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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치료와 비슷한 사례
▲ 사진으로 보는 치과진료 남편의 치료와 비슷한 사례
ⓒ 치의학박사 마준/승유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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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좀 봐."

저녁식사를 일찍 마치고 거실에서 빨래를 정리하고 있던 내게 남편이 뭔가 보여준다. 손바닥 위에 보철물이 놓여 있다. 오른쪽 아래 어금니 부위에 있던 보철물이 치아에서 탈락한 것이다. 이 보철물로 말할 것 같으면, 자그마치 23년이나 남편의 입 안에서 치아에 붙어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존재다.

보통 입 안에 보철물을 집어넣어 치아에 붙일 때는 치과용 접착제를 사용한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로 그런 보철물(모자처럼 둘러 씌웠을 때)의 수명은, 보편적으로 말할 때 잘 관리하면 5년에서 7~8년이라고 한다. 접착제의 사용기간과, 잇몸과 보철물 사이를 잘 관리 못했을 때 그 속으로 썩는 경우도 있고, 씹어 먹는 부분이 닳아져서 구멍이 나는 경우도 있고...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23년을 사용할 수 있었을까?

남편이 그 어금니를 치료하게 된 것은 내 전공 때문이었다. 치위생과에 입학해서 잇솔질도 제대로 배우고, 치과치료의 시기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나는 주변 사람들 여럿을 변화시켰다. 제일 먼저 한 것은 어머니의 틀니를 하러 치과에 간 일이었다. 큰언니는 어머니 치료비를 마련하고, 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치과에 갔다. 그 때가  87년도라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도 치과는 치료비용이 너무 비싸 쉽게 갈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그 때 치료한 덕분에 현재까지도 어머니께서는 아래 양쪽 어금니 부위만 틀니를 사용하시고, 나머지 치아들은 보철치아를 하거나 자연치아다.

치과에서 치료 받는 것이 무서워, 엄마 손 잡고 치과 문 앞까지는 어찌어찌 갔어도, 그 앞에만 가면 어느새 냅다 뛰어 도망가 버렸다면서 하하 웃던 남편은 그 때 대학교 3학년이었고, 초등학교 때 빠진 어금니는 계속 방치 상태였다. 나는 남편에게 이 닦기를 실습시키고, 학교에서 스케일링 환자를 구할 때면 꼭 참여시켜 실습환자 노릇을 시키면서 구강보건교육을 해주었다. 드디어 치과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는데, 어디에서 치료받을까가 문제였다.(나는 그 때 학생이었으므로 근무하는 치과가 없어서)

마침 그 때 나보다 먼저 졸업해서 치과위생사의 삶을 살아가던 고등학교 친구가 있었다. 나는 그 친구에게 부탁을 했고, 그 친구는 자신의 근무처인 치과에 접수를 해주고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치과원장님은 아주 친절한 편은 아니었으나, 치료에 있어서는 신뢰와 믿음이 가는 분이었고, 친구와 나는 그 분의 실력을 믿었다.

그 치료가 끝난 뒤 남편은 아마도 처음으로 '양쪽으로 음식을 씹는 맛이 바로 이런 맛이구나.'를 느꼈을 것이다. 초등학생 때 빠진 어금니 부위는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 치아는 모두 각자 개별로 존재하는데, 서로 어깨를 맞대고 줄지어 늘어선 나무 같다. 그런데 이 치아나무는 자신의 바로 옆에 치아나무가 없으면 그 빈 공간으로 쓰러지길 좋아한다. 꼭 도미노처럼 말이다. 그래서 남편의 치아도 그 빈 공간을 향해 양쪽 치아들이 쓰러져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 그 치과원장님은 생니를 건드리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워 아주 절묘한 방법으로 치료를 해 주셨다. 원래는 빠진 부분에 다리처럼 인공치아를 만들어 세 개의 치아를 연결시켜 보철물을 만드는데,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양쪽이 쓰러져 있으니, 보철물을 만들어 집어넣을 때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한쪽 치아에는 금으로 반을 덮어씌우고, 그 위에 움푹하게 홈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른 치아에는 인공치아를 하나 연결시킨 금니 두 개를 만든 다음, 그 움푹하게 홈을 만든 부분에 걸리게 하여 역시 연결하여 치료한 것이다.

그래서 남편은 그 덕분에 한 개의 치아도 신경치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대한 치아를 살린 상태로 치료를 마쳤다. 그리고 어떻게 관리했을까? (나는 새로운 정보 습득 하는 것을 좋아하며, 치과위생사로서 배워야 할 지식이 있다면 세미나비용을 지불하고 배우는 편이다. 특히 새로운 잇솔질 법을 습득한 후에 언제나 제일 먼저 남편에게 알려주며 방법을 전수한다.)

1.치료한 치아 뒤쪽에는 사랑니가 있어 식후에는 음식물이 끼어 반드시 치실을 사용하여 치아 사이 사이를 닦아준다. 가방 속에 언제나 치실이 있다. (치실을 정말 사랑한다.)

2.음식을 먹은 후 바로 이를 닦는다. 또는 물로 입 안을 헹궈준다. 이를 닦을 때 언제나 그 부분은 더욱 신경 써서 닦았다. 아침 식사 후와 자기 전에 닦는 것은 절대 거르지 않는다. 닦는 방법은 회전법(솔을 잇몸에 댄 후 눌러가며 잇몸을 닦으면서 치아와 잇몸경계부위에 이르러서 손목을 돌려 치아 사이로 솔이 들어가게 한 후 치아 면을 닦는 방법) 가끔 와타나베 잇솔질법(치아 사이 사이로 칫솔을 집어 넣어 닦는 방법. 전문가 잇솔질 법이다)도 사용한다. 칫솔이 벌어지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칫솔을 교체한다.

3.술을 먹고 들어온 날도 반드시 자기 전에 이를 닦고 잔다.

4.정기검진은 1년에 한 번 정도 하는 편이다.

5.끼니 때 식사를 한 후 다른 군것질이나, 단 음식을 먹지 않는다. 술 안주를 먹을 때도 채소와 과일을 아주 듬뿍 먹는다. 

이렇게 관리했어도, 일 년에 딱 삼일 쉬고 일을 한 적이 있었다. 즉 과로를 아주 심하게 했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아주 심하게 받으며 일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치아상태가 심각하게 안 좋아졌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가서 진단을 받았는데, 다른 모든 치료는 아주 깔끔하고 훌륭하게 받은 반면, 위에 언급한 어금니 부분을 보던 치과의사의 한마디는 이러했다.

"혹시 이 부분은 돌팔이에게 받으셨나요? 이렇게 치료한 것은 본 적이 없는데..."

그 말은 남편과 내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때서야 그 치과원장님이 얼마나 고심해서 창조성을 발휘하여 치료 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집에서 가까운 그 치과의원 원장님도 치료를 아주 잘 하시는데, 아마도 치료방법의 차이가 있나보다. 다행히 그 어금니 부분은 그 때 이상이 없어서 건드리지 않고 그냥 두셨다.

그래서 이번에 탈락한 그 보철물이 있던 어금니 치료는 아무리 거리가 멀어도 그 치과로 가야만 했던 것이다. 아직 그 원장님은 그 자리에 치과 문을 열고 있었고. 치과치료가 남편에게 가장 시급한 응급상태라고 누누이 당부했으나, 역시나 남편은 일 때문에 바로 가지 못하고 며칠 지나서야 그 곳에 갔다.

"제가 23년 전에 이곳에 와서 치료 받았는데, 밥 먹다가 이게 떨어져서 왔어요."
"와. 우리 원장님께서 이곳에서만 30년 동안 치과 문을 열고 계시다는데, 그 때 어떻게 여기에 오셨어요?"

접수를 하던 치과위생사는 궁금증이 동했는지 자세하게 물어보았단다.

"제 애인 친구가 이곳에서 치과위생사로 근무하고 있어서 소개로 왔지요."

대기실에서 진료실로 들어가니, 남편의 치아를 살펴보던 원장님은 신기하다는 듯이 들여다보시고, 무척 좋아하셨단다. 자신이 23년 전에 치료해 준 보철물을 들고 23년 만에 나타난 환자를 보면 나라도 신기하겠다. 그리고 무척 좋아하셨다고 한다. "명의"라고 해도 되지 않겠는가?

1시간이 넘게 그 부분의 치료를 하시면서 계속 혼잣소리로 하신 말씀은
"생니 가는 것이 너무 아까운데..." 이었단다.

"이 거 내가 다시 치료해줘도 앞으로 23년은 보장 못하겠고, 치아 상태나 잇몸상태도 아주 썩 훌륭한 것은 아니라서...살아가면서 이 부분은 약하다는 것을 알고 써야 돼요. 질긴 음식이나 단단한 음식은 이쪽으로 절대 씹지 말고, 떨어진 보철물을 다시 쓸 수는 없고 새로 하는데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둬야 해요."

사실 남편의 반대편 어금니 부분은 지금도 멀쩡하다. 즉 23년이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내 윗니 왼쪽 어금니 부분에는 91년에 치료받은 금인레이(금으로 치아의 썩은 부분만 제거하고 채워 넣은 치료)가 있는데, 치과정기검진 때마다 괜찮은가 물으면 치과의사들은 그 때마다 괜찮다고 한다. 아무 이상 없이 잘 붙어있는 보철물을 단지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제거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지금도 치료중인 남편. 남편의 탈락한 어금니 보철물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더 느낀 것은 역시 구강관리의 중요성이다. 치과치료는 치과라는 공간을 떠나면 오로지 스스로가 관리하는 방법 밖에 없다. 자기 스스로의 치아 상태를 이해하고, 입 안의 모든 구조물들(잇몸, 치아, 입천장, 혀, 볼)을 닦을 때 상처를 내거나 해를 입히지 않으면서 닦아내야 하는 세균막과 음식물 찌꺼기만 잘 제거하고, 구강위생보조용품(칫솔, 치실, 혀클리너, 불소치약, 치간 칫솔)을 적절하게 이용하고 6개월이나 일 년에 한 번 정기검진을 실천한다면, 23년은 아니더라도 보철물의 정해진 수명은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남편의 경우는 아주 특수한 경우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하기는 힘들겠지만, 치료 후 가장 중요한 관리방법은 치과위생사에게 제대로 배우고, 실천하기를 권해본다. 한 번 가지고 되겠는가?  남편은 치과위생사를 아내로 두어 끊임없는 교육을 받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구강보건교육이라는 행사가 있다면 반드시 참석하여 치과위생사나, 치위생(학)과 학생들에게 제대로 배워두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일 년 중 6월 9일이 들어있는 주간에 그러한 행사를 지역마다 시행한다.

2011년 7월 14일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 30주년 기념사업에서 발표한 김진범교수님의 슬라이드 한 장면. 1위 3위 5위가 치과질환이다.
▲ 2009년 건강보험 외래환자 요양급여비 10대 질환 2011년 7월 14일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 30주년 기념사업에서 발표한 김진범교수님의 슬라이드 한 장면. 1위 3위 5위가 치과질환이다.
ⓒ 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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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교육으로 치료받은 사람들의 보철물 수명이 늘어나면 치과의사들은 치과 문을 닫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2009년도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발표한 자료에서 일 년 동안 치료비용을 제일 많이 들인 질병의 순위를 보면 1,3,5등이 치과질환이다. 먹는 음식들과 여러 가지 이유들로 해서 치과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많고, 그 중에서도 치과에서 치료받은 사람들이 다른 의료기관보다 가장 많은 돈을 들인 것이다. 치과의사들이 그렇게 썩게 만든 것은 아닐 테니 원인이 무엇인지를 잘 살펴보았으면 한다.  

당신의 입 속에서 치료받은 치아의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 입 안에서 가장 오래된 보철물의 수명은 얼마나 되었는지 살펴보시라. 혹 자주 탈이 난다면, 남편의 다섯 가지 방법을 살펴보고 자신은 몇 가지나 실천하고 있는지 따져보시라. 치과의사가 해 줄 부분과 내가 스스로 해야 할 부분. 그 두 부분이 제대로 맞았을 때 23년이라는 시간이 탄생하는 것이다. 당신의 주치의 치과의사를 명의로 만드는 방법에 한 번 도전해보시면 어떠실지.


태그:#어금니보철물, #구강위생관리법, #올바른잇솔질, #치과위생사, #명의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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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 . 구강건강교육 하는 치과위생사. 이웃들 이야기와 아이들 학교 교육, 책, 영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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