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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부터 2011년 <오마이뉴스> 지역투어 '시민기자 1박2일'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이번 투어에서는 기존 '찾아가는 편집국' '기사 합평회' 등에 더해 '시민-상근 공동 지역뉴스 파노라마' 기획도 펼쳐집니다. 맛집, 관광지 등은 물론이고 '핫 이슈'까지 시민기자와 상근기자가 지역의 희로애락을 낱낱이 보여드립니다. 7월 지역투어 대구경북과 울산을 보여드립니다. [편집자말]
 따로국밥
 따로국밥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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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대구 사람들은 이열치열로 여름을 견디기 때문에 이런 날일수록 뜨끈한 걸 더 많이 먹어요. 그러니 국물음식으로 모셔도 되겠지요?

대구 향촌동에는 국밥집이 많아요. 그중 대표적인 것이 '따로국밥'이지요. 밥과 국이 따로 나온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이 음식은 '대구10미(味)' 중 하나입니다. 지금이야 어디서건 국과 밥을 따로 내주는 게 당연하지만, 옛날에는 장터국밥을 시키면 국에다 밥을 말고 숟가락까지 척 꽂아서 주는 게 일반적이었대요.

그런데 한국전쟁 때 대구로 피난 온 타지인들 중에 국밥을 시켜먹을 때 국과 밥을 따로 담아서 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고 해요. 그런 상황에서 손님들이 "밥 따로, 국 따로" 하고 주문하면서 '따로국밥'이란 이름이 자연스레 만들어졌고, 시간이 흐르면서 대구 대표음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답니다.

 따로국밥
 따로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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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로국밥
 따로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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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국밥, 선지 비린내 때문에 숟가락 들기 겁나요

어? 주문하고 30초도 안 되서 선지가 들어간 따로국밥이 나왔네요. 부추, 마늘 다진 것, 김가루도 딸려왔군요. 윽! 냄새야. 선지 비린내가 너무 심해서 숟가락 들기가 좀 겁나네요. 게다가 무슨 국이 이렇게 차갑대요? 아무리 여름이라 한들 뜨시게 먹어야 할 음식을 다 식혀서 내오다니! 양념장과 찬은 다 말라비틀어져 있고! 국 속엔 살코기는 하나도 없고 비계덩이만 둥둥 떠 있네요. 이런, 점심시간인데 손님 하나 없는 것도 뭔가 심각한데요.

에휴~ 이 더위에 먼 길 오시게 해놓고 대접이 시원찮아서 어쩌죠? 이거 말고 또 다른 대구 10미, '누른국수' 먹으러 가요. 이건 밀가루와 콩가루를 적당히 섞고 반죽해서 만든 건데요, 넓은 판 위에서 방망이로 눌러 펴서 숭숭 썰어 끓인 국수죠. 대구 삼덕동과 대명동 쪽에 누른국수로 유명한 집들이 많답니다.

여름 저녁에 어머니들이 마루에 돗자리 깔아놓고 앉아서 열심히 밀어서 만드시던 음식이죠. 더위로 지친 가족에게 콩으로 단백질을 보충시키려고 콩가루 한 줌씩 묻혀가며 방망이로 밀고 또 밀던 그 국수.

 누른국수
 누른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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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누른국수 대령이오. 대구 사람들은 국수를 굉장히 좋아해서 한때는 대구가 밀가루 소비율 전국 1위에 오를 정도였죠. 그렇게 좋아하는 밀가루에 콩가루 섞어서 누른국수를 만들어먹는 대구 사람들에게 이 음식에 대한 추억 하나쯤은 다 있어요. 이마에 구슬땀 송송 맺혀가며 어머니가 열심히 국수를 밀고 삶아내시면, 이웃에서도 다들 마실 나와서 한 그릇씩 드시던 생각이 나네요.

누른 국수를 좋아하시던 친척 아주머니가 고운 빛깔의 원피스를 입고 레이스 장갑 낀 손에 양산 쓰고 놀러온 저녁, 어머니의 국수 미는 손길은 한층 더 바빴습니다. 요즘은 직접 해 먹기도 어려워서 더 반갑고 기대가 큰 음식 누른국수. 자, 뜨끈하게 한 그릇씩 나왔네요. 옛맛 그대로인지 어디 한번 먹어보자구요.

조미료 범벅 누른국수...곁들여 나온 보리밥이 더 낫네

후룩, 후룩… 윽! 조미료를 엄청 넣었나 보네요. 완전 조미료 범벅을 넘어서서 아예 통째로 들이부었군요. 대구시에서 열심히 홍보하는 누른국수는 멸치로만 맛을 내는 건데, 멸치 국물의 구수하고 깔끔한 맛은 하나도 없이, 대체! 대체 이게 뭡니까? 옛맛을 그리워서 찾는 걸 뻔히 알면서 이런 눈속임을 하다니요!

사실 누른국수는 전통방식 그대로 하기엔 너무 제약이 많긴 해요. 멸치로만 국물을 낸다고 홍보해놨으니 더 이상의 변화나 퓨전을 막는 셈이잖아요. 게다가 자극적이고 다양한 맛에 길들여진 요즘 사람들 식성에는 좀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조미료로 맛을 내는 것도 같고요. 차라리 멸치 외에 다른 건어물로 진짜 조미료를 만들어 넣었으면 웰빙 식품으로라도 인정될 텐데 말입니다.

입에 안 맞으시면 여기 보리밥이라도 좀 드세요. 국수 양이 부족할까봐 곁들여 나오는 건데 이건 그나마 좀 괜찮네요. 잘 불려서 물기 촉촉하게 밴 꽁보리밥입니다. 자작하고 매큼하게 끓인 된장찌개를 밥에 얹어 살살 비벼 먹으면 음~ 짭쪼롬한 된장찌개가 촉촉하게 스며 있어 제법 맛있어요. 누른국수 대신 보리밥과 된장찌개를 대구10미에 넣는 게 나을 뻔했다니까요.

 된장찌개와 보리밥. 누른국수의 곁들임 음식으로서, 자작하게 끓인 된장찌개와 보리밥이 함께 나온다.
 된장찌개와 보리밥. 누른국수의 곁들임 음식으로서, 자작하게 끓인 된장찌개와 보리밥이 함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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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면시장 손칼국수가 말해주는 '누른국수의 미래'

하여간 누른국수를 보니 문득 떠오르는 음식이 있군요. 부산 서면시장 뒤쪽에 손칼국수집이 죽 늘어선 골목이 있는데요, 그 가게들 입구엔 김이 무럭무럭 나는 솥이 걸려 있고, 곁에선 아주머니들이 방망이로 국수를 밀죠. 한쪽에선 칼로 국수를 쓱쓱 썰고, 그걸 받아서 밖에 있는 솥에 국수를 쏟아 넣어서 긴 주걱으로 휘휘 저으며 삶는 거죠.

그 길을 지나던 사람들은 그 멋진 광경과 가게에 들어찬 손님들을 보며 기대감을 잔뜩 안은 채 안으로 쑥 들어갑니다. 이 집 음식은 이렇게 공들여 만들어진다는 걸 눈으로 이미 다 봤으니 일단 맛은 믿게 되는 거고, 김이 무럭무럭 나는 솥에다 국수를 훨훨 뿌려 넣으며 기다란 주걱으로 휘휘저어 건져내는 그 풍경은 일종의 에피타이저처럼 작용해서 이어서 등장한 국수를 훨씬 감칠맛 나게 해줍니다.

게다가 그곳엔 음식의 퓨전화도 굉장히 잘돼 있더군요. '칼국수' 하면 면과 국물을 들이키는 것만 연상하게 되지만 이 골목 가게들엔 뭔가 호기심을 끌만한 메뉴가 추가로 있더란 말이죠.

그중 하나가 칼국수에 채소와 양념장을 끼얹어서 비빔면처럼 만들어주는 비빔칼국수더군요. '뭐? 칼국수를 비벼서 먹는다고?' 하며 타지인들에겐 참으로 놀랍고 참신하게 느껴지는 음식인데요, 국물이 아주 조금 들어간 칼국수 위에 볶은 김치와 채소와 양념장이 뿌려져서 너무 너무 맛있더군요.

그 음식이 왜 그렇게 맛있었나 생각해보니 '음식스토리텔링'이란 답에 이르렀습니다. 아줌마들이 국수를 만들고 끓이는 과정을 손님들이 직접 눈으로 보면서 손님들 각자는 스스로 그 음식의 스토리텔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직접 먹으면서 느낀 맛이나 분위기가 음식에 덧붙여지면서 더욱 맛있는 음식으로 기억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국물칼국수라는 관점 대신 비벼먹는 칼국수라는 참신한 발상과 절대적인 맛 역시 그 음식을 오래 기억하도록 만든 것 같아요.

 누른국수
 누른국수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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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이라는 새 조미료로 향토음식 '업그레이드'

그런 의미에서 대구 누른국수도 음식스토리텔링을 새로이 정비할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국수를 직접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그 한 방법이겠고, 멸치로만 맛을 낸다는 방식에서도 조금 변화를 주어야 할 것 같아요. 무조건 전통만 고집하기보단 변화도 조금씩 받아들이자는 거죠.

이제 향토음식도 옛 모습만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경쟁력이 떨어질 것입니다. 앞서 먹었던 따로국밥은 과거 전통방식 그대로 요리하느라 비린내를 잡지 못하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그리고 누른국수의 경우 멸치만으로 국물 낸다는 전통방식에만 의지하다보니 그 맛의 여백을 메우고자 화학 조미료를 다량 투척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앞으로 두 음식이 대중들에게 더욱 사랑받으려면 관점부터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옛것 그대로'라는 생각 대신 '친숙하지만 낯선' 것을 만들려고 자꾸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방법적 과제로서 현대와 과거를 조화시키는 것입니다. 선지의 잡냄새를 잡기 위해서 현대 과학적 방법을 과감히 시도하고, 누른국수에 들어간 화학 조미료를 대체할 천연 조미료를 고심하는 것 말입니다.
 지역투어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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