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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전 타목 김종흥선생이 장승을 만드는 모습이다.
 4년 전 타목 김종흥선생이 장승을 만드는 모습이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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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어느 날 휴가차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하게 되었다. 처음 방문한 곳이기에 이곳저곳을 구경하다보니 어두워지는 줄도 모르고 훌쩍 시간이 흘렀다. 하회마을 입구 숙소에서 하룻밤을 자게 되었고, 이른 아침 산책을 하던 중 타목 김종흥 선생을 우연히 만날 수 있었다. 질끈 동여맨 희끗희끗한 긴 머리가 언뜻 범상치 않은 분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목석원이라는 푯말이 붙은 가게 마당에서 나무에 물을 주고 있었는데 그때는 그분이 장승을 만드는 유명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입구에는 다양한 종류의 장승들이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듯 다양한 표정으로 자리 잡고 있어 어떤 장승은 귀엽기까지 했다. 어릴 적 친구가 사는 동네를 방문할 때 부리부리한 눈과 험상 궂은 표정으로 마을입구에 서있는 장승을 보며 무서워 그 길을 피해 다른 길로 다닌 기억도 있다.

그 분 특유의 편안함으로 다가오더니 어디에서 왔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등등 여러 가지를 물어 보기에 사진을 하는 사람이고 인터넷뉴스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고 있다고 말했더니 친절하게도 장승을 만드는 특별 공연을 보여주겠다며 준비를 하는 것이다. 얼떨결에 나는 그 분의 장승 만드는 과정부터 의식행사까지 모든 과정을 단독 촬영을 할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되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중요 행사가 있을 때면 그 분은 내게 안내 팸플릿을 보내오곤 했다.

하나하나 세심한 배려와 다양한 표정으로 기와 혼을 불어넣으며 힘을 들여 조각해 소나무를 장승으로 탄생시켰는데, 당시 내게는 충격으로 각인되었다. 스스로 '장승쟁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장인이었다.

 타목 김종흥선생과 차부회 은윹탈춤보존회 부이사장이 장승을 세우고 있다.
 타목 김종흥선생과 차부회 은윹탈춤보존회 부이사장이 장승을 세우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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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승을 세우고 쑥을 태워 잡귀를 몰아내는 의식을 하고 있다.
 장승을 세우고 쑥을 태워 잡귀를 몰아내는 의식을 하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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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일 인천 수봉민속놀이마당에서 '은율탈춤보존회'가 주최하는 시민과 함께 하는 작은 축제가 열렸다. 이곳에서 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 하회별신굿탈놀이와 제108호 목조각 이수자인 타목 김종흥 선생의 전통장승2기와 은율탈춤장승2기 모두 4기가 세워지는 행사가 있었다.

원래는 민속놀이마당에 장승이 세워져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불을 질러 2기는 모두 전소 했고 2기는 세월이 흘러 노후해 새 장승을 세우기로 했는데, 타목 김종흥 선생께 의뢰하여 4일 시민과 함께하는 축제 때 세우기로 했다고 은율탈춤보존회 차부회(52) 부이사장은 말한다.

 장승눈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점안식을 하고 있다.
 장승눈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점안식을 하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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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승 머리를 3번 부딪혀 합궁식을 하고 있다.
 장승 머리를 3번 부딪혀 합궁식을 하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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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승을 만들기 시작한 계기와 장승을 세울 때 치르는 의식을 설명해 주신다면?
"장승은 마을입구나 절 입구에 세우게 되는데 잡귀나 질병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수호신으로 여겨져 왔죠. 30년 전쯤 장승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하회마을에 살고, 하회탈춤을 추면서 자연히 하회탈에 관심도 있었지만 동시에 전통문화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장승 깎는 일도 열심히 했어요. 저에게 장승의 변화무쌍한 표정은 '경이'그 자체였어요.

처음에는 나무를 심고, 밭농사를 지으면서 장승을 한 두기 씩 세우다가, 90년대에 들어 지금의 목석원에 정착을 하였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얼굴인 장승이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까워 모험을 계속 해 온 겁니다.

장승을 세울 때의 예식은 먼저 장승 이름을 쓰고, 점안식이라고 눈동자에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그러고는 술과 떡을 먹여주고 옷을 입힙니다(채당식). 다음 머리를 부딪히며 합방을 합니다. 다음에 장승을 세웁니다. "

- 무형문화유산인데 후계자 양성은 하고 있나요?
"물론 하고 있는데 생계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은 꺼리는 편이죠. 우리정서에 잘 맞고 우리 것을 전승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지만 열악한 환경 때문에 쉽게 이 길을 가려 하지 않아요. 특히 외국인들도 좋아하는 우리 것이 사라질까봐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 없이는 힘들어요."

 장승을 만들기 전 쑥을 태워 잡귀를 몰아내고 있는 의식
 장승을 만들기 전 쑥을 태워 잡귀를 몰아내고 있는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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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목 김종흥 선생이 장승을 만들고 있다.
 타목 김종흥 선생이 장승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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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승에 '지하여장군', '천하대장군'이라는 이름을 새기고 있다.
 장승에 '지하여장군', '천하대장군'이라는 이름을 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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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 만들기의 독보적인 존재 타목 김종흥 선생. 구슬땀을 흘리고 혼을 불어넣으며 장승 만드는 작업을 하는 그에게서 강인한 우리 민족의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퍼포먼스에 이어 은율탈춤보존회의 탈춤이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중요무형문화재 61호인 은율탈춤. 황해도 서쪽지역의 중심지였던 은율은 곡창지대여서 임산물이 풍부했다. 반란이 일어나자 난리를 피해 섬에서 나오면서 얼굴을 가리기 위해 탈을 쓰고 나왔는데 그것이 유래가 되어 은율탈춤이 전해져 내려왔다고 한다.

 인천 수봉민속놀이마당에서 탈춤꾼들이 관객에게 은율탈춤을 보여주고 있다.
 인천 수봉민속놀이마당에서 탈춤꾼들이 관객에게 은율탈춤을 보여주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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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율탐춤공연이 벌어지고 있는 인천 수봉민속놀이마당
 은율탐춤공연이 벌어지고 있는 인천 수봉민속놀이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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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봉민속놀이마당에서 투호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
 수봉민속놀이마당에서 투호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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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율탈춤관에 소속되어 있고 지역행사가 있을 때 '나나니' 타령을 부르는 무형문화재 김미숙(46)씨와 박실근(67)씨 일행도 이번에는 공연을 하지 않고 타목 선생의 퍼포먼스를 볼 수 있어 즐거웠다고 한다.

장승 퍼포먼스를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많은 사진가들이 운집해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놀이 마당에 울려 퍼진다. 인천에 살고 있는 사진가 김재선(46)씨는 "타목선생의 장승퍼포먼스를 꼭 한번 담아보고 싶었지만 안동까지 가야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했다"며 "마침 가까운 곳에서 공연이 있어 마음껏 담을 수 있어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한다.

마당 한편에는 탈 그리기, 탈 써보기, 투호, 탈춤 따라 배우기, 추억의 뻥튀기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 되어 있어 아이들도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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