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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독일의 히틀러 이래로 정권의 방송 장악은 정치 후진국들의 필수 사항이다. 방송 매체로 국민을 효과적으로 세뇌시키고 강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괴벨스가 70년 전에 실증해 주었고, 괴벨스의 그 실증은 오늘날까지도 유효하다.

태생적 한계를 지녔거나 약점이 많은 정권일수록 방송 매체를 전리품으로 생각하고, 맨 먼저 하는 일이 방송장악이다. 현 이명박 정권도 예외는 아니어서 대선 때 홍보 쪽에서 일한 측근들을 낙하산에 태워 내려 보내는 방식으로 방송장악을 시도했고, 일단 '성공'을 거두었다.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을 보면서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꼭 저래야 하나? 저렇게도 자신이 없을까? 방송장악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끝까지 통하리라고 믿는 걸까?

정권의 방송장악 의지는 그대로 '자신 없음'을 드러낸다. 민주정부에게는 자유로운 소통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여론이 가장 큰 힘이 되지만, 약점이 많거나 자신감을 갖지 못 하는 정권은 자유로운 소통과 자연스러운 여론을 큰 부담으로 여기게 된다.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은 방만한 약점과 '자신 없음'의 전형을 보여준다. 많은 이들이 일찍부터 그것을 간파했다.
          
오늘날에는 각종 미디어의 현란한 발달로 방송 매체만으로는 괴벨스와 같은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확실하게 방송을 장악한데다가 사이비 보수언론들이 줄기차게 북 치고 장구 치며 별짓을 다한다 해도 한계는 늘 따르게 마련이고 오히려 '역효과'를 발생시킨다.

그것을 조금은 눈치를 챘는지 이명박 정권은 인터넷 분야에도 눈을 돌렸다. 그것의 첫 작품이 이른바 '미네르바 사건'이다. 그 사건 역시 역효과를 가져왔다. 얼마나 약점이 많고 자신이 없으면 저런 짓까지 할까? 더욱 많은 이들이 그것을 간파했고, 조소와 야유의 파장은 더욱 컸다.

자유로운 소통과 네티즌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의한 자연스러운 여론 형성이 민주사회의 가장 큰 덕목이요 힘이건만, 한나라당은 그것에도 큰 부담과 불안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인터넷 전사'들을 양성하여 파견하는 일이었다.

자율적인 판단과 자연스러운 여론 형성을 방해하고 왜곡시킬 수 있는 인터넷 전사들, 일명 '댓글알바'들을 조직적으로 양성하고 파견하고 관리하는 일에 한나라당은 일찍부터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시사저널> 743호(2004년 1월 13일치)에서 '한나라당 댓글알바 양심고백'이라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한나라당이 어떻게 알바생들을 고용하고 양성하고 관리하는지, 또 알바생들이 어떤 지침에 따라 어디어디에서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그 글을 통해 소상히 알 수 있었다. 나는 그 글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고, 또 내 홈페이지에도 올려놓고 있다.

한나라당은 안상수 대표 시절 무려 3000명에 달하는 알바생들을 양성하여 파견하는 행사를 치른 적이 있다. 그 보도를 접하면서 또 한 번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꼭 저래야 하나? 각자의 자율적인 판단에 의한 자연스러운 여론 형성을 왜 저리 겁내는 것일까? 저렇게 많은 돈을 들여 인터넷 전사들을 양성하고 파견하는 것이 과연 어떤 '성공'을 보장할 수 있을까? 자율적인 판단에 의한 자연스러운 여론 형성을 왜곡시키고 마비시키는 것이 과연 진정한 성공일까?

유치함과 후진성을 벗어내는 길만이 자신도 살고 나라도 살게 하는 길이건만, 그것을 모르거나 외면하는 거대 여당의 행태는 참으로 연민을 자아내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가톨릭교회의 대안언론인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최근 외부인에 의해 대량의 댓글들이 선별 삭제된 사건에 대한 상세한 기사를 지난 10일부터 메인 면에 계속 올려놓고 있다.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메인 면 기사 가톨릭교회의 대안언론인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최근 외부인에 의해 대량의 댓글들이 선별 삭제된 사건에 대한 상세한 기사를 지난 10일부터 메인 면에 계속 올려놓고 있다.
ⓒ 지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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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에서 양성하고 파견하고 관리하는 인터넷 전사들, 일명 '댓글알바'들의 활동은 실로 대단하다. 대표적 인터넷 언론매체인 <오마이뉴스>에도 다수가 포진하여 활동한다. 사안에 따라서는 <오마이뉴스>가 댓글알바들에게 접수된 상황일 때도 있다, 그들의 거의 동일한 패턴, 상투적인 언어, 가식적인 논리 등을 보면 알바생임을 쉽게 식별할 수 있다.

'댓글알바'들의 활동은 가톨릭 인터넷 언론매체인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안에서도 극성스럽다. 언젠가부터 댓글알바들의 출몰이 극심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http://www.catholicnews.co.kr)>는 한국 가톨릭교회의 대안언론이다. 교회홍보지 역할만을 할 뿐 사회적 고민이 거세되어 있는 기존의 가톨릭 언론매체들의 한계 속에서 수많은 성직자들과 신자들이 질식할 것만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2년 전에 인터넷 언론매체가 창립되었다. 그것이 바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현재 600여 명에 달하는 후원회원들이 매월 보내주는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상근 직원도 4명이나 되고, 앞으로 계속 발전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확신한다.

나도 일찍이 후원회원으로 참여했고, 지난해 여름부터 고정 필진으로 참여하여 매월 한두 번씩 글을 쓴다. 그런데 자주 댓글알바들의 표적이 되곤 한다. 특히 정진석 추기경과 관련된 글을 쓸 때는 집중적인 공격을 당하는데, 그들의 언사 중에는 인신공격적인 발언도 많다. 하나의 댓글에 동조하는 내용의 댓글이 줄줄이 달리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그런데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최근 특이한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8월 초부터 4일 사이에 외부인에 의해 독자 댓글들이 대부분 삭제된 사건이다. 지난 8개월 동안 게재된 1천2백 여 개의 기사에 달렸던 댓글들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는데, 보수적 입장을 대변하는 댓글들만 남고 선별 삭제되었다는 것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이 사건을 10일 메인 면 톱기사로 보도했다. 한상봉 편집국장이 직접 작성한 기사의 첫 머리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지난 8월 초부터 4일까지, 특정 댓글러의 댓글들을 제외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댓글들이 외부인에 의해 전면 삭제되었음이 드러났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의뢰한 호스팅업체의 전문가에 따르면, 외부인이 댓글시스템의 버그를 이용해 삭제한 것으로, 현재 호스팅업체의 검토를 마친 상태이며, 차후 사이버 수사대에 사건을 의뢰할 예정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서 일차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1월 22일 이후 2011년 8월 3일까지 게재되었던 1천2백 개의 기사에 달렸던 댓글들이 일부 댓글을 제외하고는 전면 삭제되었다. 그간 종종 댓글이 지워졌다는 독자들의 항의에 대해 시스템 오류 정도로만 판단했었으나, 실은 외부인의 불순한 의도로 인한 것이었음이 밝혀진 셈이다.

최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편집진은 댓글논란이 빚어지면서, 도배성 댓글이나 일방적인 펌글, 기사본문과 상관없이 언론사를 비방하는 댓글을 삭제해 왔는데, 갑자기 편집진의 관여가 없는 상태에서 수일 사이에 외부세력에 의해 댓글이 대량으로 삭제된 것이다.

<지금여기>의 이 기사는 '특정 정치-교회적 견해를 대변하는 댓글만 삭제에서 제외돼'라는 중간 제목으로 전면 삭제에서 제외된, 현재도 남아 있는 댓글들의 내용을 분류하여 소개했다. 또 '악성 댓글러, 특정 IP군에 집중…허위정보 기재회원이나 유령회원들도 많아'라는 중간 제목으로 악성 댓글러들의 활동 범위나 패턴 따위를 분석 추적한 내용을 제시했다. '호스팅업체의 로그 데이터와 서버 검색 결과분석 자료에 따르면, 적어도 10명 이상의 댓글러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댓글삭제를 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불법삭제를 감행한 당사자들을 아직 밝히지 않을 예정이고, 정확한 범인들은 호스팅업체 전문가와 사이버수사대의 조사결과에 따라서 최종적으로 밝혀질 것'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기사를 마무리하고 있다.

호스팅업체 전문가의 조사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외부인이 운영자 페이지에 난입한 '해킹'이 아니라서 회원정보 누출의 위험성은 없지만, 댓글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댓글 삭제를 감행했다는 점에서 분명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서는 댓글시스템의 버그를 차단하고, 유령회원 및 허위정보 기재자들의 활동을 중지시키고, 사이버수사대에 의뢰해 범법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기사들의 수많은 댓글들을 선별 삭제한 범인들이 한나라당에서 양성하고 파견하고 관리하는 '댓글알바'인지는 알 수 없고, 속단할 수도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도 대량 출몰하며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댓글러들과 성향적으로 같은 부류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현재 삭제에서 제외되어 기사 안에 남아 있는 댓글들의 성향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이렇게 분석해서 내놓았다.

1순위는 '정진석 추기경'에 대한 존경과 찬미 또는 정 추기경 옹호론이다. 2순위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유치 반대운동과 4대강 사업 반대, STX 중공업의 수정만 산단유치 반대운동 등 한국가톨릭교회의 사회참여와 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 대한 비난성 발언, 3순위는 김현욱 등 천주교 뉴 라이트(나라사랑기도회)와 관련된 옹호론, 4순위는 정양모, 이제민, 서공석 신부 등 진보적 신학자와 진보적 신학에 대한 비난, 5순위는 여성사제론에 대한 단죄, 6순위는 오푸스데이에 대한 찬양 등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 견해와 더불어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편집진에 대한 비난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창립된 뉴 라이트 집단 가운데는 '가톨릭 뉴 라이트'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나라사랑기도회'란 이름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예전에는 단발적인 입장표명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어버이연합'처럼 실력행사에 나서기도 한다. 혹시 이들의 소행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한국가톨릭의 유일한 대안매체인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와 공격에 나선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나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한편 서울대교구에서 최근 인준한 오푸스데이 역시 세계적인 가톨릭 우익세력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들의 개입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정치적으로 종교적으로 이 지경이 되었다. 자유로운 소통과 자율적인 판단에 의해 건전하게 형성될 수 있는 여론을 방해하고 왜곡시키려는 조직적인 움직임이 인터넷 언론 풍토를 어지럽히는 현상은 이제 점입가경이 되었다. 급기야는 수많은 기사들에 달려 있는 댓글들을 몰래 선별 삭제하는 수준에까지 이른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목청 돋우어 '국격'을 논하고 '복음'을 논하며 공생과 화합을 주장하는 자가당착의 수렁 같은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태그:#가톨릭교회, #가톨릭교회대안언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인터넷 댓글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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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추상의 늪」이, <소설문학>지 신인상에 단편 「정려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 지금까지 12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발표했고, 주요 작품집으로 장편 『신화 잠들다』,『인간의 늪』,『회색정글』, 『검은 미로의 하얀 날개』(전3권), 『죄와 사랑』, 『향수』가 있고, 2012년 목적시집 『불씨』를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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