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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9~10일) 친구들이랑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신리에 위치한 '너와마을( http://neowa.invil.org )'에 다녀왔다. 삼척시가 강원도의 전통 가옥인 너와집을 홍보하고 도시 어린이들의 농촌문화체험과 농업교육을 위해 체험 실습장과 식당, 숙박시설 등을 지역민들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계곡이 좋은 터에 정말 아담하게 지어진 10채 정도의 너와집은 전통 황토 집에 기와를 이지 않고 너와(나무 기와)를 올려서 만든 집이다. 강원도 삼척 지방의 지역 특색이 남아 있는 가옥으로 화전민들이 주로 사용하다가 거의 맥이 끊어진 것을 2002년부터 마을 형태로 복원한 것이다.
  
너와마을 주민들은 마을에 있는 너와집, 통방아, 물레방아를 활용해 도시인들이 산촌마을을 체험하도록 꾸몄다. 마을 한편에 도로가 나면서 허물게 된 너와집을 이곳으로 옮겨 왔고 손님들이 머물면서 체험할 수 있는 너와집도 여러 채 새롭게 지었다.

여기서 옛날 너와마을 주민들이 살던 모습 그대로 산골마을의 삶을 겪어볼 수 있게 했다. 또한 해발 600m이상의 육백산 자락에서 자라는 머루, 녹용, 둥굴레, 칡즙을 활용해 마을 공동의 수익사업을 벌이고 있다.

친구들과 긴 장마로 인해 집안에 머물고 있는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 장작불로 지핀 따뜻한 너와집에서 하룻밤을 묵은 다음, 식사를 하고 마을 전체를 둘러보았다.

너와마루와 끌로너와 두 종류의 와인과 오미자청을 사왔다
▲ 삼척의 너와마을에서 만드는 머루와인 너와마루와 끌로너와 두 종류의 와인과 오미자청을 사왔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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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이라 주마간산으로 마을을 본 다음, 가장 볼거리가 많다는 '너와마을영농조합법인'에서 운영하고 있는 '유기농 머루와인( http://www.유기농머루.kr )'공장을 방문했다.

포도의 조상 혹은 개량되기 이전 단계라고 생각을 하면 쉽게 이해가 되는 머루는 한국이 원산지인 낙엽활엽의 덩굴성 식물로 단풍이 아름다워 감상용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술을 담기도 하고 다소 신맛이 있으나 식용하거나 약재로 쓰인다. 건조지보다는 습기가 있고 배수가 좋은 비옥토에서 잘 자라고 내한성이 강하여 전국 어디든 표고 100~1650m에서 생육한다.

머루는 포도에 비해 5~10배 정도의 칼슘, 인, 회분, 안토시아닌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혈액순환과 장기를 튼튼하게 하는 효과는 물론 양기를 높이는 정력제다. 특히 저혈압 예방과 고지혈증, 부인병 예방과 치료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와인으로 만들어 마시기에 좋다.

지난 2008년 삼척세계소방방재장비엑스포 행사에서 각국 대사들의 만찬용 건배 행사에 쓰인 강원도 대표와인 삼척의 '끌로너와와인'
▲ 너와마을와인으로 건배 지난 2008년 삼척세계소방방재장비엑스포 행사에서 각국 대사들의 만찬용 건배 행사에 쓰인 강원도 대표와인 삼척의 '끌로너와와인'
ⓒ 너와마을영농조합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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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부터 와인을 제조하고 있는 이곳은 마을의 20여 농가가 친환경농법으로 화학 비료와 농약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머루를 모아 '약간 단맛이 나는 너와머루와인'과 '신맛이 나는 끌로너와(Clo Neowa)와인'을 연 3만병 정도 만들고 있는 곳이다.

와인을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 2009년에는 '강원와인 품평회'에서 강원도 와인 중 최고로 선정되어 금상을 수상한 '끌로너와와인'은 심사위원들로부터 맛과 향이 뛰어나다는 평을 얻었다.

오전 시간에 방문을 한 와인공장에는 김덕태 사장을 비롯한 3명의 직원들이 분주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김 사장과 인사를 하고는 우선 와인을 한잔 마시고 싶다고 했다. 우선 12% 알코올을 담고 있으며 약간 단맛이 나는 '너와머루와인'을 시음해 보았다.

시중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포도와인과는 확연히 다른 맛이다. 초등학교 5~6학년 때쯤 처음 맛본 딸기우유를 마실 때의 기억이 되살아냈다. 달콤하면서 목 넘김이 좋고, 시원함이 감돌던 딸기우유는 시골 촌놈인 나에게는 전혀 다른 감동이었다. 단맛이 나는 너와머루와인은 쌀쌀한 초 겨울날 국물이 좋은 생태찌개와 곁들여 한잔 하면 좋을 것 같은 맛이다.

난 단맛이 나는 너와마을와인과 신맛이 나는 끌로너와와인, 물을 타서 마시는 오미자청을 사왔다.
▲ 너와마을와인 난 단맛이 나는 너와마을와인과 신맛이 나는 끌로너와와인, 물을 타서 마시는 오미자청을 사왔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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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 향기를 맡고 입술로 조금씩 맛을 보고 입속에 넣어 혀로 몇 번을 굴려 전체적으로 맛을 느낀 다음 목구멍으로 넘긴다. 그리고 손바닥에 몇 방울 떨어트려 손과 코로 다시 한 번 향을 본 다음, 입술과 볼에 약간씩 바른다. 입술과 볼에 닿는 감촉도 좋은 와인이다. 몸에 좋은 한약을 한 사발 마신 기분이다. 멋진 향에 취기가 오른다.

이번에는 역시 알코올 12%의 신맛이 나는 '끌로너와(Clo Neowa)와인'을 맛본다. 태백산의 산수를 전부 담은 듯한 멋과 향이 나는 전통 와인의 신맛이 난다. 고기를 구워서 한 점씩 먹으면서 와인을 한잔 한잔 같이 하기에 좋은 맛이다. 신맛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은 것은 오크통에 담지 않고, 스테인레스통에 숙성을 시킨 때문이다. 육류를 즐기지 않는 한국인의 입맛에는 적당한 신맛이다.

현재 시판 중인 제품은 2~3년 정도 숙성 발효를 시킨 것이라 깊은 맛은 부족하지만, 나중에 물량이 많아져 4~5년 정도 된 것을 판매하게 된다면 제대로 맛이 날 것 같다. 그러나 현재의 시제품도 병을 따는 순간 코끝까지 강하게 밀려오는 머루향기가 놀라울 만큼 향이 진하다.

잔에 부어 시음을 하니, 입술을 타고 전해오는 맛과 향이 독특하고 혀를 자극하는 신맛도 좋다. 태백산의 물과 깨끗한 토양에서 길러낸 유기농 머루를 기본으로 하여, 전통 건축양식인 너와지붕과 황토로 이루어진 와인제조공장에서 저온 살균하여 빚은 와인이라서 그런지 진한 맛과 향이 강렬하다. 여름 야외 바비큐(barbecue)파티 장에서 쓰라고 추천하고 싶은 와인이다.

와인 2병과 함께 이곳 특산물 중에 하나인 오미자로 만든 오미자청을 음료수에 타서 마시기 위해 한 병 더 샀다.

집으로 돌아와 집사람이랑 저녁 식사로 약간의 고기를 굽고 와인을 한잔 했다. 고기에는 신맛이 나는 '끌로너와(Clo Neowa)'가 좋을 것 같아 병을 따고 와인을 한잔씩 했다. 입 전체를 맴도는 신맛이 고기의 향과 아울러 찬사를 자아냈다. 집사람은 "역시 고기를 안주삼아 마시는 드라이(champagnes bruts, 떫은 샴페인)한 와인 맛이 일품이군"이라며 너와마을 와인을 칭찬했다.

식사를 마치고 난 연우랑 남은 와인을 이용하여 와인목욕을 했다. 머루와인은 피부병은 물론 상처치료에도 도움이 되는 약재라 아토피가 약간 있는 연우에게는 도움이 되어 먹다 남은 와인을 이용하여 가끔 목욕을 한다. 오랜만에 연우랑 같이 한 와인목욕도 참 기분이 좋다.


태그:#삼척시 , #너와마을, #머루와인, #끌로너와 , #너와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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