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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신브레이크 해고노동자 김동필씨와 가족들이 추석을 앞두고 제례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장을 보러 나섰다. 김동필씨는 어느해보다 조촐한 명절이 될 것 같아 씁슬하다고 했다.
 상신브레이크 해고노동자 김동필씨와 가족들이 추석을 앞두고 제례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장을 보러 나섰다. 김동필씨는 어느해보다 조촐한 명절이 될 것 같아 씁슬하다고 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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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이 끝나서 다행이긴 한데 명절 음식도 못 먹고 이번주까진 죽을 먹어야 하고… 시아버지께서 오시면 아실텐데 걱정하실까봐 안타깝고 걱정이네요."

지난 8월 30일부터 10억 손배소 철회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대구시청 앞에서 단식에 들어갔던 상신브레이크 해고노동자 조정훈씨가 10일간의 단식을 끝냈지만 추석을 앞두고 그의 가족들은 여전히 안타까워했다.

천막에서의 두 번째 명절 "지치지만 희망 있어 견딜만 해"

상신브레이크 해고자들은 천막에서 두 번째 명절을 맞았다. 그러나 지난 2월 설날과는 달리 더욱 움츠러든 추석 명절이 이들에게는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우선 가족들의 걱정이 더 늘어나고 그동안 삭발투쟁도 하고 단식투쟁도 하면서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 신분이었으나 노조를 배후조종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김대용씨는 "해고를 당했을때는 화도 나고 억울하기도 했지만 금방 복직될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며 "이젠 실업급여도 끊기고 경제적으로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해서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힘내라고 응원해주는 가족이 있어 그나마 견딜만 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내가 노조를 배후조종 했다고 해고를 했는데 애들도 들으면 웃을 이야기"라며 "사측이 눈에 가시인 사람들은 법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해고시키겠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주장했다.

김씨의 아내 주윤정씨는 "남편이 해고된 후 직장을 구해서 조금씩 벌어 생활하고 있지만 육아와 살림살이에 힘이 든다"면서도 남편을 원망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번 추석에 친척들 만나면 삭발한 남편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게 걱정"이란다.

같은 상신브레이크 해고노동자 신분인 김동필씨도 "부인들이 가장 강력히 지지를 해줘서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며 "추석이지만 우리들끼리 양말을 사서 서로 나눠주며 힘내자고 격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김동필씨의 아내 신동희씨는 "해고된 후 처음에는 덤덤했는데 사측에서 손배소 들어오고 2중, 3중으로 탄압이 들어오고 현장에서의 분위기도 냉랭해져 가니까 해고자들이 많이 고립된 것 같아 안타깝지만 아직까지는 견딜만 하다"며 남편이 곧 복직 될 거라 믿는다고 했다.

회사에서 해고된 이들은 추석을 앞둔 지난 9일 아침 일찍부터 출근하는 동료들에게 해고의 부당성을 알리는 선전전을 벌였다. 이들은 해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회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며 복직을 요구하고 손배소의 부당성을 알리는 선전전을 해왔다.

상신브레이크 해고노동자들은 매일 아침 출근하는 동료들을 향해 해고의 부당성을 알리는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상신브레이크 해고노동자들은 매일 아침 출근하는 동료들을 향해 해고의 부당성을 알리는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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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파업에 따른 업무방해'로 10억 손배소까지

국내 최대규모의 자동차브레이크부품 생산업체인 상신브레이크는 지난해 6월 2일 '임단협' 결렬로 시작된 파업이 공장신설 문제로 불거지면서 회사가 8월 23일 직장폐쇄를 단행하자 같은달 31일 노조가 전격적으로 파업을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그러나 회사는 파업에 따른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9명의 노조원들을 형사고발을 하고 가압류와 함께 4억 원의 소해배상 소송을 냈다.

회사는 또 10월 18일이 되어서야 직장폐쇄를 풀었고, 이 와중에 업무에 개별적으로 복귀한 노동자들을 상대로 '근로제공확약서'를 쓰게 했다. 이후 속옷과 양말, 칫솔 등을 제공하며 현장 휴게소와 탈의실 등에서 잠을 자게 하며 일을 시켜 인권침해와 노동권 침해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13일에는 이덕우 금속노조 상신브레이크 지회장을 비롯하여 조정훈, 김대용, 김동필, 정준효 등 5명을 해고하고 올해 6월에는 이들에 또다시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노조의 간부였던 이덕우, 김동필, 정준효씨를 제외한 김대용, 조정훈씨에 대해서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결정을 내렸지만 회사는 이행강제금을 물면서도 이들을 복직시키지 않았다.

지난 8월 16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10억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회사에 대해 항의하고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조정훈씨와 김대용씨가 삭발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16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10억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회사에 대해 항의하고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조정훈씨와 김대용씨가 삭발을 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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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지난 8월 16일에는 대구고용노동청 앞에서 조정훈씨와 김대용씨가 삭발을 하며 "부당해고 결정에도 회사는 복직을 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손배소를 통해 우리를 죽이려 한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살기 위해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며 천막농성에도, 부당해고 판결에도 꼼짝도 하지 않는 회사에 복직판결 이행과 손해배상 철회를 요구했다. 또한 8월 30일부터는 대구시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며 대구시가 나서 부당해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줄 것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명절인데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용돈 못 줘 미안"

지난 9일 상신브레이크 해고노동자들이 퇴근하는 동료들에게 추석인사를 하고 있다.
 지난 9일 상신브레이크 해고노동자들이 퇴근하는 동료들에게 추석인사를 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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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신브레이크 해고노동자들은 추석을 앞두고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노동자들을 향해 "추석 잘 보내고 오이소"라며 손을 흔들었다.

회사버스를 타고 퇴근하는 동료들의 모습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버스가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승용차를 타고 나오는 동료들은 힘내라며 말을 건네기도 했다.

정준효씨는 "조합원들 중에 우리에게 몰래 돈도 보내주고 힘내라고 용기를 주는 분들이 많다"며 "우리는 반드시 이겨 회사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용씨도 "어른들에게 명절인데 용돈도 못드려 죄송하고 아이들에게도 제대로 옷 하나 못 사주고 용돈도 못 줘서 미안할 따름"이라며 ""비록 이번 추석은 힘들지만 다음 명절에는 꼭 복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추석명절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서 보내지만 추석 후에 다시 만나 농성을 계속할 계획이다. 회사의 부당한 해고와 손배소에도 흔들림 없이 싸워 반드시 이기고 복직해서 다시는 이 땅에서 맘대로 해고를 시키지 못하도록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태그:#상신브레이크, #해고노동자의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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