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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는 인도네시아에 있는 나이키 하청업체 공장에서 노동자에 대한 학대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AP는 인도네시아에 있는 나이키 하청업체 공장에서 노동자에 대한 학대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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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여성 미라 아구스티나(30세)는 2009년 공장에 다니고 있었다. 미라 아구스티나는 몸이 아파 병가를 냈다. 의사의 진단서도 첨부했다. 그러나 돌아온 건 해고 통지였다.

미라 아구스티나는 "상사들은 발로 우리를 가리키며 개, 돼지 혹은 원숭이라고 불렀다"며 "참 끔찍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개, 돼지, 원숭이 모두 무슬림이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말이다. 인도네시아 사람은 대부분 무슬림이다.

미라 아구스티나가 일한 곳은 수카부미(수도 자카르타에서 10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나이키 신발 공장이었다. 타이완의 푸첸 그룹이 나이키로부터 하청을 받아 '컨버스 스니커즈' 신발을 만드는 곳이다.

인도네시아는 나이키의 전 세계 생산 기지 중 세 번째로 큰 곳이다(1위 중국, 2위 베트남). 인도네시아 노동자 14만 명이 나이키의 하청 공장 14곳에서 일하고 있다. 이 중 1만7000명이 네 공장에서 컨버스 신발을 만들고 있다.

푸첸이 운영하는 공장은 이 네 곳 중 규모가 가장 크다. 그러나 이곳의 최저임금은 인도네시아 평균에 못 미친다. 수카부미 공장에서는 2007년부터 나이키의 컨버스 신발을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모두 1만명으로 대부분 여성이다. 이들은 시간당 50센트(약 530원)를 받고 일하고 있다. 이 급여로는 먹을거리를 사고 합숙소 유형의 임시숙소비를 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학대를 당해도 참거나 불만 이야기하고 잘리거나

AP는 13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이 나이키 하청 공장에서 당하고 있는 학대에 대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은 미라 아구스티나만이 아니었다. 다른 여성 노동자 A는 지난해에 신발 밑창용 고무를 자르다 실수한 후 감독관에게 걷어차였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우리는 아무런 힘이 없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참고 계속 있든가, (불만을) 이야기하고 해고되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이 여성은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23세의 여성 노동자 B는 "감독관들은 우리에게 신발이나 다른 것들을 집어던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화가 나면 으르렁거리고 우리를 때린다"며 "(그걸 참는 것이) 우리가 생계를 이어가는 것의 일부"라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노동자들은 감독관에게 팔을 맞거나 긁혔다고 말했다. 이 중 한 남성 노동자는 피가 날 때까지 그렇게 당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불만을 이야기했다가 해고됐다고 말하는 노동자도 있었다.

노동자를 학대하는 나이키 공장은 푸첸이 운영하는 곳만이 아니다. 또 다른 타이완 하청업체가 자카르타 외곽에서 운영하는 PT 아마라 신발 공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이곳의 감독관은 정해진 시간에 목표량(신발 720켤레)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여성 노동자 6명을 뙤약볕에 서 있게 했다. 이 공장의 창고에서 일하는 우장 수헨디(47)는 여성 노동자 6명이 두 시간 동안 그렇게 서 있은 후, 울며 하소연한 끝에 다시 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나이키도 자체 조사를 통해 이 두 공장의 노동자들이 "심각하고 지독한" 육체적·언어적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뿐 아니라, 나이키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컨버스 신발을 생산하는 전 세계 168개의 공장 중 약 3분의 2에서 나이키가 하청업체에 요구하는 규범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중 12곳은 불법 장시간 노동을 강제한 것은 물론 노동자가 하청업체의 노동 실태를 점검하는 나이키 조사관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97곳에선 언어폭력 및 최저임금 미만의 급여 지급이 확인됐고, 6곳은 나이키의 감사를 받지 않았다.

나이키가 전 세계의 공장 1000곳에 적용되는 노동 조건 관련 규범을 만든 것은 10년 전이다. 당시 '나이키의 해외 생산 기지는 노동자가 열악한 환경에서 저임금을 강요당하는 노동착취공장(sweatshop)이며, 제3세계의 어린아이를 고용하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받자 그러한 규범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AP 보도는 나이키의 규범이 유명무실함을 드러냈다. AP는 "신발과 운동복 부문 거대 기업인 나이키가 노동착취공장에 대한 의존을 종식시키고자 10년 전 자체적으로 정한 규범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나이키 하청업체 공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노동 학대를 비판한 <올터넷>.
 인도네시아에 있는 나이키 하청업체 공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노동 학대를 비판한 <올터넷>.
ⓒ <올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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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착취공장 악명 못 벗은 나이키

미국 대안언론 <올터넷>도 13일 "노동 및 인권 활동가들이 (노동착취공장에) 항의하자 2001년 나이키는 일련의 개선책을 약속"했지만 "나이키 공장들의 다수에서 열악한 노동조건은 여전하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올터넷>은 1997년 마이클 무어가 만든 영화 <더 빅 원(The Big One)>을 상기시켰다. 마이클 무어는 나이키의 노동착취공장이 논란이 되자, 당시 나이키 CEO이던 필 나이트를 만났다. 필 나이트는 이때 나이키가 인도네시아에서 저임금 노동력을 고용하는 이유에 대해 "미국인들이 신발을 만들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한 <올터넷>은 2010년 나이키 CEO 마크 파커가 보수로 1310만 달러(약 138억 원)를 "긁어모았으며" 이는 그 전년도보다 84%나 오른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올터넷>은 이에 대해 "수카부미와 자카르타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꿈속에서나 접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에 문제가 된 하청업체 중 하나인 푸첸 그룹은 문제가 된 감독관 중 1명을 해고했지만 다른 감독관들은 그대로 일하게 하고 있다.


태그:#나이키, #인도네시아, #노동착취공장, #푸첸, #컨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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