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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로 만든 여러 모양의 도자기 형태
▲ 물레성형 물레로 만든 여러 모양의 도자기 형태
ⓒ 이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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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분야에 뛰어난 기술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장인(匠人)을 우리는 '명장(名匠)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도자기 생산지가 연접한 경기도 여주군은 '여주군도예명장', 이천시는 '이천시도자기명장', 광주시는 '광주왕실도자기명장'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도자기분야에 30년 이상 직접 종사한 도자기 종사자 중에 '명장'을 선정하고 있다.

물레성형으로 제작한 도자기 작품
▲ 작품 물레성형으로 제작한 도자기 작품
ⓒ 이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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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선정인원은 여주군과 광주시는 매년 1명, 이천시는 성형, 조각, 서화, 디자인, 기타 도자기 제작관련 분야 포괄하여 해당자가 있는 경우 한 해에 3명을 선정하기도 하지만 해당자가 없는 경우 선정하지 않는 방법으로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도자기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지역인 여주군․이천시․광주시 중 가장 먼저 명장선정을 시작한 곳은 경기도 이천시다.

2002년 이천시는 청자로 유명한 해강청자연구소의 유광렬 명장을 선정한 것을 시작으로 12명의 명장을 배출했으며, 2004년부터 시작한 여주군은 3명, 2008년부터 시작한 광주시는 3명의 명장을 선정했다.(2010년말 현재)

올해 도자기, 도예 명장 선정계획
▲ 선정계획 올해 도자기, 도예 명장 선정계획
ⓒ 이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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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시군은 각각 조례를 통해 '도자기술로 전통문화예술을 계승하고 지역의 도예발전에 공헌한 사람을 명장으로 선정'하는 것과 '도예인 중에서 최고 수준의 기능을 가진 사람으로 지역 도예산업 육성과 발전을 위해 공헌한 사람'을 선정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도예인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맡은 전문분야에 정진하도록 하기 위해 도예산업 현장에서 장기간 종사함으로써 도자기 기술 발전에 크게 공헌한 자 중에서 선정한다는 것이다.

여주군 신륵사 입구의 전통가마에서 도자기를 굽기위해 불을 때고 있다
▲ 가마때기 여주군 신륵사 입구의 전통가마에서 도자기를 굽기위해 불을 때고 있다
ⓒ 이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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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기준의 중요한 항목의 하나인 기능에 대해 여주군은 '도예인 중에서 최고 수준의 기능을 가진 사람', 이천시는 '그 분야의 최고 수준의 기능을 가진 자', 광주시는 '도예 분야에서 최고의 기능을 가진 자'를 선정한다고 되어있지만, 일부 도예인은 이 조항으로 인해 '명장만이 최고의 기능을 가진 장인'으로 오인될 수 있는 소지가 많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전통가마 아궁이에 불을 때는 모습
▲ 아궁이 전통가마 아궁이에 불을 때는 모습
ⓒ 이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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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는 흙을 채취하여 선별하고 가공하는 과정부터 모양을 만드는 성형,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으로 장식하는 과정을 거쳐 마지막으로 가마(窯)에서 구워내는 과정까지 아주 많은 공정에 다양한 기술과 기능을 필요로 하는 복합적인 공예작업이기 때문이다.

옹기류로 만든 여러 모양의 생활도자기
▲ 생활도자기 옹기류로 만든 여러 모양의 생활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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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명장제도를 시작한 이천시 관계자는 "이천시의 도자기 명장 제도는 여주군이나 광주시와 좀 다른 면이 있다"며 "선정분야를 성형, 조각, 서화, 디자인, 기타 도자기 제작관련으로 정한 것도 도자공예의 특성을 반영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여주군․이천시․광주시가 운영하고 있는 '명장'제도와 비슷한 것이 '대한민국 명장' 제도다.
대한민국 명장은 '산업 현장에서 최고 수준의 숙련기술을 보유한 기술자로서 숙련기술 발전 및 숙련기술자의 지위 향상에 크게 공헌 사람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 및 우대하여 숙련기술자의 지위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즉, 명장제도의 기본취지는 한 분야에 오랜 기간 종사한 기술기능인의 사회적 지위향상과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수동성형(Jig)으로 만든 도자기 다믐기 조각
▲ 조각 수동성형(Jig)으로 만든 도자기 다믐기 조각
ⓒ 이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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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는 제토(製土․흙만들기)부터 유약제조, 성형, 장식, 불 때기 등 다양한 기술기능과 상감청자나 백자․분청 등 전통도자기와 조형도자기 그리고 커피잔과 같은 식기와 산업용도자기까지 분야가 다양한 만큼 종사자와 전문기술인도 다양한 특성이 있다.

여주군․이천시․광주시 3개 지역의 명장을 보면 공통점이 있는데 그 첫째는 도예업체의 대표자이거나 실질적인 대표자라는 점이며, 두 번째는 흔히 작품도자기로 불리는 도자기를 주로 제작하는 장인들이라는 점이다.

현장에서 '로꾸로'라고 부르는 Jig를 이용한 성형방법. 주로 생활도자기 등 대량생산에 이용된다.
▲ 수동성형 현장에서 '로꾸로'라고 부르는 Jig를 이용한 성형방법. 주로 생활도자기 등 대량생산에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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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주군․이천시․광주시의 '명장'에 생활도자기를 만들거나 제토기술자, 유약연구자와 같은 기본 기술기능인이나 현장에서 '로꾸로'라고 부르는 기계를 이용한 수동성형 기술자, 도자기몰드를 조각하는 제형(製形)기술자는 하나도 없는 것일까?

수동성형으로 제작한 청자화분(초벌)
▲ 수동성형물 수동성형으로 제작한 청자화분(초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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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여주군․이천시․광주시의 명장을 선정하는 조례가 '작품도자기'라고 부르는 작업을 주로하는 소위 '작가'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여주군․이천시․광주시가 해마다 공고하는 명장선정기준을 보면 ▲ 종사 연수는 공히 30년 이상 거주 연수는 여주 20년 이상, 이천 10년 이상, 광주 20년 이상 ▲ 추천인은 읍면동장(여주군은 여주도자기조합 이사장 포함) ▲ 구비서류의 필수항목에 대표작품 3점 사진 각 7매(여주군만 각 9매)를 제출하도록 되어있다.(광주시의 올해 명장선정계획은 7월말~8월초 공고할 예정이다)

(Slip)성형. 석고틀에 도자기 흙물을 부어서 만드는 성형방법
▲ 주입성형 (Slip)성형. 석고틀에 도자기 흙물을 부어서 만드는 성형방법
ⓒ 이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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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선정방법은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한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현장심사 또는 실기심사라는 이름으로 도자기 제작과정을 심사하며 ▲ 심사위원이 부여한 공통과제와 ▲ 명장 후보자가 선택한 자유과제를 가지고 심사한다.

현장심사에 대해 여주군과 이천시는 적시하지 않았지만 광주시가 제시한 심사기준처럼 '전문성, 예술성 및 기술적 가치 등을 종합적 평가'하는 것이 통상적인 기준이 된다.

여주군․이천시․광주시가 운영하는 현재의 도자기분야 명장제도에서는 지금까지 선정했던 대로 작품도자기 작업을 주로하는 '작가'로 불리는 도예인이 아니면 '명장'의 칭호를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실정이다.

주입성형으로 제작한 물고기 모양의 도자기 필통.
▲ 물고기필통 주입성형으로 제작한 물고기 모양의 도자기 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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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군․이천시․광주시의 도자기분야 '명장'은 종사 연수로만 보면 '동일직종에서 15년이상 장기근속한 자를 대상으로 선정'하는 '대한민국 명장'보다 더 어려운 문이 되었다.

다행히 이천시가 다양한 분야에서 명장이 나올 수 있도록 분야를 나눠 도자기 디자인 등에 종사하는 도예인도 명장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한 것은 작품도자기 제작에 종사하진 않는 많은 도예인에게 한 가닥 희망이 되고 있다.

명장 선정을 위해 제출하는 서류목록
▲ 서류목록 명장 선정을 위해 제출하는 서류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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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군이 말하는 도예명장 선정 목적처럼 '도자기의 전통문화예술을 계승․발전시키고, 도자기발전과 도예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시키려면, 작가뿐 아니라, 한여름 도자기공장의 뜨거운 가마 앞에서 땀 흘리며 3~40년 로꾸로(수동성형기)로 생활도자기를 만들고 있는 기능인에게도 명장 칭호를 줄 수 있도록 그 문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 지역 도예계 인사들의 지적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남한강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도자기, #명장, #여주군, #이천시, #광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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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에서 지역신문 일을 하는 시골기자 입니다. 지역의 사람과 역사, 문화에 대해 탐구하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이런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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