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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재래시장을 살려야 한답니다.

"무조건 안되는 거라카이!"
"마트 없었을 때 장사 잘 됐지!"

싼 가격! 편리함! 넓은 주차시설! 시원하기까지!한 마트가 왜 욕을 먹어야 하나요? 요즘 사람들 그다지 신경 쓰지도 않는 재래시장에 오지랖 넓은 봉다리 낙타(하단 설명 참조)의 두 번째 참견이 시작됐습니다. 

왜? 궁금하잖아요. 마트가 욕 먹는 이유. 그래서 직접 발로 뛰며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7월 19일 햇볕이 쨍쨍거리는 오후. 부전시장 번영회 사무실에서 최윤엽 회장을 만났습니다.

시장 상인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사무실을 나섰다
▲ 최윤엽 회장과 봉타 인터뷰 시장 상인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사무실을 나섰다
ⓒ 이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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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다리 낙타 :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을 일정한 거리 안에 입점할 수 없도록 부산진구 조례안이 제정되었다고 들었어요. 재래시장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최윤엽 회장 : "'법적으로 500m 안에 마트를 만들 수 없다' 이건 애들 장난도 아닙니다. 500m면 자기 코밑하고 똑같아요. 지난 번에 조례법을 만들었어요. '우리 지역에서는 이런 법이 합당하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허가를 내주지 말자. 500m 택도 없는 소리다'라고. 그런데 그게 현실적으로 반영이 안 됩니다. 그래서 재래시장은 현실적으로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대기업이 이익추구만 생각해 동네 슈퍼마켓이나 영세상인의 생계를 빼앗아 죽이려 하고 있는 지금 대처 할 수 있는 힘이 없어요."

봉다리 낙타 : "얼마전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기업형 슈퍼마켓인 (주)롯데슈퍼의 사업신청서 자진철회 기사를 읽었어요. 제주도 역시 부산진구와 마찬가지로 대형마트 500m 내 개점 제한을 두는 '전통상업보존구역지정 및 대규모점포 등 등록제한 조례'가 근거였어요. 부산 재래시장과 중소상인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최윤엽 회장 : "그렇죠. 구청, 시청에서 이렇게 허가내준다 방관만 하고 있을 일은 아니죠. 그런데 전통시장이나 각 지역의 골목시장들이 단합이 안 됩니다. 우리의 상인의 취약점이 '남이야 어떻게 되든 간에'라고 생각하는 개인주의입니다. 서로 자기가 아니라도 남의 어려움을 알고 단합해서 타개해 가야 하는데 '남이야 어떻게 되든 간에 나는 아니면 되지' 이런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몇 사람이 막을 수 있는 그런 문제가 아니거든요. 부전마켓타운이면 최소한 몇 백명이 가서 웅성거려야 막을지 말지입니다. 그런데 갑시다 하면 안 갑니다. 서귀포 같은 곳은 농촌이라 직접적인 생존권이 걸려 있어요. 부전시장하고는 또 달라요. 숙제입니다."

봉다리 낙타 :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요? 오랫동안 대리점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다고 들었어요. 단지 마트 밖의 중소상인뿐만 아니라 마트 안의 중소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는데."

부전마켓타운에서
▲ 최윤엽 (사)부전시장 번영회 회장 부전마켓타운에서
ⓒ 이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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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엽 회장 : "제가 도매장사를 했어요. 도매장사는 도꾸니(단골)가 정해진 장사에요. 부산시내 초창기에 슈퍼마켓 750군데를 차 4대를 가지고 장사했죠. 그 당시에는 잘 됐는데 지금은 대리점이 안 됩니다. 그 이유가 대형슈퍼마켓에서는 각 지방의 대리점을 상대 안 하는 겁니다. 공장에 파고 들어가는 거예요. 공장에서 물건을 받으면 이점이 뭐냐 하면 예를 들어 장갑 하나를 천 원에 판다면 조금 팔다가 안 팔릴 것 같으면 천 원에 한 켤레 더 끼워라 명령조로 이야기합니다. 대기업의 횡포죠. '안 끼울려면 물건 넣지 마라.' 이거예요. 중소기업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하나 끼워 주는 거예요. 또 '우리 행사하는데 찬조 좀 해라.' 이건 뭐 물건을 하나 더 끼워줘라 해서 끼워주고 적자 보며 찬조까지 하라하니깐 회사 망하게 생겼어요.

결국 지금 대기업의 슈퍼마켓이나 마트는 중소기업에서 적자를 보면서도 피나는 노력으로 버는 돈을 뜯어다가 살아가는 거예요.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의 피를 빨아 먹는 겁니다. 재래시장과 슈퍼마켓 영세상인만 망치는게 아니라 물건구입 자체도 다 이런 식이죠. 툭하면 '찬조 좀 해라.' 또 '하나 더 해서 두 개 싸게 팔아라.' 천원 팔아서 300원 정도 남는데 거기다 천원 더 보태서 팔라고 하는데 어떻게 됩니까? 700원 밑지는 것 아닙니까? 그러면서도 그런 횡포를 다 참아나가야 됩니다. 대형마트 뚫기가 하늘의 별따기니까. 그리고 지금 부산에 이마트나 홈플러스가 많지만 수익 전부를 서울로 올리고 우리 부산을 위해서 쓰이는 돈은 하나도 없는 거예요.

내 고장의 시장이 발전이 되어야 공존하는 겁니다. 우리도 살고 이웃도 살고 상인도 살고 그러나 마트는 그렇지 않아요."

봉다리 낙타 : "그런데 그 공존의 공감이 지역사회에 없는 것 같습니다. 재래시장이 여려움을 겪고 있는 건 대기업의 이기적인 경영도 있지만 소비자의 외면도 있지 않을까요? 마트에 비해 '친절하지도 않다' '깨끗하지도 않다' '물건만 팔면 그만이다' 재래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상인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것 아닐까요?"

부전마켓타운 거리 인터뷰
▲ 최윤엽 (사)부전시장 번영회 회장 부전마켓타운 거리 인터뷰
ⓒ 이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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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엽 회장 : 맞습니다. 상인들 대부분이 친절한 것에 신경쓰지 않아요. 물건을 구입하고 반품이나 환불을 요할시 처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다수 고객들이 느끼는 불편함이에요. 물건을 사가면 마음에 안 들고 물건이 약간 상했으면 당연히 바꿔주고 물려 줘야해요. 문제가 많아요. 우리가 긍지를 가지고 장사를 하고 스스로 발전할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상인대학을 통해 장사하는 방법, 고객을 대하는 방법등 많은 걸 상인들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상인 대학을 졸업하면 상인 대학원이라는 게 있는데 대학원은 실제적으로 장사를 어떤 방법으로 하고, 어떤 제품을 어떻게 진열하느냐까지 세밀하게 가르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한탄만 하고 있을게 아니라는 겁니다. 옆에 마트가 있어서 안된다. 우리가 노력하면 됩니다.

왜 안됩니까? 배우고 노력하고. 상인들이 고객들에게 마음을 다해서 친절하게 왕으로 모시고 또 다시 올 수 있도록 내 몸같이 생각해봐요. 그럼 그 분들이 다시 찾아옵니다. 그 한사람이 도꾸니(단골)가 아니고 그 사람이 오면서 다른 손님도 오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오는 고객이 진짜 고객이에요.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려서 이런 고객을 유치해야 합니다. 찾아오는 고객! 내가 친절하게 하니까 고객이 찾아오는 겁니다. 말 한마디를 해도 곱게! 친절하게! 좋은 생각, 즐거운 생각을 가지고 고객을 즐겁게 해주는 겁니다. 그렇게 우리가 변해야 합니다."

봉다리 낙타 : "환경적으로도 많은 지원과 변화가 필요할 것 같아요?"

최윤엽 회장 : "우선 현대화를 해야 합니다. 먼저 시설 현대화 사업을 통해 아케이드 설치를 계속 추진하고 있습니다.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 장을 보러 와야 되요. 대형마트가면 우산이고 뭐고 시원한데~ 비 한방울 안 맞고 돌아다니잖아요. 전통시장은 비를 맞아야 되고 햇볕을 쪼여야 되고. 물이 질벅질벅하고 대형마트가면 뽀송뽀송하고 깨끗하잖아요.

물건 진열 방법도 바꿔야 됩니다. 소량 포장을 하고 고객을 유치해야 합니다. 또 젊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해요. 부전마켓타운은 토요문화야시장이나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시범사업 같은 문화행사를 많이 유치하고 진행하고 있거든요. 이런 문화사업을 통해 젊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장기적인 지원을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우리 사장님들이 할머니 사장님이 아니고 나이가 젊은 청년 사장이 많아져야 합니다. 자기 손자라든가 아들이라든가 이런 사람들이 시장에 와서 가게 운영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됐을 때 재래시장이 발전되고 예전처럼 활성화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대교체가 필수적인 겁니다. 옛날식으로 그대로 이어 받는 것이 아니라 뭔가 젊은 사람이 하면 젊은 사람답게 연구를 해서 소비자들이 물건을 보고 그 물건을 덥석 집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청년 사장이 많아져야 합니다."

봉다리 낙타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뮤직박스 DJ로 문전성시 - 부전시장 프로그램에 참여중
▲ (사)부전시장 번영회 최윤엽 회장 뮤직박스 DJ로 문전성시 - 부전시장 프로그램에 참여중
ⓒ 이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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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엽 회장 : "일본에서는 대기업이 마트를 할 때 번화가라든가 시장근처라든가 그런 장소에 개업을 못 합니다. 허가가 안 나옵니다. 시내에 있는 사람들이 변두리에 차틀 타고 가서 물건을 사와야 할 판인 거죠. 그래서 일본은 편의점이 잘 됩니다. 이렇게 마트가 변두리에 있어 많은 물품을 살려면 차를 타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소량판매를 하는 영세상인이, 재래시장이 살아집니다. 지금 일본은.

부전시장 같은 경우 도매를 병행합니다. 산지에서 직접 물건을 가지고 와서 작은 시장에 도매를 하고 그 물건을 가지고 소매를 합니다. 바로 새벽에 들어온 싱싱한 것을 싸게 파는 거죠. 마트와 다른 점이 물건을 산지에서 직접 구입하고 가격을 싸게 가지고 와서 소비자에게 싸게 판다 바로 이 점이죠. 얼마전 조선일보에서 전국 마트와 재래시장 물가 조사를 했는데 부전시장이 소고기, 생선류, 과일류, 채소류 등이 평균적으로 20~25% 쌌어요.

토요문화야시장 행사 중에 학생투어라는게 있어요. 중학생 30명 정도가 5천 원으로 부전마켓타운을 돌면서 재량껏 사오고 싶은 걸 사는 프로그램이에요. 마치고 나면 '재래시장을 돌면서 뭘 느꼈느냐?' 느낌점을 적는데 '처음 왔는데 재래시장 물건도 많고 싱싱하다. 우리 엄마에게 소개해야겠다' 이런 식의 글을 많이 씁니다. 그 아이들이 나중에 컸을 때 결혼이라도 했을 때 우리 시장 한 번 가보자. 이런 말이 안 나오겠습니까?(웃음)

지금 하고 있는 문전성시도 젊은 사람들을 유치할 수 있는 좋은 길이더라고요. 시장통 비엔날레를 어떻게 알고 여자 고등학생이 줄지어서 지도를 보며 시장에서 뭘 찾고 있더라고. '아~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예술을 찾아서 헤매는구나~.' 처음에 보니까 '이 사람들이 뭘 하겠노' 했는데 그걸 보고 많이 느꼈어요. 이런 식으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와야겠구나."

막간 인터뷰

대형 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에 대한 생생한 현장 인터뷰
▲ 막간 인터뷰 대형 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에 대한 생생한 현장 인터뷰
ⓒ 이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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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엽 회장 : "상인으로서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으로 어떤 피해가 있나요?"

천지상회 사장 : "농협 하나로 마트(부전시장 앞 위치)가 2006년에 생겼어요. 근데 처음과 달리 약속시간 안 지키고 바깥에서 장사하고 안에 식자재 다 넣고 있어요. 세금 계산서 해준다고 손님을 다 끌고 가는 거라. 아침 10시에 문을 연다고 해놓고 지금은 8시 40분에 열거든요. 나와서 팔 것 다 판단 말이야. 버섯도 팔고 사과도 팔고 감자도 택도 아이게 2kg 1000원에 팔고. 그건 아니거든. 그건 장사를 망치는 거라. 상인들 희롱하는 거라. 미끼 상품으로 해서 다 지장주는 거야."

최윤엽 회장 : "원래는 10시에 문을 연다고 하고 식자재를 취급 안하는 걸로 약속을 했었는데 지금은 전체 품목을 다 합니다. 그리고 어쩌다 한 번 노점에서 특가로 가격을 낮춰서 전체 가격을 흐트려 놓고 있는 겁니다."

봉다리 낙타란?

ⓒ 배인석 최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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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부산시지정 예비사회적기업
정식명칭은 시장문화콘텐츠기획단 날라리낙타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지원 부전시장 -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 프로젝트(이하 문전성시)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예비사회적기업 인증
2010년 부전시장-문전성시 사업 일부 주관 및 실행
2011년 전통시장에 기반한 디자인마케팅 및 홍보마케팅, 커뮤니티 비즈니스 사업에 열중하려 했으나 시장통에서 먹고살기가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음
2011년 부산시지정 예비사회적기업 실사시 당당히 수입 꼴지 차지. 이후 갈팡질팡하다 현재는 전통시장 홍보블로그인 '시장하세요'를 열고 기사 발굴에 매진중

덧붙이는 글 | www.charmville.co.kr 참마을 부산의 아침 소식에도 동시 게재
blog.naver.com/playinsijang 시장하세요 블로그에도 동시 게재
추가 중복 게재될 수 있습니다.



태그:#봉다리 낙타, #재래시장 편견 죽이기, #시장하세요, #부전시장, #최윤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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