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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5m 높이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 올라가 28일로 204일째 고공농성 중입니다. 고공농성을 이어가는 김 지도위원이 3차 희망버스 출발을 앞두고 심정을 담은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기사 보강: 28일 오후 1시 10분]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186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10일 오전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지인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186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10일 오전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지인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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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나무가 되고 싶습니다.
고단하게 살아서 그랬을까요. 다음엔 한자리에 가만히 서있고 싶습니다.
지금은... 새가 되고 싶습니다. 훨훨~
주익씨도... 새가 되었을 거예요. 훨훨~

짧은 잠을 자며, 똑같은 꿈을 두 번 꿨습니다.
시장 구경도 하며 돌아다니는데 어딜 가나 크레인이 보였습니다. 85호....
곁에 있는 사람은 이것저것 물건도 만져보고, 웃기도 하고, 천진스러운데,
저는 크레인을 바라보며 저길 올라 가야 하는데, 어두워지기 전에 얼른 올라 가야 하는데, 꿈에서도 애가 탔습니다.

한 번은 또 다른 꿈이었습니다.
아마도 뻣뻣한 철구조물 위에서 200여 일을 보내다 보니 부드러운 것들이 그리웠나 봅니다. 뙤약볕에 용광로 속처럼 달구어지는 운전실에서 시들시들해져 간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나 봅니다. 하루는 꿈에 85호 크레인에 파란 싹이 돋기 시작하더니, 점차 무성해지더니 안전계단의 손잡이들이, 붐대의 철근들이 구불구불 나무줄기로 변하더니, 아, 몇 천 년은 자랐을 법한 거대한 나무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시원한 나무그늘이 생기더니, 운전실이 예쁜 원두막으로 변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100일. 200일. 그건 별로 중요치 않습니다.
이 생의 결단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내려가면 오히려 못살 거라는 거. 그게 더 중요해요. 제게는.
김주익, 곽재규, 두 사람 한꺼번에 묻고 8년을 허깨비처럼 살았으니까요.
먹는 거, 입는 거, 쓰는 거, 따뜻한 거, 시원한 거, 다 미안했으니까요.
밤새 잠 못 들다 새벽이면 미친 듯이 산으로 뛰어가곤 했으니까요.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나무가 되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숲에 함께 어울려 평등하게 살아가는 평화로운 나무가 되고 싶습니다.
작은 자리 하나 차지하고 소박하게 살아보고도 싶습니다.
생각해 보면 정말 단 한번도 정주할 수 없는 숨가쁜 날들이었습니다.

열 다섯에 집을 나와 아이스크림 가방을 메고 돌던 무더운 해운대 백사장, 땅콩을 팔러 돌아니던 낯선 골목들, 오라이요! 오라이요! 내달리던 화진여객 122번 버스, 발바닥에 땀방울이 나도록 밟던 미싱 페달, 잠깐이라도 시간을 줄여 눈붙이려고 총총히 식당으로 향하던 21살, 22살, 23살. 25살에 해고되고 하루도 빼지않고 나가던 새벽 출근투쟁길, 얻어맞으며 끌려가던 숱한 길. 길게 집을 떠나 있어야 했던 두 번의 징역살이, 노동자의 삶과 꿈을 얘기하러 혼자 전국을 떠돌던 일들. 그리곤 지난 1월 6일 새벽, 혼자 오르던 85호 크레인의 차가운 난간.
 
외롭기도 했던 날들, 하지만 이제 저는 외롭지 않습니다.
꿈조차 제 것이 아니었던, 미래 역시 제 몫이 아니었던 우리들이 모여 이제야 비로소 하나의 꿈을 꾸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의 어떤 이웃도 함부로 잘리지 않는 세상, 비정규직으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 기업이 사장 개인 것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 모두의 것이 되는 세상을 향해 달리는 버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여럿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그렇게 함께 꾸는 꿈이 희망 버스에 실려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리운 평지로 내려가 여러분들과 함께 그 희망의 버스, 연대의 버스, 응원의 버스를 타고 다시 지금도 1300일째 싸우고 있는 재능교육비정규직과 국민체육진흥공단비정규직 누이들을 찾아,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난쟁이들처럼 살아가는, 그러나 마음만은 늘 밝고 거대한 발레오 동지들을 찾아, 여리고 순박하면서도 심지가 기타줄마냥 질긴 우리 콜트-콜텍 기타 만드는 노동자들을 찾아가는 꿈을 꾸기 때문입니다.

노동자도 밤에는 잠 좀 자자고, 야간노동 이제 그만 없애자고 했다고 백주대낮에 용역깡패들에게 두들겨 맞아 병원엘 가야하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찾아, 희망의 자전거를 타고 달려와준 현대차비정규직 동지들을 찾아, 15명의 동료들을 잃은 우리 쌍용자동차 노동자 가족들을 찾아, 노동자들을 넘어 모든 가난하고 소외받는 우리 이웃들을 찾아 가는 꿈을 꾸기 때문입니다. 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올라와 85호 크레인을 지켜주는 박성호와 우리 동지들과 함께. 저 담장 너머에서 날마다 노숙을 하며 나를 지켜주는 저 눈물겨운 우리 한진 노동자들과 함께 말입니다.

더 이상 패배하지 않기 위해, 더 이상 절망하지 않기 위해, 더 이상 울지 않기 위해.
이 모든 행복한 꿈이, 암흑 속에 앉아 새벽처럼 밝아오는 여러분들을 기다리는 이유입니다.
즐겁게! 의연하게! 담대하게!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흔들리지 않는 85호 크레인 나무가 되어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 눈물겹도록 감사합니다.

3차 희망의 버스 대국민 행동 제안
9일 저녁 '2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185일째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고공농성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만나기 위해 행진을 벌이고 있다. 부산역광장에서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영도대교를 건너 행진을 하다 영도 입구에서 경찰 차벽에 막혀 있다.
 9일 저녁 '2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185일째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고공농성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만나기 위해 행진을 벌이고 있다. 부산역광장에서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영도대교를 건너 행진을 하다 영도 입구에서 경찰 차벽에 막혀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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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 시대 양심의 등대, 85호 크레인 앞으로 여름 휴가 떠나요.
- 김진숙이 홀로 지키는 85호 크레인은 우리 시대 모든 양심들을 지키는 희망의 등대가 되고 있습니다. 이 등대가 외롭지 않게, 2011년 모든 이들의 여름 휴가지로 85호 크레인 앞, 텐트촌을 제안합니다.

2. 조남호 국회소환 및 조현오 경찰청장, 서천호 부산경찰청장 파면요구 국민서명
-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수빅에 수조 원에 달하는 공장을 짓고, 정리해고 다음날도 170억 원의 고배당을 지급할 정도로 경영에 문제가 없음에도 부당하게 수십년 일해 온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했습니다. 이런 부당한 기업주들은 사회적으로 퇴출되어야 마땅합니다.

평화로운 국민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인권을 유린하며, 국가폭력을 자행한 조현오, 서천호 청장은 즉각 파면되어야 합니다. 이에 국민서명운동에 돌입합니다.

3. 전국 각지 한진 관련 기업사들에 대한 항의 규탄 행동에 돌입합니다.
- 한진 조남호 회장과 그 가족들이 운영하는 모든 기업들에 대한 항의 규탄 행동에 돌입할 것을 제안합니다. 비윤리적 기업 운영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합니다.

4. 서울 대한문 앞 무기한 희망단식 농성장을 중심으로 서울에서 '김진숙 살리기, 정리해고 철회' 범국민 촛불을 켜나갈 것입니다. 7월 23일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입니다.

5. 3차 희망의 버스는 더 거대하게 조직될 것입니다.
- 2차 희망의 버스는 전국 각지에서 195대가 출발했습니다. 그 출발지를 읍면동, 각 사업장 단위까지 확대할 것입니다. 버스는 도보, 자전거, 열차 그 무엇으로든 진화합니다.

- 2차 희망의 버스, 도착지는 부산 전역입니다. 우리는 해운대에서, 서면에서, 남포동 등, 부산 시민이 있는 모든 곳에서 함께 할 것이고, 모든 곳에서 평화의 촛불행진에 나설 것입니다.

6. 각 계급 계층, 지역, 부문 별로 김진숙을 살리고, 한진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하며, 나아가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참여 행동을 조직합니다. 지역별 촛불문화제와 1인 시위, 85호 크레인 연대 방문, 사이버행동 등 모든 일에 나섭니다.

○ 출발 일시 : 2011년 7월 30일(부산 도착 오후 6시)
○ 출발 장소 : 전국 각지(서울-시청광장 앞, 낮 12시)
○ 참가 및 연대 게시판 : 다음 카페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 문의 전화 : 070-7168-9194


태그:#김진숙, #한진중, #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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