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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동구향토사연구회 정일호 사무국장이 일제가 이식한 소나무를 가르키고 있다. 소나무 너머 대왕암이 보인다
 울산동구향토사연구회 정일호 사무국장이 일제가 이식한 소나무를 가르키고 있다. 소나무 너머 대왕암이 보인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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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문무대왕(비)가 죽어서 호국룡이 되어 바다에 잠겼다는 울산 대왕암. 동해바다 대왕암은 1만5000여 그루의 송림과 어우러져 문화재청으로부터 "제2의 해금강"이라는 칭송을 들으면서 현재 명승 지정예고된 곳이다.

대왕암 송림은 울산이 1997년 광역시로 승격한 후 울산12경 중의 한 곳으로 지정되면서 울산시민뿐 아니라 전국에서 관람객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국민으로부터 칭송을 듣는 이 대왕암 송림이 실제로는 일제의 군사기지로 활용됐고, 일제가 대왕암 민족 정기를 끊기 위해 지역 주민들을 강제 동원해 이식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울산동구향토사연구회는 그동안 문헌, 지역민들의 증언, 대왕암공원에 있는 일제의 포 진지 흔적 등의 증거물을 연구 분석해 이같은 결론을 내리고 "독도에만 일제의 잔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육지 해안 곳곳에도 이런 잔재가 있으며, 이를 청산하자"고 주창하고 나섰다.

대왕암은 예로부터 군사요지

울산 동구에 있는 대왕암(공원)은 어풍대 등이 전해져 오면서 신라시대 왕들의 휴양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이곳은 지도상으로 보면 동해와 남해의 경계지역으로 예로부터 군사적 요충지였다.

조선 정조 10년(1786년)에 작성된 울산 읍도를 보면, 대왕암이 북쪽의 남목천봉수대와 남쪽의 천내봉수대 사이에 위치한 주요 군사요충지로 표기돼 있다.

조선 정조 때 작성된 울산부지지도. 대왕암이 봉수대 사이에 있는 군사요지로 나와 있다
 조선 정조 때 작성된 울산부지지도. 대왕암이 봉수대 사이에 있는 군사요지로 나와 있다
ⓒ 동구향토사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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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암은 신라시대 이래 왜적의 침입을 살피는 주요 군사요충지였다. 특히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이곳에는 철조망을 쳐 놓았고, 군인들이 경계근무를 서기도 하는 등 군 작전지역이었다. 이 때문에 대왕암에는 오랜 기간 일반인들의 접근이 금지됐고, 지금도 대왕암 인근에는 군 부대가 주둔해 있다.

이같은 지리적 특수성을 감안해 일제가 이곳을 군사기지로 삼고 포를 설치하고 해송을 다른 곳에서 옮겨와 이식했다는 것이 동구향토사연구회의 분석 내용이다.

조선시대 때 대왕암은 인근 남목과 함께 말 방목지였다. 동국여지승람은 대왕암을 두고 "방어진 12경 중 3경 마성방초(馬城方草)와 4경 용추모우(龍湫募雨)"라고 언급했다. 대왕암 공원 일대는 지금같이 소나무가 빽빽히 들어서 있는 것이 아니라 말이 뛰어노는 초원지라는 것. 이 문헌에는 대왕암 주요 바위인 용추에 비가 내리는 것이 아름답다고 적혀있다.

또 1999년 동구 및 울산지역 문화인과 원로들의 집필로 동구청이 펴낸 <울산 동구지>에는 "울산 동구 곰솔군락은 1934년 울기등대 건립과 함게 대왕암공원에 조림된 인공림이며 수령이 70~80년, 직경이 30~50cm에 이르는 거목들로 구성돼 비교적 잘 보호되어 있다"고 적혀있다.

동구향토사연구회 정일호 사무국장은 "일제는 이곳을 군사기지화 하기 위해 1934년 이 지역 주민들을 대거 부역으로 동원해 해송을 이식했다"며 "특히 일제는 대왕암에 깃든 황룡의 기를 꺾기 위해 소나무를 대량으로 이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나무를 빽빽히 심어 일제 군사기지를 은폐하는 한편 대왕암에 전해져 오는 우리 민족 정기를 끊으려 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이 지역에서 대대로 살아온 주민 이상욱씨(65)는 "선대로부터 1934년경 소나무 이식작업에 강제 동원돼 나무를 심었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고 말했다.

이같이 우리나라 국민들로부터 아름답다고 칭송받고 있는 대왕암 송림이 실상 일제가 민족 정기를 끊으려고 의도한 조림이라는 것에 대해 동구향토사연구회 회원들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이식된 송림을 베어내어 민족 정기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동구향토사연구회 정일호 사무국장은 "울산의 대왕암뿐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에는 일제가 군사목적 혹은 민족 정기 말살을 위해 이식한 송림 단지가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민족정기 회복을 위해 과감한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울산 대왕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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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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