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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전국 규모 정전사태로 지난 15일 하루 난리가 났었다. 아무 예고도 없이 전기가 나가버리니 가장 혼란이 심해진 곳이 자동차로 붐비는 도로였다. 신호등이 먹통이니 그럴 수밖에. 은행, 병원, 관공서, 공장도 서고 승강기 속에 갇힌 사람, 컴퓨터 자료가 날아 간 사람, 인터넷으로 대학의 수시모집에 접수하다 중단된 사람 등. 충격이었다.

정작 놀라운 것은 분통을 터뜨리는 시민들이었고 피해 보상 문제를 거론하는 언론이었다. 북한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어느 국회의원이었다. 그러고도 다음날인 16일 오후 3시에 전기를 꺼지 않고 여전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에어컨을 틀고 있는 인간들의 무감각과 무신경이다.

이런 위기를 당하고도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사고 자체보다도 사고로부터 아무 메시지도 접수하지 못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시선과 목청을 돌리는 사람들이 더 놀라운 것이다. 책임자 사퇴나 보상 소송 따위를 할 때가 아니다. 그럴 겨를이 없다.

정신 차려서 따져 물어야 할 때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 며칠 전에는 국토해양부 산하의 항공교통센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인천공항은 물론 김해공항, 김포공항의 모든 비행기의 이착륙이 지연되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정부당국에 분통을 터뜨리면 해결되는가?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면 해결 되는가? 그렇지 않다. 만약에 지하철 전원이 끊겨 한 순간에 암흑천지로 변하면, 훈련 중인 공군 전투기가 오작동 해 민가에 떨어지면, 인터넷이 멈추면, 은행전산망이 망가지면,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작동 불능에 빠지면, 스마트폰 전파 수신이 안 되면 어떻게 될까? 인류가 어떻게 될까? 그때도 책임자 따지고 피해보상 요구 할텐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질기술문명에 속박된 우리 삶은 이제 극한에 다다랐다. 과도하게 기계문명에 의지하다보니 인간 본래의 능력과 감각은 전부 퇴화되어 버렸다. 노래방 기계 없으면 노래 하나도 끝까지 부를 수 있는 게 없고, 휴대폰을 열지 않으면 친구 전화번호 하나 외는 게 없다. 노래 못 부르고 전화번호 못 외는 것은 차라리 큰 문제가 아니다. 물질(돈) 아니면 믿지를 않고 물질(돈)로 모든 것을 해결 할 수 있다는 미신에 절어있다. 그 덕분에 지구생태계는 절단 나버렸다.

사람도 과로하면 몸살을 앓듯이 문명시스템도, 지구도 과부하가 걸리면 탈이 날 수밖에 없다. 오늘의 대형 사고들은 대개 그렇다고 보면 된다.

최근에 20만 원대에 판매되는 20킬로그램짜리 쌀을 사신 적이 있는가? 정부의 공매미다. 쌀이 남아돈다고 하던 때가 몇 달 전인데 쌀값이 들먹인다. 2010년산 벼를 비롯하여 2009년산 벼를 최근 두 달 새에 65만 6천 톤이나 풀었다. 올해의 쌀 생산량도 많이 준다. 당장 고추 값을 보면 김장 걱정이 앞선다.

마른 고추 한 근에 많게는 작년의 3배나 값이 올랐다. 왜 이럴까? 주곡의 대명사인 쌀이 왜 이렇게 갑자기 값이 들썩이고 양념의 대명사인 고추가 폭등했을까? 원인이야 간단하다. 작황이 나쁜 것이고 그 이유는 날씨 탓이다. 자, 이렇게 진단하면 끝인가? 적어도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왜 날씨가 엉망이며 작황이 나빠진 원인은 그 뿐인가 하고.

통계청에 따르면 올 고추 재배면적은 4만2574㏊로 지난해 4만4584㏊에 견줘 4.5% 줄었다. 재배면적 감소와 함께 병 발생 확산으로 고추 농사를 망친 농가가 많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 고추는 평균 수확량이 지난해에 견줘 5.7~13.2% 감소했다고 한다.

올해의 쌀 생산량은 418만 톤에 그쳐 작년보다 4.5% 정도 준다는 분석이다. 31년 만에 최악의 수준이다. 그도 그럴 것이 논 면적이 2.1%나 감소했고 이상 기후로 단위면적 당 생산량도 2.8% 줄었기 때문이다.

이 순간 우리는 마지막 의문 하나를 풀어야 한다. 고추 생산량이 누산율 평균 약 16% 줄었는데 값은 3배나 뛰는가 하는 문제다. 쌀 생산량이 4.5% 주는데 미곡 당국이 벌써부터 과민하게 움직이는가 하는 문제다.

위기의 도미노 현상 때문이다. 심리적 불안의 도미노현상 때문이다. 층층이 쌓아 올린 인간의 물질문명은 하나가 삐걱하면 모든 게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지자기(지구 자기력) 교란이 일어나니 벌떼가 사라져버리고, 지피에스(GPS) 작동 이상으로 미사일과 폭격기가 엉뚱한 곳으로 날고 초호화 타워팰리스는 한 순간에 시멘트 무덤으로 변할 개연성이 그만큼 높다.

카자흐스탄의 밀농사가 흉작이면 바로 대한민국의 식품 값이 폭등하고 미국에서 유채 등의 바이오 디젤용 식물재배가 늘면 우리나라 소고기 값이 오른다. 불안하기 짝이 없는 '세계화' 현상이다.

과도한 첨단 전자기계문명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흙에서 멀어진 삶을 되돌릴 때다. 몸을 땅바닥으로 낮출 때다. 우리의 문명은 이제 누가 뭐래도 자해문명이 되어 버렸다. 농사도 투기꾼이 넘실댄다. 도박하듯이 농사를 짓는다. 뚜기꾼과 도박꾼은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다. 당장 이순간의 이득만 쫓는다. 그래서 자해농업이다.

조만간 예기치 않은 곳에서 지구의 몸살이 계속 될 것이다. 한국 땅도 예외가 아니다. 위기가 전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접수하지 않는 이상 멈추지 않을 재앙들이 줄지어 있다고 보면 된다. 어제의 정전은 대기전력 감소나 발전소 점검으로 전기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라 진단하고 전력당국과 정부기관을 질타하는 것으로 그냥 넘어 간다면 우리는 치명적 위기에 더 노출되게 될 것이다.

모든 재앙은 예측이 빗나가는데서 생기는 법이다. 모든 재앙은 안전 대응 교범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데서 생기는 법이다. 그것 자체가 위기인 것이다. 잘 가다듬어서 앞으로 잘 하겠다는 것 자체가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지 않는다. 당장 질주하는 물질문명, 문명이 이기에서 하차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도교 월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전, #지구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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