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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에 수업을 들어가는 반 아이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수업할 때 이렇게 열정적으로 수업하시는 게 감동이었다'며, '처음 만날 때부터 뭔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있었단다. 그러면서 '혹시 이 선생님, 전교조가 아닌가하고 생각했는데 진짜였다, 바다에 소금은 3%이지만 그 소금 때문에 바다가 썩지 않는다는데 선생님이 소금같다, 앎을 실천하는 삶을 살고 계신 선생님을 존경한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필자가 올해 고교 2학년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반 학생으로터 받은 편지.
▲ 학생이 보낸 편지 필자가 올해 고교 2학년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반 학생으로터 받은 편지.
ⓒ 이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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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웠다. 왜곡된 교육현실을 바꾸지 못하면서 단지 열심히 했다고 존경받기에는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에 대해 취해야 할 교사의 마음가짐이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교사 개인으로서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되, 그것을 많은 교사들과 공유하려는 움직임이 지금 인천에서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혁신학교운동'이 그것이다. 이 운동은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교육운동을 '수업'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점에서 이 운동이 갖는 파급력은 작지 않다. 일례로 지난 상반기 인천시청에서 열린 '학교혁신국제심포지움'에 참여한 인천 관내 교사 등이 250여 명이 넘었는데 이 행사를 주관한 기관들도 놀랐을 것이다.

아무튼, 그 후 다시 학교로 돌아와 '그래, 정규수업 한 번 잘 해보자'며 수업 준비를 정말 멋지게 해보려는 순간, 밀려드는 업무들과 보충수업 때문에 정규수업을 내실 있게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음을 절감하게 된다. 근무시간뿐 아니라 하루 종일 결코 게으르지 않게 학교일을 해치웠어도 정규수업준비를 제대로 못한 채 수업에 임하게 되는 것이다.

이 점, '혁신학교운동'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정규수업 내실화를 저해하는 학교운영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천의 낙후된 교육 시스템을 '강제방과후학습'의 비효율성 측면에서 그동안 꾸준히 비판해 왔던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 비판을 수용한 것일까. 인천시교육청은 올해 5월에 인천 관내 전역의 중, 고등학교에서 '야자' 강제금지 관련 공문을 시행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일선 중고등학교들이 이 교육청 지침을 별로 따르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레임덕 현상이 교육청에도 나타나는가.

사실, 교육청의 권위를 걱정할 여유가 없다. 왜냐하면 설사 모든 학교들이 교육청의 지침을 일사분란하게 따른다 해도 문제의 핵심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방과 후에 교과공부 말고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청소년 교육활동프로그램이 전무하다시피 한 현재 상황에서 사교육 시장은 더욱 더 기승을 부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라고 교육청에 요청하는 것은 무리일까. 또, 학교 밖에서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전인교육의 인프라 구축을 요구하는 것은 교육청을 과대평가하는 것일까.

초등학교 수업현장. 수업시간인데도 아이들이 행복해 한다. 중, 고등학교에서도 이와 같은 행복한 수업을 꿈꾸는 것은 단지 이상에 그치는 것일까.
▲ 행복한 아이들 초등학교 수업현장. 수업시간인데도 아이들이 행복해 한다. 중, 고등학교에서도 이와 같은 행복한 수업을 꿈꾸는 것은 단지 이상에 그치는 것일까.
ⓒ 전교조인천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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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에 대한 재개념화, 교육철학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 없이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교육에 대한 철학적 인식은 고사하고 통계로 나타난 '학력꼴찌 인천'의 멍에에서 벗어나려고만 수동적으로 몸부림치고 있는 것 또한 현재 인천시교육청의 모습이다. 따라서 이제는 교사들이 나서서 교육 전반에 대한 지형(地形)을 바꾸려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인간으로서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교육의 궁극적 목표임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대부분이 현실을 탓하며 어쩔 수 없이 경쟁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불행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하지만 지독하게도 경쟁교육을 강조하는 우리나라는 역설적으로 교육경쟁력이 상당히 낮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는 언제나 중하위권을 맴도는 학력부진(?)의 나라 독일은 국가경쟁력은 왜 그렇게 높을까?

이에 대학과 사회가 요구하는 경쟁 대열에 합류하지 않아도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현실적 인식이 교사와 학부모에게 필요하다. '행복교육'이 '경쟁교육'보다 더 경쟁력이 있는 교육이 된다는 철학적 인식을 교사와 학부모가 가지는 것, 그리고 이를 전인교육의 방식을 통해 학생들과 함께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대한민국 교육을 선순환으로 전환할 수 있는 첫 번째 구체적 해답이 된다.

두 번째, 인식의 변화는 실천을 낳는다. 따라서 정규수업이라는 '알맹이'를 위해 헌신하는 교사문화 구축을 실천의 중심으로 삼자. 그리고 그 알맹이를 위태롭게 하는 무수한 교육현장의 '껍데기'들, 이를테면, 관행답습과 권위주의, 승진만을 위한 실적축적 풍토, 강제 및 경쟁 강조의 교육, 학교 현장의 변화가능성에 대한 거부 또는 좌절 등은 어느 시인의 외침처럼 '가라!'고 외쳐야 한다. 그리고 그 외침은 홀로가 아니라 여럿일 때 힘을 얻는다.

덧붙이는 글 | 인천교사신문에 실린 글을 보완하였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학벌사회, #경쟁교육, #새로운학교, #혁신학교,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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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대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의 문제를 제시하고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도록 글로써 힘을 더하고자 하는 작은 돌멩이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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