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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하나 제 정신이 아니었다. 지난 8월 5일에서 7일까지 인천 드림파크에서 펼쳐진 펜타포트락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에 참가한 관객들은 문자 그대로 '미친' 사람들 같았다. 놀고 싶어서 환장한 사람들이었다.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인 듯 놀았다.

 

태풍? 상관없어! 비 맞으며 맨발로 놀자!

 

 
날씨 따위는 문제가 못 된다. 태풍 무이파가 북상하고 있었지만 노는 데 미친 관객들은 비를 피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색색깔의 비옷을 걸치고, 아니 그것 없이도 그저 뛰어 놀기 바빴다. 어차피 땀으로 흠뻑 젖은 몸, 비 좀 맞는 게 대수일까.

 

쏟아지는 빗속에서 진흙탕을 누비는 건 펜타포트를 상징하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장마전선과 태풍이 지나가는 한국의 여름철에 펼쳐지는 야외 축제로서 비는 피하기 어려운 존재. 펜타포트는 비를 피하지 않는다. 기꺼이 함께 어우러져 함께 논다. 비를 맞고 진창이 된 가운데서 신발을 버리는 것도 아랑곳 않으며 진흙탕 슬램(관객들이 원을 만들고 서로 몸을 부딪히며 노는 행위)을 즐긴다.

 

 

요즘이야 레인부츠라도 있지만 펜타포트가 처음 시작된 2006년에는 그런 것도 없었다. 버리기 직전의 낡은 신발을 신고 가는 것은 펜타포트를 대하는 기본 자세였다. 펜타포트는 2006년 국내 초유의 초대형 록 페스티벌로 화려하게 시작됐다. 지금처럼 대형 음악 축제가 많지도 않던 때라 록 마니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펜타포트는 2009년 지산밸리록페스티벌과 양분되면서 잠깐 휘청하기도 했다. 지산밸리록페스티벌은 야외 음악 축제의 유행에 힘입어 화려한 라인업을 내세우며 급성장했다. 반면 펜타포트는 상대적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여왔다.

 

대한민국 록 페스티벌의 전설, 펜타포트는 죽지 않았다

 

펜타포트는 죽지 않았다. 인천시의 적극적인 협조 속에 치러진 2011펜타포트는 '대성공'이었다. B.o.B, 콘, 심플 플랜으로 이루어진 헤드라이너에 팅팅스, 부활, 노브레인, 스키조 등으로 탄탄한 라인업을 갖췄다.

 

 

2집 앨범 발매 이후 처음으로 대형 축제에 모습을 드러낸 검정치마는 인기곡 '좋아해줘'의 가사를 "서울 아니면 뉴욕에서도"를 "서울 아니면 인천에서도"로 개사해 부르며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언제나 강렬한 음악을 하는 펑크 록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관객을 슬램과 모싱(슬램보다 더욱 과격하게 몸을 부딪히며 노는 행위)이 난무하는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조 브룩스, 칙칙칙 등의 국외 뮤지션들도 개성 있는 무대를 선보였다. 객석에서는 "You are adorable(사랑스러워)" "Marry me(나랑 결혼하자)" 등의 탄성이 쏟아져나왔다. 영국 밴드 팅팅스는 미리 준비해온 한국어로 "쌔끈하게 놀자"고 말했다. 섹시한 무대로 관객들을 매혹했다.

 

 

7일 밤 10시. 헤드라이너인 심플플랜을 보기 위해 관객들은 펜타포트 스테이지로 집결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심플플랜은 캐나다의 인기 밴드다. 수많은 한국 팬들이 기다려마지않던 내한 공연이었다. 태풍의 영향으로 인해 강하게 불어오는 비바람, 엉망이 된 옷과 신발 속에서도 관객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2011 펜타포트의 마지막 밴드 공연. 관객들은 기차놀이를 하며 하나가 되어 축제를 즐겼다. 저마다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강한 무대 조명을 받은 빗줄기는 별빛처럼 반짝였다. 드림파크의 밤은 꿈결처럼 깊어갔다.

 

귀갓길까지 배려한 운영은 합격점... 정체성 고민은 더 해야

 

2011펜타포트락페스티벌은 무대뿐 아니라 운영 전반도 합격점을 받았다. 무대는 펜타포트 스테이지와 드림 스테이지 두 개의 메인 스테이지와 너댓 개의 서브 스테이지로 구성됐다. 공연 시간이 겹치지 않고 효율적으로 짜여 관객들의 고민을 줄여주었다. 공연 시간 딜레이도 많지 않아 깔끔한 진행을 보여줬다.

 

게다가 올해 축제 장소인 인천 드림파크는 공항철도 검암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났다. 검암역에서 축제 장소까지 10분 간격으로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여 관객 편의성을 높였다. 게다가 공항철도와 인천지하철을 연장 운행하고 콜택시를 배치하는 등 귀갓길까지 꼼꼼하게 배려한 센스가 돋보였다.

 

록 페스티벌을 자주 찾는다는 관객 김혜원씨는 "다른 록 페스티벌에 참가했을 때는 공연이 애매한 새벽 시간에 끝나고, 차도 끊겨 버려 집에 가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른 적이 있었다. 펜타포트는 인천시 행사라 그런지 서울역까지 가는 공항철도가 연장 운행되니 매우 편리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은 더 필요해 보인다. 행사의 첫날 무대에는 GD&TOP, 드렁큰타이거, MissA 등 메이저급 가수들이 대거 등장했다. 록 페스티벌에 메이저급 가수들이 캐스팅되는 것은 축제의 정체성 측면에서 논란을 낳곤 한다. 록 마니아들이 축제를 찾는 이유는 평소에 흔히 보기 어려운 인디 록 밴드나 국외 뮤지션들을 보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또한 객석이 온통 진흙탕인 현장 상황이 정확하게 공지되지 않아 이를 예상 못한 관객들의 불편이 컸다. 애초에 주최 측은 객석을 잔디밭으로 조성했다. 하지만 배수가 잘 되지 않는 토양 위에 행사 내내 비가 내려 온통 진창이 된 것이다. 진흙탕 슬램이 펜타포트의 시그니처인만큼 오히려 이를 축제의 개성으로 살리는 기지가 아쉬웠다.

 

행사는 역대 최다 관중인 5만4000여 명(주최 측 집계)을 끌어모으며 성황리에 종료됐다. 대한민국 록 페스티벌의 전설이 죽지 않았음을 보여준 훌륭한 축제였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더 필요할 듯 싶다.

덧붙이는 글 | 박솔희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펜타포트, #인천, #락페스티벌, #록페스티벌, #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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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없는 곳이라도 누군가 가면 길이 된다고 믿는 사람. 2011년 <청춘, 내일로>로 데뷔해 <교환학생 완전정복>, <다낭 홀리데이> 등을 몇 권의 여행서를 썼다. 2016년 탈-서울. 2021년 10월 아기 호두를 낳고 기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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