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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애플처럼 직접 스마트폰을 만든다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이 설마 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구글은 15일(현지시각) 휴대폰 제조업체인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125억 달러(약 13조 5천억 원)에 인수해 '하드웨어' 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를 놓고 온갖 해석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안드로이드 대표주자'를 자부했던 삼성전자는 일단 환영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1만7000여 건의 특허를 갖고 있는 모토로라를 인수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위한 헌신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삼성, 환영 속 경계... "바다 운영체제 열심히 할 것"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16일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며 "삼성전자도 자체적으로 바다 운영체제(OS)를 가지고 있어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래리 페이지 구글 CEO에 축하 메시지를 보냈던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도 이날 오후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안드로이드 에코시스템과 파트너를 보호하는 차원"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바다 OS를 열심히 하겠다"고 해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를 놓고 단기적으로는 구글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관련 특허 소송 방어 차원이지만 장기적으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결합이라는 포석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있다.

 

IT 칼럼니스트인 정지훈 관동의대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hiconcep)에 "삼성전자도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를 가진 HP(휴렛팩커드)나 RIM(러서치 인 모션) 인수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HP는 지난해 웹OS를 가진 휴대폰 업체 '팜'을 인수했고 RIM은 '블랙베리'란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를 가지고 있다.

 

16일 오후 정지훈 소장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배경과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휴대폰 업체 대응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배경은 뭐라고 보나.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단기적으로 특허 문제가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위해 중요하다고 봤다. 다음으로는 소프트웨어와 기술, 서비스만으로 최고의 기업 혁신을 이루기 어렵다고 보고 하드웨어를 결합해 최고의 혁신을 하겠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모든 제조사가 환영하고 있고 문제는 두 번째 것이다. 구글이 대량 생산까지는 아니어도 하드웨어를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모토로라 자체 리스크가 있고 합병 승인이나 수만 명 조직 결합 과정에서 어려움이 예상돼 진행 상황을 보면서 재 볼 것이다. 리스크가 커지면 인수한 게 독이 되기 때문에 당장 제조업으로 간다고 선언하기 보다는 협업이나 생태계 중심으로 얘기할 것이다."

 

-구글이 애플처럼 독자 생산으로 갈 것으로 보나.

"첨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을 결합하는 새 태블릿이나 셋톱박스, TV, 애플 같은 새로운 입력장치를 함께 내놓을 자신이 있고 조직이 장악되면 그렇게 할 것이다. 앞으로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독립 사업으로 내버려 두면서 변혁과 혁신 과정 바라보다가 연구 부문만 가져오고 설비, 생산 부문은 재매각할 수도 있다. 제조업 쪽에서도 혁신하겠다 싶으면 애플식으로 가지 말라는 법도 없다.

 

구글의 인수를 높이 평가하는 게 보유 현금 1/3을 집어넣어 앞으로 몇 년 동안 승부를 보고 헤게모니를 못 잡으면 재매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구글 쪽에서 절대 손해 볼 장사가 아니다. 제조업에서도 혁신과 융합으로 뭔가 내놓을 수 있으면 강하게 갈 것이다. 두 가지 안 다 놓고 있을 것이다."

 

"구글발 새 판짜기... 삼성도 운영체제 인수 나서야"

 

-국내 업체들은 일단 환영 입장인데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삼성전자, LG전자는 현재 안드로이드 외에 대안이 없다. 이들에겐 구글이 어떤 결정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 앞으로 구글에 의존하는 건 위험하고 MS에 기대는 것도 잘 되지 않을 것이다.

 

국내 기업도 구글의 판짜기에 뒤로 물러날 상황이 아니다. 오너가 큰 결정을 내려야 한다. 통 크게 HP와 RIM 부분 인수도 생각해 볼 수 있다. HP의 팜 모바일 분야를 분사시켜 소니에릭슨처럼 새로운 것을 할 수도 있다. RIM은 이미 가격대도 나와 있어 직접 인수할 수도 있다. 앞으로 1~2년, 큰 판을 새로 짜는 상황에서 간도 보고 나서야지 들러리만 서선 안 된다."

 

-애플은 어떻게 대응할 걸로 보나.

"지금 애플 상황은 나쁘지 않다.  소프트웨어와 고객 세부 경험, 서비스를 등을 갖고 있어 콘텐츠를 더 강화하는 것 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저가 전략을 펼쳐 하드웨어 지배력을 높이고 통합적 갈 것이다. 구글 하드웨어 분야가 커지면서 오픈 플랫폼(공개 운영체제) 전략도 먹히는 두 마리 토끼로 가면 애플도 오픈 플랫폼화를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현 단계는 그 정도 위협은 보이지 않는다."

 

- 단말기 자체 생산과 공개 운영체제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가 가능하다고 보나.

"두 마리 토끼가 불가능하지 않다. 중요한 건 고객 가치다. 안드로이드폰이 잘 팔리면 제조사들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방계 제조사로 갈 것이다."

 

- 삼성 스스로 '안드로이드 대표주자'임을 자랑해 왔는데 타격이 크지 않겠나.

"삼성전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독자적 모바일 운영체제인) '바다'는 잘 하고 있지 않다. 미래를 위한 싹으로 보기 어렵다. 이런 때 일수록 이슈를 만들어 판을 키울 필요가 있다. 바다를 공개하든지 HP나 RIM과 연계하든 MS와 제휴하든 적극 나서야 한다." 


태그:#구글, #모토로라, #삼성, #바다, #안드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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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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