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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미국 쇠고기가 한국에 반입되는 상황이 선거 표심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수입 시점을 선거 이후로 미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키리크스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2008년 5월 8일자 3급비밀(confidential) 미 국무부 외교전문은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와 이상득 당시 국회부의장의 대화 내용을 보고하고 있다. 이 대화에서 이 부의장은 공식적인 쇠고기시장 개방을 6·4 재보궐선거 이후로 미루는 것이 이명박 정부에 정치적으로 이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부의장은 "6·4 재보선 이전에 미국 쇠고기가 한국으로 반입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6·4 재보궐선거의 주요 이슈가 될 것이고, 이렇게 (미국 쇠고기가 수입)되면 한나라당 후보들의 낙선 사태가 일어나 이명박 대통령에게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선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쇠고기 합의를 마무리 짓는 게 (한국 정부에) 도움이 된다"는 것.

 

이에 대해 버시바우 대사는 "한국은 이미 몇 번이나 연기를 해왔으므로, 재보선 이후까지 기다리는 것은 미국의회의 대한국 신인도를 떨어뜨릴 것"이라며 부정적 의견을 밝혔지만, 이 부의장은 "정부 간 신뢰가 있는 상태에선 실제적인 정치적 이해에 따른 사소한 연기는 별다른 차이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의장은 또 원래 자신은 쇠고기 시장이 재개방 돼 한국 국민들이 미국 쇠고기를 먹게 되는 게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 지론이지만, 재보선 패배라는 잠재적 손실을 생각해 마음을 바꿨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또 한국이 쇠고기 문제를 극복하는 것에는 미국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도 전면 개방하는 내용의 한·미 쇠고기 합의가 나온 것은 2008년 4월 18일이다. 이 전문이 작성된 시점은 야당과 시민사회의 졸속협상 비판과 백지화 요구가 이어졌지만 정부는 여전히 쇠고기 개방 강행 의지를 밝히고 있던 시기. 이 전 부의장은 6·4 재보선 전에 미국 쇠고기가 한국에 들어오는 것은 선거참패를 부를 악재로 판단하고 이를 뒤로 늦춰달라고 요청한 것.

 

자의든 타의든 이 전 부의장이 우려했던 미국 쇠고기 반입 시점은 6·4 재보선 이후로 미뤄졌다. 쇠고기 합의 내용에 분노한 시민들의 촛불시위가 연일 계속됐고, 여권 내에서도 재협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추가협상 국면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또 결과적으로 6·4 재보선보다 한참 뒤에 미국 쇠고기가 수입됐지만, 선거는 한나라당 참패였다. 한나라당은 공천자를 낸 기초단체장 선거구 6곳 가운데 경북 청도 1곳에서만 승리를 거뒀다.

 

이 전 부의장은 이같은 외교전문 내용을 부인했다. 이 전 부의장은 5일 <오마이뉴스>가 관련 내용의 진위 여부를 문의하자 "쇠고기 문제에 대해선 전혀 이야기 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 현인택 "쇠고기 시장 개방 뒤 MB 방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전문에는 2008년 5월 촛불사태를 야기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일 때부터 한·미 정상회담과 연계해 논의됐다는 내용도 있다. 

 

2008년 1월 18일자 미 국무부 외교전문은 버시바우 대사와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이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현인택 통일부장관이 1월 17일 만나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일정을 논의한 내용을 담고 있다.

 

현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 장소로 부시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가 이상적"이라고 제안했고, 최 위원장은 "4월 9일 국회의원 총선거 등 국내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해 방미 일정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한국에서 미국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 뒤, 4월에 미국을 방문한다면 더 나을 것" 이라고 말했다. 미국 쇠고기 수입 재개를 한·미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고도 해석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현 장관은 "이명박 당선자가 쇠고기 이슈의 정치적 민감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 쇠고기 시장이 미국에 개방된 뒤 방미가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 쇠고기 협상 타결은 4월 18일,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그 하루 뒤에 이뤄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인 인수위 시절부터 미국산 쇠고기 개방에 대한 한·미 간 공감대가 있었으며, '쇠고기 시장 개방을 대가로 한·미 정상회담을 얻어냈다'는 비판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미 쇠고기 협상과 한·미 정상회담의 시점을 미리 조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같은 의혹에 대해 청와대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태그:#이상득, #쇠고기, #버시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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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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