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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oo팔경' 하면 관동팔경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팔경(八景)이라는 말은 원래 중국 호남성 동정호 남쪽 소상 지방의 아름다운 여덟 곳을 노래한 '소상팔경'에서 비롯되었다. 그것이 우리나라에 전해져 어떤 지역의 뛰어나게 아름다운 여덟 가지 경치를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청간정
 청간정
ⓒ 김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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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은 대관령의 동쪽을 의미한다. 일찍이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이곳의 아홉 고을을 '경치가 나라 안에서 실상 제일'이라고 했다. 그는 누대와 정자 등 훌륭한 경치가 많은 이곳을 칭송하면서, 흡곡(통천) 시중대, 통천 총석정, 고성 삼일포, 간성 청간정, 양양 낙산사, 강릉 경포대, 삼척 죽서루, 울진 망양정을 사람들이 관동팔경이라 부른다고 했다. 흡곡의 시중대 대신 평해의 월송정을 넣기도 한다.

 청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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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삼일포와 총석정, 시중대는 북녘 땅에 있고 망양정과 월송정은 경상북도에 편입되어 있다. 청간정은 옛 간성 땅, 지금의 고성에 있어 고성 팔경 중 제4경에 속하기도 한다. 청간정은 관동팔경 중에서 북녘 땅에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남한 땅에서 제일 북쪽에 있는 관동팔경이다.

 청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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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시인묵객들이 관동팔경의 아름다움을 노래했으니, 고려 말의 문인 안축의 경기체가 <관동별곡>에서 조선 선조 때의 정철의 가사<관동별곡>까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양사언과 정철, 숙종도 어제시를 내려 이곳 청간정을 노래하였고, 겸재 정선과 표암 강세황은 청간정의 경치를 그림으로 남겼다.

속초에서 7번 국도를 따라 오르다 고성 땅에 접어들면 이내 청간정이 나타난다. 매번 이곳을 지나치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단단히 벼르고 청간정에 올랐다. 비가 금세라도 쏟아질 듯 하늘은 잔뜩 흐린데, 마침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불어온다.

 청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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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간정은 생각보다 지척이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소나무의 위용에 감탄했던 것도 잠시, 솔숲 사이로 청간정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12개의 돌기둥이 누정을 받치고 있는 청간정은 한눈에 보아도 시원스럽다. 측면 2칸이 정면으로 들어오고 정면 3칸이 옆으로 몸을 돌리고 있었다.

청간정은 공사 중이라 오를 수가 없었다. 정자에 오를 수 없다는 건 정자를 보지 못한 것과 진배없다. 정자를 오를 수 없으니 조선 시대 명필인 양사언의 글도 관동별곡을 노래한 정철의 글씨도, 숙종의 어제시도 볼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청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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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이승만 대통령이 1953년에 썼다는 현판이나마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건만, 공사 중이어서 역시나 현판을 떼어 볼 수 없었다. 정자 주위도 울타리를 둘러 출입을 막고 있으니 울컥 서러움이 밀려온다. 미리 알고 왔더라면 이렇게 서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청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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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수 없이 정자 주위를 살펴 바다를 내려다볼 만한 곳을 애써 찾는다. 멀리 죽도와 천진해수욕장을 내려다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제야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 청간정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멀리 설악산이 운무에 가려 있다. 울산바위도 짙은 운무에 휩싸여 있다. 시커먼 먹구름에 비해 바다는 잔잔했고 이따금 해변으로 파도가 밀려왔다. 정자 주위를 둘러싼 소나무와 대나무는 이 잔잔함마저 막느라 바람에 살짝살짝 흔들리곤 했다.

 청간정에서 본 죽도와 천진해수욕장
 청간정에서 본 죽도와 천진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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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간정은 중종 15년(1520)에 군수 최청이 수리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그 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 후 불타버린 것을 1928년에 다시 지었다가 1981년에 해체·복원하였다. 청간정에서 보는 일출이 으뜸이라고 한다.

입구로 다시 나와 정자 아래로 난 길을 따라 바다로 나갔다. 바다로 합류하는 청간천이 철조망에 주춤하다 쏜살같이 그 아래를 빠져나갔다. 철조망은 해안을 따라 길게 늘어섰다. 바닷가에는 인적이 없다.

 청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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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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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별곡 8백리길' 작은 이정표가 철조망을 가리려 안간힘을 쓴다. 동해안을 따라 걷는 이 길은 걷기 열풍을 따라 만들어진 길이다. 이 길이 철조망을 걷어내고 북녘 땅까지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날이 점점 어둑어둑해졌다. '절대 출입금지, 오인 사격할 수 있음'이라고 적힌 안내문에서 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청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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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블로그 '김천령의바람흔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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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미식가이자 인문여행자. 여행 에세이 <지리산 암자 기행>, <남도여행법> 등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