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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맞아 지난 7월 9일부터 8월 12일까지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월드프랜즈코리아, 2011 대한민국 IT 봉사단'의 일원으로 아프리카 북서부에 위치한 모로코 왕국(Kingdom of Morocco)에 대한민국의 앞선 정보기술과 문화를 전하고 왔다.

그 과정에서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지척인 아프리카 왕국이라는 정치적 정체성과 99%가 이슬람교인 종교적 특징이 조화된 독특한 현지문화를 경험했다. '모로코에서의 한 달'은 그 경험의 일부다. <기자 말>

아단, 민방위 훈련을 알리는 경보?

모로코에 오면 제일 먼저 익숙해져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알라후 아크바르(아랍어로 '알라는 위대하도다' 라는 뜻)'로 시작되는 마을의 모스크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예배를 알리는 소리이다. 마을 전체에 울리도록 크게 들린다.

모스크는 무슬림들 생활의 중심에 있는 성소이다.
 모스크는 무슬림들 생활의 중심에 있는 성소이다.
ⓒ 곽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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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교에서는 하루에 다섯 번씩 예배를 드리는 것을 의무로 하기 때문에 이 '아단'이라고 불리는 예배선언도 하루에 다섯 번을 들어야 한다. 모로코에 도착하고 아단 소리가 흘러나오자  우리 교육생 마즈다가 "놀라지마, 모로코에 왔으면 아단 소리에 익숙해 져야 해"라고 얘기해 주었다.

그 덕분에 아단 소리가 들릴 때마다 모로코에서도 민방위 훈련을 이렇게 자주 하나라고 오해할 염려는 없었다. 하루의 첫 기도는 새벽 기도인데 새벽 4시경쯤에 아단 방송이 나온다. 깊이 자는 나는 한 달 내내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지만 조그만 소리에도 잘 깨는 단원은 어김없이 4시면 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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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온유, 허현정

아단 방송이 흘러나오면 흰 질레바(djellaba)를 입고 챙이 없는 모자인 타키야(taqiyah)를 쓰고 목에는 예배 때 사용하는 깔개인 사자다(sajada)를 두른 사람들이 하나 둘 모스크(mosque 이슬람교의 예배소)로 모인다.

우리가 봉사하는 기관에서 우리를 도와준 독실한 무슬림 청년 아하메드는 우리와 함께 시장을 거닐면서 얘기를 하다가도 갑자기 '내가 가봐야 해서'하고는 홀연히 사라지곤 했다. 알고 보니 아단 방송이 나온 후 15분 정도 후에 모스크에 모이는 것이어서 서둘러 모스크로 향한 것이었다. 아하메드는 일하는 중에도 기도시간이 되면 주위에 기도할 만한 곳에서 일을 멈추고 기도한다. 마라케시 기차역에서는 예배를 위한 공간이 따로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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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현정

아하메드는 예배하는 것이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예배를 드릴 때 온몸을 다 사용하는 것이 그 이유란다. 손을 무릎에 대고 절을 한 다음 이마와 손바닥을 땅에 대고 엎드려서 절하는 것을 반복한다. 아하메드의 이야기를 들으니 왜 예배하는 것이 운동이 되는지 알 것 같았다.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은 저녁 예배에는 더욱 사람이 많다.

저녁예배 풍경. 사람이 많은 경우에 모스크 밖에서도 예배를 하기도 한다.
 저녁예배 풍경. 사람이 많은 경우에 모스크 밖에서도 예배를 하기도 한다.
ⓒ 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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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는 내 가슴속에 있다

예배가 끝난 후에는 모스크 밖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지낸 살레(Salé)의 조그만 마을에 있던 모스크 가까이에는 노천 카페가 제법 모여 있었다. 음료나 커피가 6디람 정도 하니 천 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못 다한 얘기를 늘어놓기에는 노천 카페만한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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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현정

이슬람교가 국교인 모로코에서는 무슬림(Muslim 이슬람교도)이 아닌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100명에 99명은 무슬림이기 때문이다. 마을마다 모스크가 없는 곳이 없고, 집집마다 코란 구절을 적어 놓은 액자를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개인마다 신앙심의 차이는 존재한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모스크에 가는 아하메드가 있는가 하면 우리가 봉사했던 기관의 기관장 아저씨는 한 달 내내 모스크에 가신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집에서 예배하는 모습을 본 적도 없다. 그 궁금증을 삭이던 나는 마침내 저녁시장을 산책하는 길에 모스크를 지나면서 모스크에 안 가시는 이유를 물었다. 아저씨는 머쓱한 웃음을 지으시며 말했다.

"알라는 항상 내 가슴속에 있어요."

아저씨의 쌍둥이 동생인 하산과 드리스 역시 독실한 무슬림은 아니었다. 아하메드는 무슬림이 아닌 여성과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한 반면에 하산과 드리스는 무슬림이 아닌 여성과도 결혼 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슬람교에서는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술도 금기시 한다. 따라서 도시의 대형마트가 아닌 한, 마을의 상점에서 맥주 한 캔을 찾는 것조차 불가능이다. 하지만 이슬람교가 금기시 하는 술에 대해서도 하산과 드리스는 항상 '술, 문제 없어(Drink, no problem!)'를 외쳤다.

한번은 이런 아하메드와 하산과 드리스 사이에서 싸움이 날 뻔한 적이 있었다.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하다가 결국은 어떻게 생활하는 것이 진정한 무슬림인가 라는 주제로까지 번졌다. 이슥한 밤에 길거리에서 말하고 있었던 터라 언성이 높아지니 동네가 시끄러워졌다. 결국은 옆집에 잠을 자던 아저씨가 시끄럽다고 한소리를 하자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싸움이 그치지 않았는지 골목에서 사라질 때까지 목소리가 사그라지지 않았다.

어디서나 그렇듯 모로코에서도 종교에 관한 주제로 이야기를 하면 가벼운 얘기를 하다가도 모두가 진지해진다. 각자 신앙심의 차이는 있지만 자신이 무슬림이라는 사실은 같다. 1년에 한 달 금식을 하는 라마단 기간 동안 라마단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설명해준 사람이 바로 드리스였다. 이슬람에 대해 묻는 질문에 드리스는 항상 아하메드와 더불어 열심히 대답해주곤 하였다. 모로코에서 이슬람은 그들의 일상을 관장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태그:#무슬림, #모스크, #꾸란, #코란, #모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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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행복한 만큼 다른사람도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세계의 모든사람이 행복해 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세계에 사람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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