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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은 철저히 통제된 특실에 모셔져 있었다. 얼마나 안 좋은 상태인지 눈으로 봐야 했다. 병실에 들어섰다. 눈을 감고 말았다. 차마 표현하기 어려운 처참한 모습이었다."
- <문재인의 운명>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문재인의 운명>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마지막을 모습을 이렇게 적었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 시신을 직접 닦고 수의를 입혀 염했던 유재철(52)씨가 마지막 모습을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 모습은  신념과 확신에 찬 표정이었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유재철씨는 <중앙일보> 일요판인 <중앙선데이>와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 염을 맞게 된 경위를 자세히 설명하는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 마지막 모습을 이같이 표현했다. 유씨는 노 전 대통령 서거 하루 전날인 22일 숨진 탤런트 여운계씨를 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휴대전화에 문자가 난리를 쳤다. 노 전 대통령이 고향 봉하마을에서 추락사했다는 내용이었다. 염을 끝내고 곧바로 짐 챙겨 직원들과 함께 KTX를 탔다"고 밝혀 당시 전 국민처럼 유씨도 같은 심정이었음을 알 수 있다.

"노 대통령 모습 신념과 확신에 찼다"

유씨가 그렇게 급하게 내려갔던 이유는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다"며 "내려가는 길에 최규하 전 대통령 장례 때 인연을 맺은 공무원들에게 전화했더니 '연락 잘했다. 도와 달라'며 현장의 직원을 연결시켜줬다. 밀양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양산 부산대 병원까지 달렸다"고 했다. 모든 사람이 다 슬퍼하고 있을 때 '염쟁이'답게 대통령 염을 위해 한달음에 달린 것이다.

유씨 역시 "장례식장 안치실에서 흰 천을 뒤집어쓴 노 전 대통령을 시신으로 처음 만났다. 황망했다"며 "일단 병원에서는 염습 없이 광목으로 옷을 갈아입히는 간단한 수시((收屍)를 한 뒤 관에 모셨다"고 말해 문재인 이사장처럼 차마 보기 어려웠던 시신 상태였음을 확인해주었다.

유씨는 염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는데 "봉하마을로 시신을 옮긴 뒤인 둘째 날 새벽 2시 동료 두 명과 시신 '엠바밍(embalming)'에 들어갔다"며 "일종의 방부처리 작업이다. 혈액을 모두 빼내고 혈관에 포르말린 희석액을 주입시키는 거다. 냉방 장치가 따로 없는 마을회관에서 7일장을 진행하려면 어쩔 수 없는 과정이었다"고 냉동시설 없는 환경에서 시신 부패를 막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전했다.

그러면서 "3일째 새벽 2시에 염습을 했다"며 "그때 노 대통령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신념과 확신에 찬 표정이었다"고 노 전 대통령 마지막 모습이 추한 것이 아니라 당당했음을 자세히 전했다.

"권양숙 여사 털썩 주저앉았다"

유씨는 권양숙 여사와 유가족들이 염습 모습을 참관한 것을 전하면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아들 건호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꼼짝 않고 눈물만 글썽이며 묵묵히 지켜봤다. 하지만 권양숙 여사는 힘없이 털썩 주저앉았다. 그때 딸 정연씨가 권 여사에게 '우리 약속했잖아. 쿨하게 아버지 보내 드리자'고 말했다"고 전해 염습 과정에서 유가족들이 얼마나 가슴을 도려내는 고통을 겪었는지 알 수 있었다.

유씨는 노제와 만장 비사도 공개했는데 "행안부에서 노제에 쓸 만장 2000개를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만장에 쓸 대나무 2000개도, 만장에 쓸 글씨도 하루 이틀 만에 쉽게 준비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며 행안부도 처음에는 당연히 만장대는 대나무로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대나무 2000개를 준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유씨는 "기적처럼 이틀 만에 만장 2000개를 모두 완성했다"며 "노 대통령 노제 만장에 쓸 대나무를 찾는다고 하니 담양에서 '얼른 가져가시라'며 대형 트럭에 대나무를 가득 실어 보내줬다"며 숨겨진 비사를 공개했다.

대나무 2000개 대형 트럭에 보내줬는데 행안부는 PVC로 교체

그리고 "만장 글씨는 조계사에서 1200장, 개인적 인연이 있는 동방대학원대학교에서 800장을 써줬다. 노 대통령 만장을 만든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국의 서예가들이 몰려들었다"며 "장관이었다"며 온 나라 사람들이 너나 할 것없이 노 전 대통령 국민장에 함께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온 나라가 함께 노 전 대통령 국민장을 위해 한 마음이 되었는데 딴죽을 건 쪽은 행안부였다. 유씨는 "발인 전날이었다. 오후 2시 행안부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큰일났다. 대나무 막대를 PVC 파이프로 바꿔야겠다'고 했다"며 "만장 막대기로 쓴 대나무가 죽창으로 변신할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것을 두고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도리가 없었다. 밤을 새워 결국 대나무 막대기를 PVC로 모두 바꿔 만장을 달아야 했다"고 회고했다.

이명박 정권은 노무현 전 대통령 마지막 길까지 딴죽을 걸었던 것이다. 그래도 마지막 얼굴이 "신념과 확신에 찬 표정"이었다니 그나마 위안이 되고 그가 참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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