

서울 마포대교가 '개×× 다리'인 까닭

그러나 장관도 사람인지라, 국회에서 구술시험을 마친 장관들이 여의도를 벗어나 마포대교를 건널 때쯤 되면 대개 긴장이 풀리기 마련이다. 그때쯤 되면 원래의 '고관 모드'를 회복한 장관들은 승용차 뒷좌석에 몸을 눕힌 가운데 넥타이를 풀면서 자기도 모르게 이런 욕설을 내뱉게 된다.

"국회의원 개××들 때문에 더러워서 장관 못해 먹겠다."

승용차 안에서야 무슨 욕인들 못할까마는, 장관들에게 '마포대교=개×× 다리'임은 정부를 대표하는 외교통상부장관의 국회 '방언'을 통해서도 사실로 입증(?)된 바 있다. 2009년 4월 당시 유명환 외교부장관은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여야 의원들이 신경전을 벌이자 마이크가 켜진 것을 모르고 "천정배는 여기에 왜 들어왔어, ×××. 이거 기본적으로 없애 버려야 해"라고 욕설을 내뱉었다.

알다시피 대한민국 국회는 상·하원을 둔 양원제가 아니고 단원제다. 그러나 의원들 사이에선 '상원'이라고 부르는 상임위가 있다. 바로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업무를 관장하는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와, 국가정보원을 통제하는 정보위원회가 그곳이다.

외교적으로 민감한 업무를 관장하는 상임위의 특성상 전통적으로 외통위에는 선수(選數)가 높은 의원들이 배정되어 왔다. 정보위에는 업무의 태반이 국가기밀인 국정원을 통제하는 직무 특성상 국회에 상임위를 만들 때부터 교섭단체에 속한 의원들에게만 배정해 왔다. 그래서 두 상임위에 배속된 의원들은 '상원 의원'이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그런데 의원들의 선수와 품격이 높다는 외통위가 18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 첫날부터 고성과 막말로 얼룩졌다. 그 때문에 국감이 일시 중단되고 정책질의는 실종되었다. 한마디로 '상원'의 자부심과 스타일을 구긴 것이다.

정주영 회장 언행 닮은 '집안 내력'?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14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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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테이프는 6선으로 외통위 터줏대감인 정몽준 의원(한나라당, 서울 동작 을)이 끊었다. 정 의원은 19일 외교통상부 국정감사에서 김성환 장관을 상대로 내년 3월 26~27일에 열리는 세계핵안보정상회의 일정을 조정할 수 없었는지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반말을 해 빈축을 샀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이 회의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초청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 내년 총선(4월 11일)을 앞두고 '선거용 남북정상회담'이란 시비가 일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문제는 그 방식이었다. 김 장관은 50여 개국 정상이 참석할 예정인 만큼, 일정 조정이 쉽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그게 상식에 맞는 얘기야", "그게 무슨 궤변이야" 등 반말로 질문을 던졌다. 김 장관은 "제가 외교문제를 일일이 국내정치와 연계시키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초등학생이라도 이건 상식이 안 맞는 짓 아니겠어", "장관 같은 사람이 장관을 하니까, 참, 외교부가 문제가 없이 잘 되는지"라고 인격 모독성 발언을 이어갔다.

반말에 대한 논란이 일자 정 의원은 이날 오후 "오전 질의 때 본 의원이 거친 표현으로 결례해서 미안하게 생각한다"면서 "평소 장관하고 격의 없이 지내다 보니 표현이 지나쳤다"고 사과했다. 김 장관은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51년생인 정 의원이 53년생인 김 장관보다 두 살 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석에서 나온 정 의원의 '반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06년 9월에도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국감 자리에서 상임위 수석전문위원에게 "내가 지금 너한테 물어봤냐"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당신이 대답을 해!"라며 윽박지르는 반말로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정 의원은 또 2008년 4월 총선 직전에 MBC 기자에게 성희롱을 해 비난을 샀다.

정 의원의 '안하무인' 언행은 아버지인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언행을 닮은 '집안 내력'이라는 얘기마저 나온다. 현대건설 현장소장 중에는 '불도저'로 통한 정주영 회장에게서 '조인트' 까이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왕 회장'은 위압적이었다. 국회 보좌진들 사이에선 비서관의 업무 처리에 화가 난 정 의원이 그 비서관을 달리던 고속도로에 내려두고 왔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내려온다.

정 의원의 독특한 캐릭터는 재벌 총수 집안에서 자란 데다가 조정과 타협이 중요한 정치에 입문해서도 오랫동안 무소속으로 '나 홀로 정치'를 해온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2002년 12월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와 후보단일화에 합의하고서도 노 후보의 유세발언을 문제 삼아 선거 하루 전날에 지지를 철회해 버린 것이다.

설령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하루만 참으면 '권력의 절반'을 얻을 수 있는데 그것을 내팽개친 것은 '집권 지상주의'가 지배하는 정치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가진 게 너무 많아서 아쉬울 게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정신 분석도 나왔다.

국감에서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은 국정감사에서도 종종 나타난다. 행정부를 감시해 좋은 정책을 유도하려는 제도인 국감은 농사꾼의 1년 농사에 비유되는 의정활동의 꽃이다. 그런데 보좌진들이 몇 달 동안 밤새워 준비한 정책질의가 막말이나 돌출 쟁점 때문에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 채 묻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어 18대 국회 임기 첫해인 2008년에는 '쌀 직불금' 문제가 터지면서 그해의 모든 국감 이슈를 잠재워 버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정 의원은 사재 150억 원을 출연해 만든 싱크탱크(아산정책연구원)까지 거느린 대선 주자급 정치인이다. 대선 주자급 정치인이 샛길로 빠지거나 헛다리를 짚으면 밤새워 국감을 준비한 연구진은 물론 보좌진에게도 민폐다. 정 의원은 이날 보좌진의 쪽지를 받고서야 반말을 자제하고 오후 회의에서 정식으로 사과했다.

다른 의원들에게는 더 큰 민폐다. 더구나 이날 오후에는 외통위에서 '매국노' 논쟁까지 벌어져 국감이 일시 중단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날 박주선 의원(민주당, 광주 동구)은 외통위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의 사과 용의를 물어서 처음으로 외교통상부장관의 사과를 받아냈다. 지난 8월말 헌법재판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국가의 무책임한 대일 외교로 행복추구권을 침해받았다는 헌법소원과 관련, 위안부 문제를 적극 해결하지 않은 정부의 부작위에 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박 의원이 끌어낸 정부의 사과는 의미가 있었지만 반말과 고성 속에 묻혔다.

악화는 양화를 구축하고, 정치인의 막말은 좋은 정책을 쫓아낸다. 그래서 막말은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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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is free, but facts are sacred! 팩트의 위대한 힘을 믿는다. 오마이뉴스 정치데스크를 세 번 맡았고, 전국부 총괄데스크, 뉴스게릴라본부장(편집국장), 편집주간(부사장)을 거쳐 현재는 국정원과 정보기관에 관한 책을 집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