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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지? 집 옆의 산벚나무 잎에 달려있는 녀석. 애벌레인 줄 알았는데 가만히 들여다 보니 곤충의 알집인 듯하다.
▲ 이게 뭐지? 집 옆의 산벚나무 잎에 달려있는 녀석. 애벌레인 줄 알았는데 가만히 들여다 보니 곤충의 알집인 듯하다.
ⓒ 이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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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여름이다. 푹푹 찌는 습하고 더운 날씨는 바야흐로 '벌레'라고 불리는 곤충의 계절이기도 하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자리에도 너덧 마리의 파리가 왱왱거리며 혼을 빼놓는다. 저놈들을 잡고서야 이 글이 마무리되겠다. 밤에는 모기들과 빛을 쫒아 달려드는 나방들이 또 성가시게 굴 터다.

산골의 이른 아침, 문을 열고 나서면 밤새 쳐놓은 거미줄이 얼굴이며 팔뚝에 쩍쩍 달라붙곤 한다. 문만 조금 열려 있으면 마루 밑에서 기어 올라와 무시로 제 집처럼 드나드는 개미며 지네, 돈벌레, 노래기들에 벌들까지…. 한 여름의 시골살이는 그야말로 곤충들에게 포위되어 사는 형국이다.

사람 사는 집이 이 지경인데 작물들이 자라고 있는 밭이라고 무사할 리 없다. 농약이고 비료고 화학성분과는 애초에 담을 쌓아놓았으니 벌레들에겐 무풍지대나 다름없다. 이름도 알 수 없는 갖가지 애벌레와 곤충들이 나도 좀 먹고살자며 배추며 고추, 콩, 오이 가릴 것 없이 무지막지하게 덤벼든다. 머리와 입으로야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된다고 떠들어대지만 막상 맞부딪치면 하릴없이 손이 먼저 나간다.

도시에 사는 이들이 이따금 방문하게 되면 아이고 어른이고 벌레들 때문에 난리가 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이들은 개미집을 찾아 일부러 밟아죽이기 일쑤고, 어떤 여인네들은 달려드는 파리며 모기, 나방을 쫒기 위해 파리채를 손에 든 채 안절부절못한다. 나방이라도 한 마리 몸에 닿을라치면 세 옥타브쯤 높은 소리가 절로 나간다. 으아악….

벌레들은 왜 이렇게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게 된 걸까?

생김새가 혐오스러워서? 인간에게 해로워서? 더러워서? 아니면 주는 거 없이 미워서? 얼마 전에 함께 시골살이를 하는 후배가 권해준 책이 있는데 솔직히 손이 가지 않아 책꽂이에 얌전히 모셔두었다가 며칠 전부터 읽기 시작했다. 조안 엘리자베스 록이 쓴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는 책인데 나처럼 말만 번지르르한 생태주의자가 혹시 있다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글을 쓰기 전에 '벌레'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검색을 먼저 해봤다. 제일 먼저, 그리고 제일 많이 눈에 띄는 글이 벌레 퇴치 전문 업체 광고와 그 기계나 약품 광고였다. 그리고 벌레 때문에 겪게된 고충이나 퇴치방법이 숱하게 쏟아져 나왔다. 사람들이 벌레에 대해 가진 생각이란 게 대충 이럴진대, 벌레도 우리와 함께 지구를 이루고 있는 어엿한 주인이니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말하는 조안 록은 확실히 우리와는 남다른 상상력과 신념을 가진 사람임에 틀림없다.

내 생각에 조안 록은 벌레를 이해하고 이웃으로 받아들이자고 얘기하기보단 인간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이고 사악하고 못돼먹었는지를 증명하고 있는 듯했다. 인간은 확실히 이기적인 존재임에 틀림 없다. 무엇이든 자기를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한다. 이로운 것과 해로운 것의 기준도 인간이고 선함과 악함의 기준도 인간이다. 우리는 파리나 모기, 진딧물 따위를 해로움을 넘어 사악한 존재로까지 올려놓는다. 만일 인간의 이런 오만함에 기분이 몹시 상한 파리들이 어느 날 한꺼번에 몽땅 지구를 떠나버린다면? 그래서 지구에서 더 이상 지저분한 구더기와 파리도 사라져버린다면? 아, 우리의 여름은 얼마나 쾌적해질까. 과연 그럴까?

벌 다음으로 중요한 곤충, 파리

인간이 사라진 지구는 그럭저럭 굴러가겠지만 파리가 사라진 지구는 불과 얼마 못가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곤충학자들은 벌 다음으로 파리를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곤충으로 여긴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곤충을 우리는 왜 미워할까? 자꾸 얼굴이나 팔뚝에 앉아서?

파리의 역할 중 하나가 꽃가루를 옮기는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파리는 죽은 동물을 잘 썩게 해주고 많은 생물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또 파리는 다른 여러 곤충을 잡아먹기도 하는데 파리가 없으면 이런 곤충들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 동물과 식물의 균형을 깨트릴 수 있다고 한다.

파리의 애벌레인 구더기도 부모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구더기는 훌륭한 영양식으로 선주민들에겐 중요한 음식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구위의 온갖 동물의 사체나 갖가지 오물들을 분해하고 먹어치우는 청소부노릇을 하기도 할뿐더러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성분도 분비한다. 구더기가 없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야말로 쓰레기더미나 다름이 없으리란 걸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또 하나, 현대에 들어 온갖 약품이 흔해지기 전까지만 해도 구더기는 상처를 치료하는 치료사의 역할도 해왔다. 살이 썩어가는 환자의 상처에서 구더기는 괴저의 원인이 되는 세균을 먹어치울 뿐만 아니라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는 성분을 분비해 치료를 돕는다고 한다. 요즘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세균이 많아져서 다시 구더기의 효험을 보는 곳이 늘고 있다고 하니 살이 썩어 곪고 있는데 병원은 가기 싫은 분이 계시걸랑 파리 암컷과 상의하시라.

조안 록은 이 책에서 바퀴벌레와 모기, 벌, 거미, 개미 따위의 곤충을 예로 들며 인간과 곤충이 왜 서로 돕고 함께 존중받아야 하는지를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 한 예가 인간이 벌레에게 가지는 '검증되지 않은 적개심'이다. 그는 이런 적개심이 본디 우리의 마음에 내재돼 있던 것이 아니라 자라면서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배우게 되는 사회적 학습의 결과라고 보고 있다.

<스타쉽 트루퍼스><맨인 블랙><미믹>과 같은 영화나 소설에서 그려지는 곤충은 이유 없이 인간을 괴롭히는 괴물이거나, 외계인이나 악마의 지령을 받아 지구를 혼란에 빠트리는 악역이 대부분이다. 이른바 '습관적 곤충 공포증'을 반영한 출판물이나 영화가 사람들에게 곤충에 대한 근거 없는 적개심을 부추기고 있다. 기업들은 또 그것에 기대 돈을 벌고. 이런 사회적 학습에는 부모나 교사들도 한몫 거든다.

우리 집이 그런 경우다. 다리가 여럿인 돈벌레나 거미를 유난히 싫어하는 아버지 덕분에 우리 아이들도 어릴 땐 그러지 않았는데 어느 날부턴가 다리가 많은 곤충을 보면 기겁을 한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표정과 행동, 느낌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따라한다. 세상에 무서울 게 없는 아빠가 무서워하니 나도 당연히 무서워해야 한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편견처럼 무서운 게 없다. 사물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가장 무서운 적이 편견과 고정관념이 아닐까?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지고 어떤 대상을 바라본다는 건 이미 그 상대의 본질을 이해하기를 거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죽일 상황이면 죽이되 미워하진 말지니

실례합니다! 한참을 기다려도 좀처럼 모습을 보여주질 않아 실례를 무릎쓰고 살짝 한 컷.
▲ 실례합니다! 한참을 기다려도 좀처럼 모습을 보여주질 않아 실례를 무릎쓰고 살짝 한 컷.
ⓒ 이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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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이롭고 해롭고를 떠나 파리나 모기, 바퀴벌레가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사랑스러울 수야 있으랴. 농사에 해를 주는 배추흰나비애벌레에게 애써 지은 농사를 몽땅 갖다 바칠 수도 없다. (뭐 조금 나누어 줄 수야 있겠지만) 그러나 한 번쯤은 내 앞을 스치고 지나가는 저 벌레에게 내뿜는 나의 적개심이 옳은가라는 질문은 해봄직 하겠다. 곤충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나를 위해서다. 미워하는 마음과 행동은 벌레에게도 나에게도 치명적인 독이 될 테니 말이다.

며칠 전이었다. 마침 집에 아무도 없기에 조용히 책이나 보자고(늘 그러는 건 아니다. 아이들이 없을 때면 몰래 오락을 하는 때가 더 많다). 이 책을 펼쳐들었다. 머리말을 읽고 본문으로 막 들어갈 때였다. 열린 창문으로 쌍살벌 한 마리가 휙 날아들었다. 창문에 붙어있던 놈이 갑자기 내 휠체어에 턱 날아와 앉더니 슬금슬금 다리를 타고 올라 손등에 올라앉았다. 오금이 저려왔다. 평소 같았으면 손가락으로 톡 쳐서 튕겨내던지 손을 흔들어 쫓아냈을 테지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책이 뭔가?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 아닌가.

차마 양심상 그럴 수가 없었다. 그놈은 분명 글줄이나 읽은 배운 벌이었을 게다. 그냥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상한 일이다. 내 기운이 그대로 전해졌는지 벌도 내 손등위에서 얌전히 제 앞발을 핥더니 사오 분쯤 앉아 있다가 창밖으로 다시 휙 날아가 버린다. 여름날 낮에 평화로운 마음으로 데크에 앉아 책을 보거나 명상을 하고 있을 때면 나비들이 날아와 손이나 머리에 앉아 한참을 머물다 가는 경험은 몇 번 있었지만 이런 살벌한 벌과의 교감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날 감동 엄청 먹었다.

어쩌다 집으로 들어온 곤충을 밖으로 내보내거나 죽여야 할 상황이 되면 그렇게 하시라. 죽이되 좋은 맘으로 하면 된다. 비명을 지르고 욕설을 뱉으며 저주를 내릴 것까진 없지 않은가. 좋은 맘으로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건네며 죽이면 벌레의 몸에 갇혀있던 벌레의 영혼이 자유롭게 풀려난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그나저나 생명 살리기 4대강 삽질에 깔려 떼죽음 당한 물속 생명들에게 사죄하는 위령제 같은 건 할 생각 없는지 청와대에 좀 물어봐야겠다. 미안함마저 없다면 참 나쁜 사람들이다. 벌레만도...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열린전북 7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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