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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생님이 아이들 대여섯 명과 함께 시골에 다녀왔단다. 마침 그 집 화장실이 재래식이었다.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이 배가 아파도 화장실에 들어가질 못했다. 결국 끙끙대다가 참을 수 없어서 논두렁과 밭두렁에다 싸고 말았다.

 

다음날이었다. 동네 어른들이 그 똥을 누가 쌌느냐며 화를 내더란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시골 인심이 그렇게 나빠졌나 생각했단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요즘 도시 아이들 똥에는 온갖 화학 물질이 너무 많이 들어 있어서, 그 똥은 땅도 못 받아들인다는 이유였다. 그야말로 도시 아이들 똥은 땅도 못 먹는다는 이야기다.

 

이는 경남대학교 사회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또 남양주시 '슬로푸드 문화원 아카데미'의 교장 선생님이기도 한 김종덕 원저의 <어린이 먹을거리 구출 대작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분의 원래 글을 녹색연합의 김단비씨가 아이들 수준에 맞게 다시 쓴 것이고, 일러스트 홍원표씨는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멋진 만화를 그려 넣었다.

 

사실 요즘 아이들은 패스트푸드, 냉동식품 그리고 인스턴트식품을 좋아한다. 학교 앞 문구점과 집 앞 슈퍼나, 대형마트에서 그것들을 맨 앞에 진열해 놓는다. 그것들은 오래 두고 먹어도 상하지 않을 것들이고, 전자레인지에 금방 데워서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바쁜 학부모들도 그것들을 손쉽게 이용한다.

 

이 책에서는 그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짚어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 부침개와 새우볶음만 해도 그렇다. 부침개에 쓰는 밀가루가 미국에서 날아올 경우, 밀가루를 하얗게 만들기 위해 엄청난 표백제를 쓰고, 배로 실어 나르는 동안 벌레가 생기지 않도록 많은 살충제를 뿌린다고 한다.

 

햄은 어떨까? 이 책에서는 그것이 어디에서 생산한 것인지, 또 어떤 부위를 쓴 것인지, 표기가 안 돼 있다고 한다. 그저 다 팔고 남은 부스러기 고기를 뭉쳐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더욱이 부침개에 쓰는 식용유도 유전자 조작 콩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유전자 조작 콩은 본래 가축의 사료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니, 놀랄 수밖에 없다. 거기에다 새우볶음에 쓰는 새우도 모두 인공 양식장에서 기른 것이고,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을 잔뜩 먹여서 수출하는 것들이라고 한다.

 

"영국 <로위트 연구소>의 푸스타이 박사가 유전자를 조작한 감자를 쥐에게 열흘 동안 먹여 봤더니, 간, 쓸개, 심장, 창자가 상하고 뇌는 줄어들고, 면역 기능은 뚝 떨어지더래요. 거대 식품 회사 <몬산토>의 비밀 실험 결과,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먹인 쥐의 콩팥이 일반 쥐보다 작고, 혈액 성분도 달라졌다는 보고가 있었고요.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 해충에도 강하고 잡초 제거에 탁월해 농약 사용을 잠깐 줄여 줄지는 몰라요. 그러나 어떤 제초제나 살충제에도 끄떡없는 슈퍼 잡초와 슈퍼 해충이 생겨나면 어쩌지요?"(35쪽)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떨까? 그런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은 외국에서만 쓰는 걸까? 아니다. 우리도 무분별하게 쓰고 있다고 한다. 요즘처럼 땀을 많이 흘리는 날 자주 먹는다는 삼계탕의 닭들이 그렇다. 옛날 시골에서는 앞마당에 닭들을 풀어서 키웠다. 하지만 지금은 작은 우리 안에 엄청나게 많은 닭들을 사육한다.

 

닭장의 닭들을 '알 낳는 기계'로 만들기 위해 24시간 불을 밝히고 있고, 한 달 안에 큰 닭으로 만들기 위해 엄청난 항생제와 성장호르몬과 각종 치료제를 주입한다고 한다. 그런 것들이 우리 아이들 몸에 들어가는 걸 생각해 보라? 얼마나 끔찍한가.

 

어디 그 뿐일까? 토마토와 참외는 뜨거운 여름철에 나오는 과일이다. 그런데도 한겨울에 슈퍼나 대형마트나 시장에도 쏟아지고 있다. 모두가 비닐 하우스로 재배하는 까닭이다. 그것은 철근과 비닐과 스티로폼으로 만든 것들이고, 땅에 묻어야 하는 것들이다. 모두가 썩지도 않는 것들이다. 게다가 석유도 팡팡 때야 높은 온도를 유지하여, 그 속에서 철지난 과일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이 책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세계보건기구(WHO)는 패스트푸드, 냉동가공식품, 인스턴트식품들이 비만, 당뇨, 암, 각종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범이라고 발표했다. 특별히 가공식품에는 트랜스지방도 문제지만, 윤활유, 접착제, 색깔과 향과 맛을 내는 각종 첨가물이 엄청나게 들어가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식품첨가물 중 타르계 색소가 문제인데, 그건 석탄에서 뽑아낸다고 한다. 그걸 동물에게 실험해봤더니 갑상선 종양과 심장질환을 일으켰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식품첨가물이 들어간 가공식품을 먹게 되면, 집중력도 그만큼 떨어지고, 폭력적인 반항아가 된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탄산음료 소비가 두 배로 증가한 1979-1980년에 학교 폭력이 시작됐다는 발표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오늘날의 학교 급식에서 그런 가공식품을 쓰는 까닭은 뭘까? 이 책에 의하면, 그것은 보관도 쉽고, 조리도 쉽고, 무엇보다도 값이 싸서 많은 이윤을 남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 우리나라도 학교 급식에 로컬 푸드를 쓰도록, 학부모와 학생들이 주체가 돼서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은 늘 병든 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유럽연합도 2009년 하반기부터 해마다 9천만 유로를 투입해 여섯 살에서 열 살까지 아이들에게 과일·채소를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어요. 가까운 지역에서 과일·채소를 직접 거둬 보면서 농촌 체험과 식생활 교육 기회도 갖고요. 저소득층 아이들일수록 신선한 과일과 채소 섭취량이 적었는데 이로써 계층 간 영양 불균형도 보완하게 됐어요."(71쪽)

 

이 책을 접하기 전, 얼마 전에 유튜브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한 외국인이 햄버거를 두 개 사서 하나는 먹고, 하나는 주머니 속에 1년간 둔 게 그것이다. 놀랍게도 1년 동안 바지 주머니에 두었던 햄버거가 썩지 않고 그대로 있었던 것이다. 방부제를 그만큼 처발랐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그걸 좋아하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며칠 전에는 청소년 성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구성애 선생의 발표가 있었다. 청소년들의 생리적 사춘기가 예전보다 훨씬 앞당겨 있고, 그것이 혼전성관계에 쉽게 노출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는 보고였다. 적어도 이 책을 통해 볼 때, 그런 흐름들은 청소년들이 즐겨 먹는 인스턴트식품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아이들의 성조숙증과 ADHD(주의력결핍증후군)과 반항적인 기질들도 실은 그것들을 청산하는 데서부터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 식탁을 바꾸는 해결책이 있을까? 앞서 지적한 바 있듯이, 학부모와 학생들이 나서서 학교 급식을 로컬 푸드로 바꾸도록 주장하고, 각 학교마다 아이들을 위한 텃밭도 만드는 게 그것이다. 그만큼 교육 당국과 학교 교장 선생님들의 생각은 중요할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는 학교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집에서도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은 베란다에 화분 텃밭을 만들고, 연립주택에 사는 이들은 공동으로 한쪽 공간에 텃밭을 만들고, 여유가 되는 집들은 주말농장을 이용해 직접 길러서 먹는 게 최고란다.

 

그리고 또 하나가 있다. 우리 아이들로 하여금 되도록 육류와 어패류는 삼가도록 하는 게 그것이다. 특별히 사육되고, 양식되는 것들은 완전히 금하도록 강조해야 한다. 그것들의 먹이사슬 끝지점이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식탁을 채소와 과일 위주로 바꾸어 주면 3-6개월 사이에 그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아이들 몸 속에 있는 더러운 피가 깨끗한 피로 바뀌게 되니, 아토피는 급속히 치료되고, 집중력도 높아져서 공부도 잘하고, 머잖아 성조숙증과 불임 증세까지도 치료된다는 것이다. 그때 되면 도시 아이들 똥도 농촌에서 곧잘 받아주지 않을까?


어린이 먹을거리 구출 대작전! - 초등학생을 위한 먹을거리 교과서

김단비 글, 홍원표 그림, 김종덕 원저, 웃는돌고래(2011)


태그:#유전자 조작 콩, #실품첨가물, #패스트푸트, #로컬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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