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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8일부터 15일까지 중국 도문에서 열린 '2011 연변의 여름, 중국두만강문화관광축제'에 참가하고 왔습니다. 그 현장의 이야기를 몇 편으로 나누어 연변과 도문, 중국 쪽에서 본 백두산의 모습까지, 중국 속 한국에 관한 얘기가 이어질 것입니다. <기자 글>

우리가 도문에 도착하고 '2011 연변의 여름, 중국두만강문화관광축제'가 열리는 두만강변 바로 옆에 위치한 광장에 들어서니 넓은 광장에는 이미 메인스테이지가 준비되어 있고 음향과 조명작업도 마무리 중이었습니다. 그 근처 건물들에서도 모두 공연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행사장 주변에는 여러 자원봉사자들과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광장 곁에는 반가운 카페가 있었습니다. Hands Coffee. 대구에서 젊은 연극제 공연을 할 때 극장 바로 앞에 있어 연습이 잘 풀리지 않는다던가 짬나는 시간이 생기면 가서 연출가 쉬라와 무대감독이었던 친구와 함께 머리를 식히고 쉬었던 카페와 같은 한국 브랜드가 도문시 광장에도 있었던 것이다. 쉬라와 저는 그 카페 보자마자 Hands coffee! 하며 반가이 외쳤습니다. 이런 대단한 우연이!

우리팀은 짧은 두 개의 공연을 올리기로 하였습니다.  하나는 브레히트의 극을 한국전쟁 이후로 재해석해서 연극제에 올렸던 공연을 간추려서, 또 다른 하나는 독립군으로 만주에서 지낸 부부가 딸을 위해서 쓴 일기을 펴낸 책 '제시의 일기'를 쇼케이스 형식으로 짧게 보여주기로 하고 한국에서부터 연습을 해왔습니다. 공연의 배경이나 내용상 그곳에서 공연하기에 민감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다소 걱정하였지만 주최측과의 조율을 통하여 중국어로 번역되는 자막에 '중공군' 등의 단어 정도만 없애고 공연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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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d

중국의 공연관람 문화는 우리나라와는 다소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공연 중 객석을 옮긴다거나 핸드폰 통화나 대화를 하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중국 공연 관람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배우들의 집중이 깨지는 것이 우려되어 미리 이야기를 해놓았습니다. 다소 관객들의 출입이 편안하게 배려한 후 공연이 이루어 졌지만 관객들은 재미있게 즐기는 듯 보였습니다. 아이들도 흥미롭게 관람하고 눈물을 보이는 관객들도 있었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집중을 잃지 않고 이야기를 전달해준 배우들의 몫이 컸습니다. 또한 극의 이야기가 그곳의 관객들을 만나며 우리민족, 혹은 자신의 이야기와 겹쳐져 동감과 감동을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푸른하늘' 노래를 함께 흥얼거리시며 부채를 부치던 조선족 할아버지들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뭉클하면서도 아리기도 하였습니다.

저녁마다 그 넓은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공연을 즐겼습니다. 사자춤 같은 중국전통의 공연도 이루어지는가 하면 우리 전통의 악기들과 무용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한국의 한복과 조선족 한복의 패션쇼, 판소리, 조선의 전통 혼례를 재연하기도 하였습니다. 전통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b-boying 이나 노래경연대회 등 중국과 조선, 현재와 과거를 모두 어우르는 공연들 이었습니다. 또한 공연뿐만이 아니라 조선족 화가들의 미술품이나 그림 등이 전시되고, 아이들을 위한 음악과 그림 교육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등 너무나도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는 축제가 진행되었습니다.

저녁마다 폭죽이 하늘 위에서 아름답게 터졌습니다. 두만강변을 밝히는 이 조명들과 노래소리들은 분명 두만강 너머의 북한 사람들의 눈과 귀에도 모두 전달되었을 것입니다. 북한 동포들은 과연 어떤 마음으로 이 불꽃놀이를 보고, 음악을 듣고 있을까 궁금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같은 하늘아래 그것도 이렇게 가까이 있는 우리가 함께 축제의 순간들을 즐기며 행복을 나눌 수 없다는 게 가슴이 아팠습니다.

우리는 연변대학교 연극과 학생들과 연기 워크숍을 진행하였습니다. 첫 만남에서는 우물쭈물 어색해했지만 약간 다르지만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나 함께 이야기 하고 움직이니 금방 친해졌습니다. 서로의 연극 놀이를 함께 공유하고 즐기며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우리가 한민족이 틀림없는 것도 있지만 혹 인종이 다르고 언어가 달라도 금방 그 벽을 무너트리고 하나가 될 수 있게 만드는 것 또한 예술의 힘, 연극의 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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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d

학생들 중에는 한국으로 여행을 다녀온 학생들도 있었고 또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국의 음악을 즐겨 들으며 아이돌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학생들은 우리와 같이 이론이나 역사 수업을 가지기도 했지만 실기수업에서 동물의 모습이나 행동을 모방하여 연습하는 수업이나 얼굴의 눈 코 입 귀 움직이는 것을 훈련하는 수업 등 흥미로운 수업들도 있었습니다. 공연을 보면 그 사람들의 문화나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있듯이 우리는 서로의 공연을 관람하며 이야기 나누지 못한 서로의 삶에 대해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짧지만 뜨거운 시간을 가지며 친구가 된 우리는 꼭 다음에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을 기약하며 껴안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모티프원 블로그 http://motif_1.blog.me/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중국두만강문화관광축제, #연변대학교, #국민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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