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이숭용(넥센 히어로즈)이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단일 프랜차이즈 2000경기 출장 신기록'을 세웠다.

이숭용은 16일 목동 야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 카드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8회말 대타로 출장하며 자신의 통산 경기 수를 '2000'으로 만들었다.

지금까지 2000경기 출장 선수는 총 5명(양준혁, 김민재, 전준호, 김동수, 박경완)이 있었지만, 한 번도 이적 없이 2000경기 출장을 달성한 선수는 이숭용이 사상 처음이다.

매년 고른 성적을 자랑하던 꾸준함의 아이콘

 이숭용은 화려하지 않아도 매년 꾸준한 성적을 올리던 위대한 조연이었다.

이숭용은 화려하지 않아도 매년 꾸준한 성적을 올리던 위대한 조연이었다. ⓒ 넥센 히어로즈

경희대 시절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하던 이숭용은 1994년 2차 1순위 지명을 받고 태평양 돌핀스에 입단했다. 당시 이숭용이 받았던 계약금은 5천만원이었다.

요즘 시대의 물가로 생각하면 다소 적은 액수 같지만, 같은 해 OB 베어스의 1차 지명을 받았던 류택현의 계약금이 4천만원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살림이 넉넉치 못한 태평양이 이숭용에게 투자한 5천만원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대학 야구를 주름잡던 이숭용도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는 없었다. 당시 태평양에는 '인천 야구의 영웅'으로 불리던 김경기(현 SK 와이번스 코치)가 1루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숭용은 어쩔 수 없이 외야수로 변신했고, 태평양이 현대 유니콘스로 인수된 1996년부터 풀타임 주전으로 도약했다.

이후 이숭용은 꾸준하게 현대의 주전 선수로 활약하면서 매년 3할 언저리의 정확한 타격과 10개 안팎의 홈런을 때려 내는 만만치 않은 장타력을 과시한다.

이숭용은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는 아니었지만 항상 꾸준한 성적으로 코칭스테프와 팬들의 신임이 높았는데 이숭용이 주전으로 도약한 96년부터 2010년까지 15년 동안 100경기 미만으로 출장한 시즌은 단 한 번(2007년) 뿐이었다.

그리고 현대가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2003년과 2004년에는 팀의 주장으로서 전 경기에 출장하며 2003년 최다안타 8위(150개), 2004년 타점 7위(85개)에 오르며 뒤늦은 전성기를 보내기도 했다.

골든 글러브 한 번 없이 한국시리즈 우승만 네 번

 이숭용이 프로 18년 동안 받은 유일한 개인상은 2007년 페어플레이상 뿐이다.

이숭용이 프로 18년 동안 받은 유일한 개인상은 2007년 페어플레이상 뿐이다. ⓒ MBC 화면 캡쳐


사실 이숭용은 단 한 번도 '최고'인 적이 없다. 입단했을 때는 대선배 김경기가 있었고, 어렵게 주전 자리를 차지했을 땐 박재홍(SK)이라는 괴물신인이 프로야구 최초로 30-30 시대를 열었다.

2000년대에 접어 든 후 현대는 정민태와 김수경, 그리고 조용준으로 대표되는 투수왕국이었고, 두산에서 이적한 심정수가 이승엽과 홈런 대결을 펼치며 이숭용은 다시 뒷전으로 밀려났다.

개인 타이틀은커녕 이숭용 정도의 커리어라면 한 번쯤 있을 거 같은 골든 글러브 수상 경력도 없다. 90년대 후반부터 2003년까지는 이승엽이라는 국민타자가 있었고, 이승엽이 일본으로 떠난 후엔 '동갑내기 거포' 김태균과 이대호가 등장했다.

하지만 이숭용은 묵묵히 '현대왕조의 조연'을 자처하면서 상하위 타선의 연결고리로, 덕아웃의 분위기 메이커로 꾸준하게 제 몫을 다했고 4개의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낄 수 있었다.

이숭용은 현역 선수 중에서 6개의 우승반지를 가진 박진만(SK) 다음으로 많은 우승반지를 가진 선수다. 프로야구 최고령 선수 이종범(KIA 타이거즈)이 이숭용과 같은 4회 우승 경력을 가지고 있다.

'캡틴'이란 별명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나이

 이숭용만큼 캡틴이란 호칭이 어울리는 선수를 찾기도 힘들다.

이숭용만큼 캡틴이란 호칭이 어울리는 선수를 찾기도 힘들다. ⓒ 넥센 히어로즈


무엇보다 이숭용의 2000경기 출전이 더욱 값진 이유는 한 번도 팀을 옮기지 않고 2000경기에 출전한 최초의 선수라는 점이다. 이숭용의 소속팀은 태평양에서 현대로, 다시 히어로즈로 간판이 바뀌었지만, 이숭용은 한 번도 팀을 옮긴 적이 없다.

FA 자격을 얻었던 2003 시즌 후에도 어려운 모기업의 사정을 고려해 일찍 재계약을 마무리 지었고, 선수생활 내내 방출이 언급될 만큼 부진하거나 한 시즌을 통째로 날릴 만큼 커다란 부상을 당한 적도 없다.

따라서 이숭용이 세운 단일 프랜차이즈 최초의 2000경기 출장은 팀에 대한 끈끈한 애정과 탄탄한 기량, 그리고 철저한 자기관리가 조화를 이룬 자랑스런 업적이라 할 수 있다.

이숭용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할 예정이다. 이미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올해를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있었고 마침 이적생 박병호가 1루 자리를 든든하게 메워 주고 있어 이숭용은 아쉬움 없이 유니폼을 벗을 수 있다.

현재 이숭용 다음으로 단일 프랜차이즈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장한 선수는 1703경기의 이종범이다. 하지만 내년이면 43세가 되는 이종범이 2014년까지 해마다 100경기 정도를 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숭용의 2000경기 출장이 그만큼 값진 기록이라는 뜻이다.

한 번도 최고인 적은 없지만, 2000년대 초반 프로야구를 지배했던 현대호를 이끌었던 '위대한 조연' 이숭용. 각 구단에는 모두 주장이 있지만, 이숭용만큼 '캡틴'이라는 호칭이 어울리는 선수는 한동안 나오기 힘들 것이다.

넥센 히어로즈 이숭용 2000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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