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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규표' 꼬꼬면이 라면 시장에서 화제입니다. <남자의 자격> 방송 이후 지난 8월 상품화된 꼬꼬면은 소비자 입소문과 언론의 폭발적인 관심 덕에 품절 사태까지 빚고 있습니다. 지난 30년 농심과 신라면이 장악해온 라면 시장에 큰 변화가 시작된 걸까요, 단지 반짝 인기일 뿐일까요. 3편에 걸친 기획 취재를 통해 꼬꼬면의 비밀을 하나씩 파헤져 봅니다. 마지막으로 이경규씨와 함께 꼬꼬면 상품화에 '산파' 역할을 한 최용민 한국야쿠르트 F&B마케팅1팀 차장에게 그 성공 비결을 들어봤습니다. [편집자말]
 꼬꼬면 상품화에 '산파' 역할을 한 최용민 한국야쿠르트 F&B마케팅1팀 차장
 꼬꼬면 상품화에 '산파' 역할을 한 최용민 한국야쿠르트 F&B마케팅1팀 차장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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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3사 심사위원 셋이) 가위바위보 해서 이기는 사람이 상품화하자."

'꼬꼬면'은 이경규씨가 처음 만들었지만 이 사람이 없었다면 소비자들은 여태 꼬꼬면 맛을 못 봤을지도 모른다. 바로 지난 3월 KBS 2TV <남자의 자격> '라면의 달인' 편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꼬꼬면 상품화를 이끌어낸 최용민(42) 한국야쿠르트 F&B마케팅1팀 차장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8월 초 시장에 나온 꼬꼬면이 큰 인기를 끌면서 최용민 차장도 덩달아 바빠졌다. 그동안 언론사에 불려 다니느라 '본업'마저 헛갈릴 지경이어서 요즘엔 아예 '인터뷰 사절'이란다. 하지만 이천 공장까지 취재하는 마당에 '꼬꼬면 개발자'도 꼭 만나야겠다며 지난 8일 오후 서울 잠원동 한국야쿠르트 본사로 직접 찾아 나섰다.  

"왜 1등 놔두고 꼬꼬면? 상품화 가능했던 유일한 작품"

9층 F&B마케팅팀 문을 여는 순간 익숙한 냄새가 풍겨왔다. 바로 청양고추와 닭고기 국물 냄새가 뒤섞인 매꼼 담백한 꼬꼬면 향이었다. 바로 이곳에서 꼬꼬면이 탄생했구나,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이경규씨 작품에 심사위원 5명이 모두 놀랐어요. 64가지 출품작을 시식했는데 대부분 전복 같은 생물이나 샐러드 같은 것이 들어가 요리에 가까운 작품이었거든요. 왜 그때 1등 놔두고 2등인 꼬꼬면을 택했느냐고 하는데 유일하게 상품화 가능한 작품이었어요."

처음 꼬꼬면을 발견했을 때를 떠올리는 최 차장 표정에선 수십 번 되풀이하더라도 지겹지 않을 듯한 신명이 느껴졌다.

"제가 심사평하며 농담 반 진담 반 라면 3사가 가위바위보해서 이기는 회사에서 상품화하자 제안했는데 그 얘길 듣고 이경규씨가 만약에 상품화 하면 한국야쿠르트에서 연락이 오겠구나, 하는 암시를 느꼈대요. 어떻게 보면 제가 '선방'을 날리고 서로 암시를 주고받은 거죠."

당시 심사위원 가운데는 경쟁사인 농심과 삼양식품 관계자도 있었지만 최 차장만큼 적극적이진 않았다. 농심 쪽 심사위원은 "(이경규씨가) 직접 프랜차이즈하려 할 텐데 되겠느냐"고 답하기도 했다.

"당시 농심 심사위원은 라면 사업이 아니라 외식 사업하는 분이었고 삼양라면은 연구원이었어요. 외식 사업하는 분은 식당용 요리를 생각했을 거고 연구원은 레시피를 고민했을 텐데 저는 마케팅을 하다 보니 관점이 달랐던 거죠. 경쟁사에서도 마케팅 쪽에서 나왔으면 상황이 달라졌겠죠. 나름 운이 작용한 거죠."

- 이경규씨 로열티가 꽤 높다던데.
"(꼬꼬면 매출액) 2%에는 못 미치고 1%대예요. 요즘 연예인 브랜드 상품화를 많이 하는데 톱 연예인은 7%대까지 받기도 해요. 거기 비하면 많은 건 아니죠. 대신 이경규씨가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그 맛을 그대로 재현하라, 신신당부했어요. 이경규씨가 음식 사업을 해본 탓인지 스프도 딱 12g에 맞추고 먹는 것엔 감각이 있었어요. 앞으로 나올 꼬꼬면 CF 모델도 당연히 이경규씨가 돼야겠죠."

 지난 7월 말 처음 생산한 꼬꼬면을 들고 포즈를 취한 최용민 한국야쿠르트 F&B마케팅1팀 차장(왼쪽)과 개그맨 이경규씨.
 지난 7월 말 처음 생산한 꼬꼬면을 들고 포즈를 취한 최용민 한국야쿠르트 F&B마케팅1팀 차장(왼쪽)과 개그맨 이경규씨.
ⓒ 한국야쿠르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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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면 인기는 소비자 자발적인 것... 반짝 인기 아냐"

결국 한국야쿠르트는 이경규씨에게 브랜드 사용료(로열티)를 지불하기로 계약하고 4개월 개발 과정을 거쳐 지난 8월 2일 꼬꼬면을 시장에 내놓았다. 별다른 광고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남자의 자격>에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데다 먹어본 소비자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꼬꼬면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결국 대형마트에서 '품절 사태'가 이어지며 언론의 집중조명까지 받게 됐다.

마침 이날 낮 무교동에 있는 한 분식집에서 '이경규 꼬꼬면'을 시켜 먹은 얘기를 꺼내자 최 차장은 무척 반가워했다.

"라면 마케팅의 끝장은 분식집 메뉴로 등록되는 겁니다. 안되면 인위적으로라도 해야 하는 건데 이미 자발적으로 되고 있으니 마케팅은 끝났다고 봐야죠."

하지만 '끝장'을 얘기하기엔 좀 이른 상황이다. 꼬꼬면이 나온 지 고작 한 달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생산을 중단한 '신라면 블랙'이 아니더라도 라면 시장에선 한두 달 반짝하다 사라져간 브랜드가 얼마든지 넘쳐난다.

"지금은 라면사업에서 철수한 한 식품회사에서 만든 '이라면'이 한때 '뻥'하고 인기를 끌었다 '쫙'하고 내려간 적이 있어요. 그때는 광고의 힘이었지 지금처럼 소비자 자발적인 건 아니었어요. 기업에서 미는 힘에는 한계가 있는 거죠. 신라면 나오고 한창 매운맛 라면 전쟁이 벌어져 열라면, 핫라면 이것저것 나왔을 때 우리도 쇼킹면을 내놨는데 2년 동안 광고비 50억 원 투자하고 모델만 3~4명 바꿨지만 반짝하다 쫙 내려갔어요. 그때 가만히 있던 신라면만 키워준 꼴이 됐죠."

"품절 사태, 희소성 마케팅 아냐... 공급량 늘릴 것"

하지만 꼬꼬면 인기 이면에는 잇따른 '품절 사태'에 따른 소비자들의 호기심과 언론의 관심이 한 몫 한 것도 사실이다. 일부에선 한국야쿠르트가 꼬꼬면 공급을 적게 해서 일부러 관심을 끄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희소성 마케팅은 절대 아니에요. 초기 생산 능력으로 충분히 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거죠. 현재 주문량은 월 1500~1600만 개 수준인데 지금은 월 1000만 개 정도 공급했고 9월엔 1350만 개, 그 이후엔 1500만 개에서 2000만 개까지 늘어날 거예요."

- 그래도 품절 상태가 오래가면 소비자 반발을 살 수도 있지 않겠나.
"다행히 지금은 소비자들이 기다려주고 있어요. 공급이 부족한 이유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고 내년 1~2월쯤 되면 공급이 제대로 된다고 하니까 그래도 기다린다고 하니까요."

지난달 유통업체들의 '꼬꼬면' 주문량은 하루 50만 개 수준이던 반면 공급량은 하루 20만 개에 불과했다고 한다. 최근 여름철 주력상품이었던 팔도비빔면 생산까지 줄이고 꼬꼬면 생산에 집중하면서 하루 생산량이 60만 개로 늘어났지만 여전히 늘어난 주문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런 와중에도 출시 한 달만인 지난 4일 꼬꼬면 생산량은 1000만 개를 돌파했고, 8월 한 달 60억 원어치를 팔아 팔도라면 전체 매출 150억 원 가운데 40%를 차지했다.  

 9일 오전 경기 이천시 부발읍 무촌리 한국야쿠르트 이천공장에서 꼬꼬면이 생산되고 있다.
 9일 오전 경기 이천시 부발읍 무촌리 한국야쿠르트 이천공장에서 꼬꼬면이 생산되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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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간 소고기 맛 국물이 지배... 바꾸려는 욕구 있어"

'꼬꼬면'은 이름에서 연상되듯 닭고기로 국물을 냈지만 청양고추를 넣어 느끼한 맛을 없애 보수적인 라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그동안 소고기맛 국물에 익숙해진 소비자들 입맛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쉽지 않다.

"48년 동안 우린 소고기 국물만 먹었어요. 처음 일본에서 라면을 들여왔을 땐 닭고기 국물로 나왔는데 우리 국민들이 소고기를 선호해서 곧 소고기 국물로 다 바뀌었어요. 48년 동안 1가지 맛이 지배했는데 이젠 바꾸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어요. 닭고기 국물도 맛이 있어요. 꼬꼬면은 느끼하기보다 담백한 맛과 청양고추의 칼칼한 맛이 조화를 이뤘어요."

심지어 꼬꼬면 건더기 스프에는 동결건조시킨 닭가슴살이 들어간다. 농담 삼아 "혹시라도 조류독감이 번지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지 않겠나"라는 질문을 던졌더니 당황하기는커녕 '준비된' 답변이 돌아왔다.

"조류 독감이 주로 겨울에 오잖아요. 겨울이 오긴 전에 미리 닭고기 원료들을 확보해 두었다고 겨울철에 쓰는 거죠. 식품 안전은 미리미리 대비하고 있어요."

하지만 꼬꼬면이 삼양 나가사키우동 등 흰 국물 대표주자로 부각되며, 빨간 국물 신라면과 대비되는 데는 조심스러워했다.

"일부러 하얗게 만든 게 아니라 꼬꼬면 맛의 속성이 하얀 거예요. 언론에서 신라면 빨간 국물과 대결 구도를 부각시키던데 국물이 하얀 건 농심 후루룩 국수나 설렁탕면, 너구리도 있지만 영역 자체가 달라요. 짜장면, 우동라면, 비빔면처럼 꼬꼬면도 한 포지션으로 자리잡았으면 해요. 신라면하고 싸울 정도는 아니고 그저 '롱 런'하길 바랄 뿐이죠."

"신라면 블랙 실패, 그 가격에 가치 못 느낀 탓"

 신라면 블랙과 꼬꼬면
 신라면 블랙과 꼬꼬면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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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라면 시장은 연간 약 1조 8천 억 원 정도 시장을 놓고 250개가 넘는 라면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신라면, 안성탕면, 삼양라면, 너구리우동 등 20년 넘은 10여 개 브랜드가 시장 절반을 차지할 만큼 시장이 고착화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꼬꼬면이 등장하자마자 월 1000만개를 생산한 것은 라면업계에서도 놀랍게 받아들일 정도다.

"재구매 시점을 대략 3개월 정도로 보는데 지금도 재구매가 느껴져요. 편의점 바이어에게 확인해보면 매장마다 하루 10개 정도씩 할당하는데 사간 사람이 또 사간다는 거예요. 어떤 바이어는 꼬꼬면이 신라면보다 10배 팔린 날도 있다고 하고, 주문한대로 물량만 주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팔릴 거란 얘기도 해요. 그렇다고 어느 한 곳만 많이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지금은 대형마트나 편의점별로 모두 같은 양을 할당해주고 있어요."

신라면 소비자가격이 730원인데 꼬꼬면은 1000원으로 비싼 편이다. 1600원에 내놓았던 신라면 블랙에는 못 미치지만 가격에 민감한 라면 소비자들 선택에는 불리한 요소다.    

"가격을 정할 때 신라면 블랙을 생각하진 않았어요. 원형을 살리다보니 일반 라면보다 비싼 가격대가 책정된 거예요. 소비자들은 가치가 가격 안에 있으면 지불한 용의가 있어요. 신라면 블랙이 실패한 건 그 가격에서 가치가 안 나왔기 때문이에요. 공정위 조사가 아니었더라도 소비자들이 신라면 블랙 1개보다 신라면 2.3개가 낫다고 판단한 거죠. 어차피 라면을 건강 생각해서 먹는 것도 아닌데 '보양식'이란 문구도 아니었고."

최 차장은 16년 전 한국야쿠르트에 입사한 뒤 라면공장 품질관리(QC)부터 라면 개발과 라면 마케팅 등 라면 사업에서만 '한 길'을 걸어왔다. 뿐만 아니라 지난 1999년 국내 최대 라면 동호회인 '라면천국'을 만들어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고 라면 요리 책도 직접 낸 '라면통'이다. 이렇듯 라면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해온 최 차장이기엔 '꼬꼬면'에 거는 기대는 더 각별할 수밖에 없다.   

"요즘도 왕뚜껑, 팔도비빔면이 농심에서 나오는 줄 아는 사람들도 있어요. 꼬꼬면 덕에 기업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됐죠. 팔도가 전체 라면 시장에서는 4위지만 용기면에서 2위고 제가 개발한 '왕뚜껑' 브랜드 인지도는 1위예요. (라면 업계) 1등은 어럽겠지만 업계 순위 변화를 조심스럽게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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