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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A는 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의 약자다. 공동체가 지원하는 농업이란 뜻이다. 우리말로는 원어 그대로 번역하여 '공동체 지원농업'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지역사회 지원농업', 혹은 지원하는 소비자 계층을 직접 지칭하는 '시민지원농업' 등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구조는 단순하다. 한 농가나 혹은 여러 농가가 다수의 소비자와 미리 계약관계를 맺고 1년 동안 생산할 농산물의 품목과 수량을 결정하여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품목은 대체로 50여가지 정도이며 신선도가 생명인 과일과 채소류가 주종을 이룬다. 물론 먹거리의 소비자의 안전을 배려해 대다수의 농장이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업을 지향한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농사 시작 전에 미리 돈을 낸다. 농민의 안정적 생산을 돕기 위해서다.

중요한 것은 CSA가 단순히 생산과 소비만으로 연결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일손돕기나 수확체험, 주말농장 등 여러 형태로 생산에 깊이 개입한다. 이 과정에서 상호연대에 기반한 탄탄한 신뢰관계가 구축된다. 관계가 발생하고 거기에 인간이 살아 숨쉰다. 일반 유통업체들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CSA만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CSA의 이웃 일본이 원조로 알려졌다. 70년대 초에 일본의 공해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되었을 때 가정주부가 중심이 되어 소비자들이 안전한 식품을 얻기 위한 모임들이 만들어지고, 적극적으로 유기농업생산자와 연대를 맺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도쿄에서 설립된 '유기농업연구회'가 73년에 농가에서 직접 생산한 야채 등을 소비자에게 보냈던 산소(생산자-소비자의 약어)제휴운동이 공식적인 공동체 지원농업의 효시라고 한다. 현지에서는 '테이케이'운동이라고 하는데 제휴라는 단어의 일본어 발음이다. 현재 NPO(비영리 민간단체)법인으로 등록된 일본 유기농연구회원은 약 3천명에 이른다.

70년대 일본에서 시작한 제휴운동은 미국과 캐나다, 영국, 프랑스 같은 나라들이 배워가서 CSA라는 이름으로 활성화되기에 이른다. 85년에 미국과 캐나다에 이들 모델이 소개되면서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1700여 CSA가 활동하며 소비자는 1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프랑스에서 크게 발전하고 있으며 대략 1000여개의 CSA가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90년대 중반이후 네덜란드, 벨기에, 영국 등 유럽국가들의 관심이 증대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확산, 정착되고 있다.

90년대 들어 생산자-소비자 관계를 근거리에서 맺고자하는 움직임(로컬푸드)의 핵심으로 CSA가 떠올랐다. 일본의 제휴운동이 로컬푸드의 장점을 고루 갖췄기 때문이다. 로컬푸드는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지역에서 바로 소비하는 근거리 소비를 지향한다.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아 유통과정에서 발생되는 비용을 줄이고 신선한 농산물을 먹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게다가 소비자와의 소통과 거래가 활발해져 농업을 지속적으로 영위하는데 보탬이 된다. 요컨대 CSA는 소비자와 농민간 물리·사회적 거리를 좁히는 경제·환경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시스템이다.

우리나라에서도 CSA를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 그 움직임은 미미하다. 전국적으로 흩어진 생산자들과 다수의 도시 소비자 사이에서 매우 약한 형태의 생산자-소비자 관계맺기 방식만 존재하는 우리 농촌의 현실에 정착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 농업이 여전히 작목반 위주의 주 작목 대량생산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CSA확산의 큰 걸림돌이기도 하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전북 완주군의 로컬푸드 꾸러미 사업은 한국적 CSA의 좋은 사례가 될 만하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이 사업은 지역농업과 지역내 먹거리 문제 해결을 위해 완주군과 완주군 로컬푸드 영농조합법인 '건강한 밥상'이 함께 추진해 왔다. 소농, 고령농 및 다양한 마을기업이 힘을 합쳐 생산한 제철 먹거리를 꾸러미 형태로 인근 도시민에게 직접 배달하는 획기적인 시스템이다.

농촌인구 7%. 현역 농가연령 70세. 농촌은 늘 위기다. 완주군의 사례를 거울삼는다면 CSA가 농촌 위기극복의 좋은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단점을 뒤집는 발상의 전환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한국적 CSA가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동양일보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CSA, #공동체지원농업, #로컬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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