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 추성훈이 UFC 3연패의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추성훈은 7일(한국시각)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벌어진 UFC133 준메인이벤트 경기에서 '광속펀처' 비토 벨포트를 상대로 1라운드 1분 52초 만에 펀치 TKO패를 당하고 말았다.

UFC 데뷔전에서 앨런 벨처를 상대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추성훈은 이후 내리 3연패를 당하면서 퇴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고 말았다.

추성훈, 늑대를 피했더니 호랑이를 만났다

 벨포트(왼쪽)는 챔피언 실바를 제외하면 UFC 미들급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격가다.

벨포트(왼쪽)는 챔피언 실바를 제외하면 UFC 미들급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격가다. ⓒ UFC.com


크리스 리벤과 마이클 비스핑에게 연패를 당한 추성훈은 3월 20일에 열린 UFC 128에서 네이트 마쿼트를 상대할 예정이었다. 마쿼트는 무서운 한 방을 가진 타격가지만, 미들급에서 한계를 느끼고 웰터급 전향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 추성훈에게는 좋은 재기전 상대였다.

하지만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추성훈은 대회 참가를 포기했고, 마쿼트는 댄 밀러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이후 웰터급으로 전향한 마쿼트는 릭 스토리전을 하루 앞두고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되며 UFC에서 퇴출을 당하고 말았다.

뜻하지 않았던 천재지변으로 인해 마쿼트라는 늑대를 피했지만, 추성훈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옥타곤의 호랑이 벨포트였다. 추성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경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추성훈보다 2살이 어리다.

비록 UFC 126에서 '미들급의 독재자' 앤더슨 실바에게 기습적인 프론트킥을 허용하며 허무하게 패하긴 했지만, 지난 2004년에는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에 올랐을 정도로 강한 선수다.

'광속펀처'라는 별명답게 미들급 내에서는 그 상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른 펀치 스피드를 자랑하고, 압도적인 타격 실력에 가려졌을 뿐, 주짓수 블랙벨트일 정도로 그라운드 실력도 탁월하다.

흔히 연패를 당하고도 경기 내용이 화끈해 퇴출되지 않는 파이터는 다소 약한 상대를 붙여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경우가 많은데, 2연패 중인 추성훈은 벼랑 끝에서 생애 가장 강한 상대를 만나게 된 셈이다.

유도를 베이스로 하고 있지만, 그라운드 경기를 즐기는 김동현과는 달리 타격가에 가까운 스타일을 가진 추성훈으로서는 가장 상대하기 힘든 타입의 파이터가 바로 벨포트다.

벨포트의 광속 파운딩에 허무하게 무너진 추성훈

 UFC 3연패를 당한 추성훈에게 다음 기회가 또 올지는 미지수다.

UFC 3연패를 당한 추성훈에게 다음 기회가 또 올지는 미지수다. ⓒ UFC.com


UFC 133은 라샤드 에반스와 필 데이비스의 메인이벤트.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와 리치 프랭클린의 준메인이벤트가 준비돼 있었다. 하지만 데이비스와 노게이라의 부상 이탈로 변수가 생기고 말았다.

다행히 데이비스의 빈자리는 UFC의 '터줏대감' 티토 오티즈가 들어가기로 했지만, 노게이라의 대체자를 찾지 못한 준메인이벤트는 경기 자체가 취소되고 말았다.

결국 제3경기로 예정돼 있던 추성훈과 벨포트의 경기가 준메인이벤트로 올라왔다. 이기면 더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지만, 패했을 경우의 충격도 그만큼 커지는 부담스러운 위치가 된 것이다.

추성훈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왼쪽엔 태극기, 오른쪽엔 일장기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비장한 표정으로 옥타곤에 입장했다. 반면에 옥타곤 경험이 풍부한 벨포트의 표정은 여유가 있었다.

경기 초반 벨포트는 킥과 펀치를 섞어가며 기회를 노렸고, 경기 시작 1분 만에 승기를 잡았다. 로우킥에 이은 왼손잽에 추성훈의 중심이 무너졌고, 이후 벨포트의 무서운 광속 펀치가 추성훈의 안면에 연속으로 적중했다.

결국 심판은 엎드려서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던 추성훈의 상태를 확인하고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 추성훈이 동체급의 파이터에게 타격으로 패한 것은 생애 처음이었다.

지난 세 번의 경기에서 3연속 '파이트 오브 나이트'를 수상했을 정도로 화끈한 경기력을 과시했던 추성훈은 한 수 위의 상대인 벨포트를 만나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벨포트와의 커다란 실력 차이를 확인한 추성훈은 이제 옥타곤 퇴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UFC 추성훈 비토 벨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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