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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먼저 팔고보자'자는 심리가 미국 주식시장을 지배했다는 8일자 CNN 인터넷판 기사.
 '일단 먼저 팔고보자'자는 심리가 미국 주식시장을 지배했다는 8일자 CNN 인터넷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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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먼저 팔고 생각은 나중에 한다"

월요일(8일, 미국 현지시각), 미 증시는 다우존스 지수가 635포인트 하락을 기록, 10,800대에서 마감했다. 스탠다드 앤 푸어스(Standard & Poor's, 이하 S&P) 500과 나스닥 지수도 각각 6.7%와 6.9%씩 동반 하락해 지난 2주간 미 증시는 15%의 하락을 기록했다.

지난 금요일 오후 S&P가 미 정부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떨어뜨린 이후, 아시아와 유럽 증시의 동반 하락에 이어 미 증시도 5.55% 이상의 하락을 기록한 것이다. 2008년 월가 붕괴 직전의 상황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하루였다.

이처럼 미 증시가 급락한 것에 대해 ING의 폴 젬스키는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에 대해 투자자들은 하나의 반응만을 보인다. 일단 먼저 팔고 생각은 나중에 하는 것"이라고 CNN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S&P의 결정은 미 재무부 채권의 급락 대신 세계 경제에 대한 암울한 전망을 더욱 강화해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자산의 매각을 부추겼다"며 월요일의 현상을 설명했다.

"미 신용등급 하락은 사건이 아니다"

한편, 월요일의 주식 급락에 대해 미국의 많은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부채 상한선 인상 문제를 통해 드러난 미국 정치의 무능력, 사상 최초로 일어난 미국의 국가 신용도 하락, 그리고 지지부진한 유럽 부채 문제 등이 그 복합적인 이유라고 진단한다.

S&P가 이미 올 초부터 미국의 신용 등급 하락을 경고해 온 것과 관련, RBC 캐피탈 마켓의 경제학자인 톰 포첼리는 "신용등급 하락은 사건이 아니다"며 "그 동안 S&P가 그렇게 할 것(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전제 하에 우리는 일해 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루미스 세이레스 펀드의 케스린 가프니는 "시장을 흔드는 것은 공포인데, 그것은 신용 하락과는 별로 상관없는 것"이라고 AP통신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대신 투자자들이 "유럽과 미국이 심각한 부채 문제를 어떻게 함께 풀어나갈지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회사인 에드워드 존스의 에너지 분석가인 브라이언 영버그는 "현재 시장에는 미국이 이중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공포가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즉,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다시 시작될지 모를 미국의 경기 침체와 난관에 부딪힌 유럽의 부채 문제가 투자자들을 위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월요일에는 또한 세계 최대의 보험회사인 AIG가 모기지 담보 채권에 대한 문제를 물어 뱅크 오브 아메리카를 상대로 100억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일도 있었다. 이 때문에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주가는 20.3%의 하락을 기록했고, 씨티그룹의 주가도 16% 이상 하락했다.

미 재무부채권 금리는 오히려 떨어져

한편, 역설적으로 S&P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직접적인 타깃이 된 미 재무부 채권은, 10년 만기 채권의 경우 금리가 오히려 지난 금요일의 2.56%에서 2.35%로 떨어져, 2009년 1월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미 채권의 금리가 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정부가 더 싼 값으로 시장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S&P의 미 신용등급 하락으로 미국 정부는 전보다 더 비싼 이자를 물고 돈을 꿔야 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던 터다.

주식시장에서 나온 자금이 재무부 채권 시장으로 몰리는 것에 대해, 경제학자인 토마스 사이먼스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안전한 곳으로의 도피"라고 설명했다.

CNN도 불확실성이 팽배한 이 때 투자자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신용도가 하락했지만 미 재무부 채권값은 올라가고 금리는 더 떨어진 것에 대해, "투자자들은 미 정부의 부채가 그래도 다른 어느 곳보다 투자하기에 안전하다고 믿고 있다"고 해석했다.

뉴욕 소재의 미쯔비시 UFJ 의 토마스 로스는 "금리가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은 위험하다면 어떠한 것도 꺼려하기 때문에 미 재무부 채권을 사고 있다"며 이같은 현상을 설명했다.

웰스 캐피탈 메니지먼트의 제임스 폴슨은 "AA+가 실제로는 AAA다"며, "지금 시장에는 두려움이 팽배해 있으며, 갈 곳은 여전히 미 재무부 채권이다"고 말했다.

프루덴셜 파이낸셜의 시장 분석가인 퀸시 크로스비는 "재무부 채권 시장은 미국의 신용도가 떨어졌다는 사실에 무감한 듯하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 채권뿐 아니라 금값도 상승세를 유지, 처음으로 1온즈 당 $1700 달러대를 돌파했다. 또한 크루드 오일과 천연 가스 등의 가격도 크게 뛰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8일 오후 백악관에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8일 오후 백악관에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월스트리트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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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용도는 여전히 AAA" - "AA+도 과분하다"

한편 월요일 오후,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미국의 신용도는 여전히 AAA"라고 주장했다. "만약 AAAA라는 등급이 있다면 나는 미국에 그것을 주겠다"는 워렌 버핏의 말을 인용하며 자신은 물론 전세계 대부분의 투자자들도 동의할 것이라고도 했으나, 그렇다고 "미국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S&P에 의한 미국 국가 신용도가 하락한 이후 처음 갖는 대국민 성명에서, 그는 "시장은 계속해서 우리의 신용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우리의 문제는 분명히 해결될 수 있는 것이며, 우리는 그 해결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지난 8월 1일에 미 의회가 입안한 지출 삭감안과 더불어 부유층들에 대한 보다 공정한 세금 부과 및 메디케어와 같은 의료 복지 프로그램의 개혁 등을 꼽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급진적인 변화"가 아닌 "상식과 타협"이라고 강조, 그는 현재 극도로 대립하는 미국의 정치적 풍토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하버드 대학의 케네스 로고프 경제학 교수는, "S&P가 인용한 미국 경제의 미래와 워싱턴의 반목을 고려할 때, AA+도 내겐 과분한 것 같다"며, 여전히 미국의 신용 등급을 AAA로 유지하는 다른 신용 등급 기관들에 대해, "(S&P)와 같은 결정을 취하지 않는 것은 비겁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 재무부 관리인 닐 카슈카리도, "무디스와 피치가 S&P의 결정을 따라가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미국의 적자상황을 분석하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진실로 AAA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미 경제 전문가들은 화요일에 있을 미 연방은행의 통화 정책 회의에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비록 연방 은행이 취할 선택의 폭이 좁아졌지만, 현재의 암울한 경제 전망은 중앙 은행이 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주길 바라고 있다"며, 연방 은행이 어떤 경기 부양책을 마련할지에 관심을 모았다.


태그:#미 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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