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영삼봇'의 트위터 화면. 8일 오후 5시 현재 이용자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을 삭제한 상태다.
 '김영삼봇'의 트위터 화면. 8일 오후 5시 현재 이용자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을 삭제한 상태다.
ⓒ 최종연

관련사진보기


오랜만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진원지는 그의 언행이 아닌, 김영삼 전 대통령을 표방한 '@PresidentYSkim'(이하 '김영삼봇')이란 트위터 계정이다.

'김영삼봇'은 실제 김 전 대통령의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게시한 한편, 자신의 이름을 '金氷三(김빙삼)'으로 적었다. 프로필에는 "취미는 등산 호는 臣山(신산) 좌우명은 大盜無門(대도무문) OECD 간다꼬 갔더만, 간판이 IMF더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 김 전 대통령의 호인 '巨山(거산)' 등을 풍자한 것이다.

속시원한 '김영삼봇', 폐쇄되나

나아가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투표라꼬 반다시 다 해야 되는 거는 아이다. 만약에 오세후이가 '한강에 둥둥섬을 1. 한개만 만든다. 2. 두개 만든다'카고 주민투표에 붙있어도 투표할끼가?"라고 트윗하고 "무재인 변호사가 무면허 운전이라꼬??? 그라마 맹박이는 택시 강도가???"라고 표현하는 등 김영삼 전 대통령의 어투를 빌려 시사를 풍자하는 트윗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트위터 사용자들은 "속이 시원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보다 낫다"는 반응도 있지만, "불편하다" "내가 이름을 도용 당해도 삭제 요청할 것 같다"는 반응도 있다. 현재 김영삼봇의 팔로어는 5143명, 트윗은 622개에 달한다.

한편 김 전 대통령 측 관계자들은 8일 인터넷매체 <데일리안>과 한 통화에서 "방송통신위원회에 이 트위터 폐쇄를 요구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타인을 사칭해 하지도 않은 말을 게재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것"이라며 "일단 방통위의 폐쇄절차를 기다려보겠다. 법적 대응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1996년 정치에 입문한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7일 "트위터는 장난하는 곳이 아닙니다. YS대통령을 사칭하여 온갖 희한한 소리를 다하고 있는데 명백한 명예훼손입니다"라며 '김영삼봇'을 비난했다.

김 전 대통령 측이 '김영삼봇'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폐쇄를 요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트위터 이용자들은 "트위터가 고해성사하는 곳인가요?" "인기가 부러워서이지 않을까" "그정도는 웃고 넘길 일 아닌가"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풍자한 '김영삼봇'은 향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계정의 접속차단 등 시정요구 여부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 규칙인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8조 제4호에서는 '정당한 권한 없이 타인의 사진, 영상을 게재하여 타인의 인격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내용과 기타 정당한 권한없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을 유통이 적합하지 아니한 정보로 보고 있다.

따라서 '@2MB18nomA'와 유사하게, 향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김영삼봇'의 김 전 대통령 명예훼손 여부와 인격권 침해 여부가 심의, 시정요구가 결정될 경우 김영삼봇의 프로필 페이지가 접속 차단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김영삼봇'의 접속을 차단하는 것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기능과 표현의 자유의 범위에 관해 또다른 논쟁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위 심의규정 제8조 본문은 명예훼손과 인격권 침해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내용"에 해당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김영삼봇의 트윗 내용은 단순한 비판과 풍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를 강간 도시로"... 'YS는 못말려'는 어쩔 건가

또한 '김영삼봇'의 풍자가 과거 1993년에 출판된 'YS는 못말려'(나래미디어, 1993)와 같은 유머집, 그리고 현재 MBC FM에서 진행중인 '싱글벙글쇼'의 전직 대통령 등 성대모사를 소재로 한 '마이크 출동' 코너와 무엇이 다른가 하는 문제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YS는 못말려'는 '김영삼봇'과 유사하게 정치세태, 사회풍조, 경제현실 등을 풍자하는 것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당시 1993년 4월 9일자 <연합뉴스> 기사는 해당 유머집의 발간을 소개하면서 '현직 대통령을 공공연한 우스갯소리의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달라진 사회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는 "이대한 제주시민 여러분 이 제주를 세계적인 강간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애무장관은 애무나 잘해요", "루마니아의 독재자였다 민중에 의해 처형된 차우세스쿠의 이름을 몰라 계속 '차씨'라고 발언" 등 'YS는 못말려'의 내용이 지속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따라서 '김영삼봇'의 풍자 트윗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여부, 사진 도용이 인격권 침해에 해당하는지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불가피하게 논의될 수 있음에 따라 박경신 교수가 제기한 '성기 사진' 논쟁 이후 또다시 표현의 자유의 침해 한계에 관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봇'이란 무엇인가?
트위터 상에는 '봇(bot)'이라는 이용자들이 존재한다. 트위터의 '봇'은 이용자의 인격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마치 '로봇'과 같이 타인 또는 특정 주제를 소재로 한 트윗들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이용자들이다.

현재 트위터상에는 한나라당을 풍자한 '한나라당봇 (@hannarardang)', 연인이 없는 솔로들을 풍자하는 '안생겨요봇 (@ASKY_bot)' 등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시인 '이상봇(@LEESANG_0923)', 가수 유희열씨를 표방한 '유희열봇(@Youheeyeol_bot)' , 운동권의 언어를 풍자하면서 시민운동 소식도 전하는 '운동권봇 (@movement_bot)'도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봇'은 트위터상의 특유한 문화로 자리잡아가면서 모욕 또는 명예훼손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하지만, '김영삼봇' 운영자가 김영삼 전 대통령을 직접 풍자한 것이 아니고 그의 화법과 어투를 풍자하였다는 점에서 향후 실존 인물을 대상으로 한 '봇' 운영자들의 표현의 자유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태그:#김영삼봇, #트위터, #표현의 자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