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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경남 양산시 상북면 석계리에 위치한 천성산막걸리(옛 상북양조장)는 양산지역을 대표하는 막걸리로 오랜 사랑을 받아 왔다. 최근 웰빙 열풍에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전통술인 막걸리가 세계 시장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지역을 대표하는 천성산막걸리를 찾아 보았다.

막걸리 열풍, 오히려 힘들다

100년 전통의 막걸리로 지역의 맛을 지키는 이강식 사장.
 100년 전통의 막걸리로 지역의 맛을 지키는 이강식 사장.
ⓒ 양산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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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막걸리는 100년 전통을 자랑한다. 현재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강식 사장은 지난해 2월부터 양조장을 인수받아 상북양조장에서 천성산양조장으로 이름을 바꾸었지만 앞서 양조장을 운영해오던 주인에게 양조 기술을 전수 받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 사장은 원래 부산지역에서 친구들과 양조장을 공동으로 운영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지금까지 갈고 닦아온 양조기술과 상북양조장 전통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전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제조시설을 확충하면서 지역 대표 막걸리인 천성산막걸리의 확대·보급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막걸리 열풍이 불면서 듣게 되는 "장사 잘 되시죠"라는 말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막걸리 수요가 늘어난 만큼 영업도 잘 될 것이라는 기대가 정작 전통방식으로 막걸리를 제조하는 영세 양조장에게 대형 주조회사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막걸리가 주목을 받자 대형 주조회사들이 너도 나도 시장에 뛰어 들고 있다"며 "이미 유통망을 선점하고 있는 대형 회사들 탓에 추가 유통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막걸리 시장에서도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대형 회사가 판매하는 막걸리는 국적도 없는 술"이라며 "유통을 용이하기 위해 살균처리하는 막걸리는 맛과 영양에 있어 전통방식을 따라 올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본을 무기로 홍보전을 펼치는 대형 주조회사와의 경쟁에서 영세한 지역 양조장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털어 놓기도 했다.

좋은 물과 쌀, 맛으로 승부

대형 회사와 경쟁을 펼쳐야하는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 사장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전통을 지켜가는 고집으로 빚은 막걸리가 결국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평범한 원칙을 믿는 것이다.   

"막걸리의 맛은 90%가 물입니다. 청정지역인 상북에서 나는 물과 국산 쌀로만 만드는 천성산막걸리는 살균 막걸리와 근본 자체가 다릅니다."

이 사장은 전통 막걸리가 대규모로 제조되는 막걸리와 차별화될 수밖에 없다며 시민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사장은 양조장 인수 이후 용기와 그에 맞는 로고를 개발하고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데 노력하고 있다.

또한 발효실과 주입기 등 현대식 시설을 갖추기 위해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이 사장은 천성산막걸리를 세계 시장에 선보이기 위한 준비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양산의 술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한 발 한 발 착실히 준비를 하고 있다. 원동 매실을 이용한 막걸리 제조는 이 사장이 현재 추진 중인 또 다른 프로젝트다.

하지만 이러한 이 사장의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이 늘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이 사장은 "천성산막걸리는 단순한 개인 양조장의 결과물이 아니라 양산지역의 전통을 지켜가는 술로 정부와 지자체가 받아들이고 시설과 유통, 연구 개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대기업 위주의 정책에 밀려 동네 술맛을 지켜온 지역 양조장이 하나, 둘 사라져 가는 것은  결국 지역의 전통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 사장의 바람처럼 우여곡절을 거치며 100년이 넘는 시간을 지켜온 양산의 술맛이 또 다른 100년을 지켜가는 날을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양산시민신문(www.ysnews.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양산,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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