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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부터 2011년 <오마이뉴스> 지역투어 '시민기자 1박2일'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이번 투어에서는 기존 '찾아가는 편집국' '기사 합평회' 등에 더해 '시민-상근 공동 지역뉴스 파노라마' 기획도 펼쳐집니다. 맛집, 관광지 등은 물론이고 '핫 이슈'까지 시민기자와 상근기자가 지역의 희로애락을 낱낱이 보여드립니다. 8월 지역투어 지역은 강원도입니다. <편집자말>

상지대는 대학 민주화를 위한 끈질긴 노력과 헌신적인 투쟁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 상지대가 지금 나쁜 정부와 부패한 구재단에 의해 앙면으로 도전받고 있다. 다시 대학 민주화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30년을 끌어온 상지대 민주화를 위한 마지막 싸움이 될 것이다.

 

상지대, 두 개의 흐름 두 가지 고민

 

지금 상지대에는 두 개의 흐름이 공존하고 있다. 하나는 지난해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상지대를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비리주범 김문기에 넘겨주는 것에 반대하며 서울과 원주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치열하게 싸우던 그 투쟁의 흐름이다. 이 투쟁은 비단 사분위에 대한 저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미 80년대부터 강력한 정치적 동원력을 행사했던 김문기 비리재단에 맞서 투쟁을 시작한 이래로 한 번도 쉼 없이 이어져온 것이며, 지금은 상지대의 역사와 현실 그리고 생활이 되어버린 흐름이다.

 

또 하나는 지방대학인 상지대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흐름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대학은 위기에 직면해 있고 지방 소재 사립대학에서는 이 위기가 절박한 생존의 문제로 다가온다. 대학의 발전이 정체되는  문제가 아니라 대학 입학생 자체가 반토막으로 줄어드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다. 현재 대학입학 정원이 58만 명인데 출산율 저하로 5~6년 후에는 고등학교 졸업자의 규모가 대학입학 정원보다 적어지고 다시 5~6년 후에는 고등학교 졸업자의 규모가 40만 명 수준으로 감소한다. 고등학교 졸업자의 90%가 대학에 진학한다고 가정할 때 대학지원자의 수가 입학정원보다 약 25만 명 정도 부족해지는 미증유의 대학대란이 도래하는 것이다. 그러니 발전이 아니라 생존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56년 역사의 상지대는 비리재단으로부터 대학의 민주화를 지키는 과제와 함께 지방대학인 상지대를 발전시켜 다가올 대학대란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과제는 우리가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둘 중의 하나를 선택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것이 현재 대학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의 처지인데 나쁜 정부와 비리 구재단이 안정된 대학에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상황이니 몹시 힙겹다.

 

상지대에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기존의 모든 가치관이 뒤죽박죽 되어버린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겠지만, 도둑놈에게 치안을 맡겨버린 꼴이 되어버렸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고 통탄할 일이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직업선택은 자유이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도둑놈은 경찰이 될 수 없고 검사가 될 수도 없다. 도둑놈이기 때문이다. 사기꾼은 성직자가 될 수 없고 거짓말쟁이는 기자가 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공무원, 교수, 교사에게도 유사한 도덕적 자질이 요구된다.

 

수백 수천 번 강조하는 말이지만, 김문기는 상지대의 설립자보다는 중대 범죄자다. 학교에 기여한 바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대학발전의 최대 최고의 인적 장애물이다. 족벌사학비리를 저질러 감옥을 갔다온 것으로도 부족해서 다시금 불법 정치자금 비리를 저지르고 저축은행을 경영하면서 횡령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런 중대 범죄자에게 학교를 돌려주겠다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라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범죄자에게 대학 맡기다니... MB 정부 제정신인가

 

다른 분야는 몰라도 교육에는 철학과 이론이라는 것이 있을 법한데 고색창연한 고담준론으로 표현하지는 못할망정 도둑놈에게 경찰 하라는 망발보다 더 심하게 비리인사에게 교육을 맡으라는 것이니 어찌 납득할 수 있겠는가? 정확하게 표현하면 파렴치범에게 대학을 말아먹으라고 공공연하게 사주하는 꼴이다.

 

이주호 교과부장관은 김문기의 비리는 개인비리이므로 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국회에서 답변했다. 어처구니없는 답변이다. 김문기는 대학에서 쫓겨나 있는 자이므로 사학비리를 저지를 수 없는 지위에 있다. 그렇다면 김문기가 어떤 중대 범죄를 저지르든 모두 개인비리에 불과하므로, 어떤 비리를 저지르든 대학을 운영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이것이 일국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장관의 입에서 나올 법한 소리인가?

 

이명박 정부에는 최소한의 교육철학과 교육정책도 없는 것이거나 아니면 정상적인 공무원이 없다. 교과부와 그 소속 공무원들의 자질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어서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과제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공무원이 예외없이 미친 것은 아닐 것이다. 결국 이 정부의 교육정책이 문제라는 답이 나온다.

 

목숨을 걸고 적과 대치하고 있는 부대의 사령관이 간첩을 지휘관으로 임명하지는 않는다. 냉혹한 시장경쟁 상황에서 경쟁사에 고급정보를 내다파는 산업스파이를 간부로 고용하는 경영자도 없다. 마찬가지 이유로 교육을 말아먹는 교육범죄자는 교육현장에 발을 붙일 수 없다.

 

교육을 생각하는 정부라면 대학을 중대 범죄자에게 맡기지는 못할 것이므로 이 정부에는 교육정책도 없고 대학정책도 없다. 예상컨대 이 정부는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대한민국의 교육을 송두리째 망치고 부패세력에게 대학을 팔아치운 나쁜 정부로 기록되고 단죄될 것이다.

 

정부가 결정하면 모두 정당한가? 좋은 정부라면 그럴 것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이 정부 아래서는 정반대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결정이 먹힐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4대강 사업 문제가 그렇고 세종시 문제가 그랬던 것처럼 비리재단의 복귀는 원천적으로 정당성을 결여한 결정이기 때문에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 사분위와 교과부가 상지대를 김문기에게 돌려주는 결정을 했을 때 비리재단 김문기 측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동의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그 결정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

 

교과부에 의해 이사회라는 것이 구성되었지만 교내에서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개최된 적이 없다. 이사 추천권을 행사한 김문기는 물론 김문기가 추천한 비리이사들 역시 교내에 출입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학 구성원들도 김문기와 비리이사의 출입을 전면 봉쇄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이사장실은 1년 내내 점거상태에 있으며 학생들은 대학본부 앞에 농성천막을 치고 700여 일 넘게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결정을 했지만 집행되지 않는 현실, 그것은 정부의 결정이 잘못되었고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어느 날 갑자기 상지대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었다. 아마도 우연한 일은 아닐 것이다. 감사원 감사는 애초에 반값 등록금 때문에 시작된 것인데 느닷없이 뒤늦게 상지대가 감사대상으로 선정되었다. 반값 등록금 대상도 아니고 부실대학도 아닌데 감사대상에 포함된 것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감사과정에서 궁금증이 일부 해소되었다.

 

교과부 결정에 승복하지 않고 서울 집회에 참석한 교수들을 대상으로 수업 상황을 뒤지는 보복성 표적감사를 시작한 것이다. 더구나 2008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수많은 서울 집회 참석 교수들의 명단은 이 집회를 주관한 교수협의회에서도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이 명단을 입수했는지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2008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상지대의 서울 집회를 낱낱이 감시했거나 다른 불법적인 감시자에게 자료를 넘겨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가 감시했다면 불법적인 사찰을 한 것이고 다른 불법적인 감시자에게 자료를 넘겨받았다면 정부가 부적절한 거래를 한 셈이다. 어떤 경우이든 정부가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이 정부에 항의한다고 손보는 식이라면 정말 치졸한 짓이다.

 

현재 상지대 이사회의 정수는 9명인데 8명의 정이사와 1명의 임시이사로 구성되어 있다. 정이사 8명은 구재단 추천 4명, 구성원 추천 2명, 교과부 추천 2명으로 되어 있다. 임시이사는 교과부에서 추천한 인사로 전직 교과부 차관이다. 원래 사분위에서 작년에 구재단 5명, 구성원 2명, 교과부 2명의 비율로 구재단에게 과반수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비율을 결정했는데 이사 선임과정에서 구재단 몫 1명을 빼서 임시이사로 만들었다. 구재단에게 과반수를 줄 경우 상지대가 통제 불능의 혼란 속으로 빠져들 것을 우려해서 내린 조치이다.

 

상지대 사태, 책임은 이 대통령에게 있다

 

 

그러나 구재단 몫이 4명이든 5명이든 중요하지 않다. 사분위와 교과부가 비리 구재단에게 상지대를 돌려주기로 결정한 그날부터 상지대는 다시금 심각한 분규상황에 빠져들었다. 겉으로는 비리 구재단 인사들이 이사회를 장악했기 때문이지만 그 근저에는 사학비리를 옹호하고 비리재단의 복귀를 강행한 부패한 사분위와 이 과정에서 팔장끼고 수수방관한 무책임한 교과부의 잘못된 정책결정이 더욱 근본적인 원인이다. 정부가 사태의 원인이며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다.

 

김문기와 비리재단이 장악한 이사회는 총장을 교체해야 한다느니, 학장과 처장 등 보직교수들을 교체해야 한다느니, 부총장을 중립적인 인사로 바꿔야 한다느니, 상지대 정관을 바꿔야 한다느니 하는 방식으로 안정된 상지대를 뒤흔들고 있다. 또한 이들은 김문기의 돈이 있어야 대학발전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김문기 돈을 받자고 주장하면서 공공연하게 김문기가 대학에 들어올 통로를 만드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결국 후임 부총장을 선임하지 못하여 지금은 부총장 부재상태다.

 

도둑놈이 경찰이 될 수 없는 것처럼 파렴치범은 대학을 운영할 수 없다. 법이 잘못되었다면 법을 바꾸어야 하고 정부 정책이 잘못되었다면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는 이주호 장관에게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아줄 것을 수십 차례 촉구했지만 묵묵부답이다. 하는 수 없이 서울행정법원에 교과부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아 줄 것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정부가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법을 바꾸어야 하는데 곧 정기국회가 열리니 잘못된 사분위 제도를 폐지하는 법개정을 촉구할 것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법개정 마저도 반대한다면 내년 4월의 총선과 12월의 대선에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해결되든 결국 사학비리는 척결될 것이며, 비리재단의 복귀는 차단될 것이다. 사학비리를 옹호하고 사학분규를 조장하는 사분위는 폐지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역사의 순리이다.

 


태그:#지역투어, #김문기, #이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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