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드라마 <내 사랑 내 곁에>에서 미혼모 역으로 나온 도미솔(이소연 역)과 그의 가족들
 드라마 <내 사랑 내 곁에>에서 미혼모 역으로 나온 도미솔(이소연 역)과 그의 가족들
ⓒ SBS

관련사진보기


세상 참 많이도 변했다. 얼마 전만해도 미혼모, 그것도 '10대 미혼모'가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는데 요즘 TV에 심심치 않게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니 미혼모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많이 바뀌기는 했나보다. <내 사랑 내 곁에>와 <당신 참 예쁘다> 이 두 드라마 모두, 미혼모가 주인공이다.

<내 사랑 내 곁에>. 도미솔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아이가 바로 주인공이다. 비록 아빠는 어릴 때 돌아가셨지만, 딸 이름을 피아노학원 이름으로 내걸고 열심히 피아노를 가르치며 살아가는 엄마 밑에서 밝고 예쁘게 잘 자란 미솔이는 공부를 잘해서 상도 많이 받고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명랑소녀이자 모범생이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공부도 같이 하며 친하게 지내던 엄마친구의 아들인 남자친구와의 한 번의 실수로 덜컥 임신을 하게 된 미솔이. 혼자 고민 고민 하다가 불러오는 배 때문에 학교에서 쫓겨난 후 엄마의 도움을 받아 몰래 아들을 낳고는 엄마의 아들, 즉 자기의 동생으로 호적에 올린다. 그렇게 자기가 낳은 아들의 누나 노릇을 하면서, 힘겹지만 씩씩하고 당당하고 열심히, 아들을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얘기다.

<당신 참 예쁘다>. 오랜 기간의 연애 끝에 남자친구의 변심으로 갑작스레 헤어지게 된 유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명랑하고 씩씩한 성격의 주인공. 애인과 헤어진 후에야 임신 사실을 알게 되어 아이를 포기하려고 몇 번의 시도도 해보지만 결국은 자기가 사랑해서 얻은 결실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다하겠다는 다짐 끝에 혼자 애를 낳게 된다. 비록 사회에서는 손가락질 받는 미혼모이지만 꿋꿋하고 당당하게, 아빠 몫까지 두 배로 사랑하겠다는 마음으로 아이를 사랑하고 열심히 일도 하고 새로운 사랑도 하면서 힘든 여건을 이겨내며 밝게 살아간다는 스토리.

이 드라마의 두 미혼모 주인공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흔히 말하는 비행소녀와는 거리가 멀다. 남자관계도 복잡하지 않고 그저 평범하고 밝고 착실하게, 부모님 밑에서 사랑도 듬뿍 받고 자란 명랑한 성격의 소녀들이다. 순수하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그랬는지 두 주인공의 머리 모양이 똑같이 단정한 단발머리 스타일인데다가 특이하게도 두 명 모두 귀 옆에 작은 실핀을 꽂고 나온다. 미혼모라는 것이 특별한 환경을 가진 어느 특정 사람들만의 얘기가 더 이상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평범한 우리의 딸도, 내 모범생 친구도 미혼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2년 전 미혼모 된 후배... "이젠 딸 키우는 재미에 살아"

얼마 전 발표된 '2010 서울 가구구조 변화 분석'에 의하면 10년 동안 한부모 가족이 30% 이상 늘었다고 한다. 물론 이 한부모 가족이 미혼모보다는 이혼으로 인해 생긴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이중에는 미혼모 가족도 꽤 많이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결혼이라는 제도권 밖에서 생겨난 아이들의 대부분을 해외입양 보냈던 미혼모들이 요즘은 자기 혼자서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드러내놓고 '미혼모 상담'을 요청 받아본 적은 없지만 인터넷을 통해 많은 고민들이 오고가는 것을 보면 미혼모 입장에 놓여있는 이들이 꽤나 많은 모양이다.

미혼모의 증가. 그리 바람직한 사회현상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늘어나는 그들을 이제는 사회에서 따뜻하게 품어줘야 하지 않을까. 12년 전 일이다. "결혼해서 잘 살 자신은 없는데 애는 낳아 잘 기르고 싶다"고 하던 후배가 있었다. 난 그 후배에게 '아빠 없는 아이를 낳아 엄마·아빠 몫까지 해주며 끝까지 책임지고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있는가? 후회하지 않을 확고한 자신과 믿음이 있으면 해보라'고 말해준 적이 있었다. 사실, 있는 부모의 사랑도 받지 못한 채 학대받고 자란 아이보다, 반쪽이나마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자란 미혼모의 아이가 더 행복할 수도 있지 않은가.

1년여 전, 우연히 그녀를 다시 만났다. 그때 나와 만나고 서너 달 후에 사귀던 남자와 헤어지고, 그 사람의 애를 낳아 그 애가 지금은 초등학교 3학년인데 보석같이 예쁘단다. 딸이 가끔 아빠를 찾아 안타깝고 난감하기는 하지만 늘 아빠 몫까지 사랑해주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으며 지금은 그 딸 키우는 재미로 산단다.

점점 늘어나는 미혼모를 위해서 이제는 사회의 튼튼한 보호망도 필요하고 그들을 위한 정책들도 필요하다. 사회는 사회대로 '미혼모 가정도 가족 형태 중 하나'로 바라보는 성숙한 시선을 가져야 하며, 나라에선 전폭적인 경제적 뒷받침을 해주는 한편 독신에게도 입양의 기회를 활짝 열어주어 본인이 원하고 일정 자격이 된다면 혼자서도 아이를 키우며 살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잘 갖춰진다면야 해외입양도 줄고 낙태도 줄어들어 인구수는 늘어나고, 무엇보다 입양되는 아이와 부모 모두 행복의 기회를 널리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 미혼모들. 일단은 앞으로 펼쳐질 힘든 난관들을 숙지하고, 혼자서도 아빠 몫까지 사랑하며 책임지고 아이를 끝까지 행복하게 키울 준비가 되어 있는지, 성숙한 판단력과 구체적인 방법과 확신까지도 있는지 점검해 보라. 준비 됐다면, 생각대로 해도 좋을 듯하다. 부디 사랑하는 아이와 행복한 가정 꾸리길 바란다.

'레인보우 상담실' 엄을순 이프 대표
▲ 상담가 '레인보우 상담실' 엄을순 이프 대표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태그:#미혼모, #낙태, #입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