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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명 과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보는 이집트 시민들이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다시 천막을 치고 장기 농성에 돌입했다.

이집트 혁명 이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은 민주와 자유를 상징하는 이집트의 대명사가 되었다. 혁명 이후 사회의 여러 계층에서 사회에 대한 불만을 말하고 처우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타흐리르 광장으로 모여들었고 그들은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에 시위를 벌였다. 그러던 산발적 시위 양상이 지난 6월 둘째 주의 '100만인 시위' 이후 장기적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혁명 이후 사회 전반이 안정을 찾아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과도기가 길어지는 것에 시민들은 지쳐갔고, 군 최고위원회가 무바라크 정권에 대한 단죄를 확실히 하지 못하는 것을 불만스러워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6월의 '100만인 시위' 이후 타흐리르 광장의 정부 청사 앞은 아예 천막을 치고 장기적으로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거주지가 되었다. 타흐리르 광장 일대는 차량 진입이 통제되어 사실상 보행구역이 된 상태다. 지금 타흐리르 광장 앞은 이집트 시민들의 해방구다.

 

지하철 사다트(Sadat) 역에서 하차하여 지상의 타흐리르 광장으로 올라가려면 출구 앞에 서 있는 청년들에게 간단한 검색을 받아야 한다. 여권이나 학생증으로 신원을 확인하고 가방을 열어 카메라 소지 여부를 살핀다. 카메라를 빼앗는 것은 아니지만 사진 찍을 목적으로 온 것 같은 인상을 받으면 주의를 준다. 참고로, 무바라크를 권좌에서 끌어내린 1월 25일 혁명 때도 타흐리르 광장에 들어가려면 검색을 받아야 했다.

 

타흐리르 광장 주변의 패스트푸드점과 여행사들은 언뜻 보기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도록 블라인드 등으로 내부 노출을 차단한 상태다. 지난 혁명 때 일부 과격한 시민들 때문에 가게가 부서지는 등 피해를 겪은 적이 있어, 시위가 없는 평일 낮 시간에도 가게 내부가 보이지 않게 하고 있다.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이집트 국기를 파는 상인들.

시민들, 무바라크 정권에 단죄 못하는 군 최고위원회에 불만

 

18일 찾은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주황색 조끼를 입은 청년들도 눈에 띄었다. 타흐리르 광장 앞 KFC 근처에서 비상약을 구비하고 광장에 머무는 시민에게 필요한 약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빼곡히 걸린 현수막들 사이로 지난 혁명 때 죽은 사람들을 기리는 사진과 글들이 보이고, 7월 초에 약간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경찰들의 얼굴이 인쇄된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낮 시간의 타흐리르 광장은 이집트 국기를 파는 상인, 혁명 기념 티셔츠 등을 파는 사람, 노점 과일주스 상인, 장난감 행상 등을 곳곳에서 볼 수 있어 주말 공원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해질녘이 되면 정부 청사 앞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그날그날의 작은 시위를 벌인다.

 

정부 청사도 검색이 더욱 엄격해졌다. 기존에는 청사 정문에서 간단한 가방 검색만 받으면 통과할 수 있었는데, 혁명 이후로는 정문에서 가방을 사람이 직접 검색하고 여권과 앞에서 기계로 다시 한 번 검색한다. 카메라는 정문에 아예 맡기고 들어가야 한다.

 

타흐리르 광장에 있는 이집트 국립박물관도 혁명의 여파를 크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혁명 이후 관광객이 급감하여, 여느 때 같으면 박물관을 한 바퀴 두르고 있을 관광버스의 주차 행렬이 사라지고 세 시간 동안 단 석 대의 관광버스만 박물관 앞에 정차할 뿐이었다.

 

이집트 국립박물관은 지난 혁명 때 부서진 건물의 일부를 수리하고 이번 기회에 박물관 기념품관을 더욱 크게 만드는 공사를 하고 있다. 박물관의 출구를 바꾸어 외국계 기업이 운영하는 카페도 들어섰고, 관광객이 없는 것을 기회로 삼아 구석구석 새 단장하려 공사 중이다. 그러나 이집트 국립박물관 옆 여당 청사는 혁명 때 불탄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대조를 이루었다.

 

지하철 사다트 역 통로에서는 혁명 사진전이 한창이다. 지난 혁명을 사진에 담아 전시하고 있는데 사진 속 타흐리르 광장과 지금의 타흐리르 광장은 다른 듯 닮아 있다.

 

곧 라마단이 되면 시위가 주춤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시위가 장기전 양상을 띠고 있어 앞으로 이집트 시민의 시위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이 과도기라는 것을 시민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황적인 이유 외에 시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군 최고위원회에 대한 불만을 적극적으로 표출할 따름이다. 9월 총선거 이전에 군 최고위원회가 앞으로 이집트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청사진을 제공해야 할 때다.

 

 지하철 사다트 역 통로에서 열리고 있는 혁명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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