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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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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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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충북의 음성소방서를 찾았다. 류충 음성소방서장은 소방청장과 화재와의 전쟁 비판, 독립 소방청의 필요성 등의 소신발언을 했고, 이와 관련 소방서 내 직원들도 술렁인 터라, 어떤 이야기들이 있는지 듣고 싶었다. 오전 7시에 도착한 음성소방서 입구에 직원들 몇몇이 서 있었다. 심재훈 소방행정과장과 소방관 A, B 이렇게 세 사람과 함께 회의실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 류충 서장이 갑자기 퇴진의사를 밝히셨는데, 어떤 외압이 작용한건가?
심재훈 과장 : "서장님이 소방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뒤에 신변정리를 하는 것 같았다. 직접적인 외압이 있지는 않았다.  지난 금요일에 소방방재청 감찰팀에서 내려왔다 갔는데, 화재 사망자와 관련된 감정의뢰서 등의 문서를 가지고 갔다. 분위기가 강압적이지는 않았고 아직 사표를 낸 상태는 아니다."

- 소방서 분위기는 어떤지?
소방관 A : "중앙소방학교에 전국 소방서 과장들이 모였는데, 이번 서장님 발언에 95%가 지지한다고 들었다. 소방관이라면 소방청 독립 등에 대해서 모두 동감하지 않나 싶다. 전일 근무가 아니었는데 걱정이 돼서 소방서 회의실에서 자고 일어났다. 소방서 내 직원들은 징계나 감찰 같은 일들보다는 우리가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대신해준 서장님을 도와드릴 방법이 하나도 없어서 무척 안타까울 뿐이다. 나도 그래서 나와서 쪽잠을 잤다."

- 류충 서장은 어떤 분인지?
심재훈 과장 : "무척 강직한 분이다. 공과 사가 분명해서 힘들 때도 있다. 아래 현장 직원들에게 되도록 피해 안 주려고 본인이 공부하는 분이다. 지방분권위에서 소방사무를 기초사무로 이양하는 회의가 있을 때 서장님이 뛰어 올라갔다. 본인이 만든 팸플릿을 직접 회의 참가자들에게 나눠줬다. 그는 소방 조직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왜 사표까지 낼 생각을 했는지 어떤 이유가 있는지 나도 궁금하다."

그들은 "서장님이 더 이상 언론 인터뷰나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면서 "휴가신청을 냈고 자택에 있어 취재가 어렵다"고 전했다. '얼굴만 뵙겠다'고 설득해 자택으로 찾아갔다.

류충 서장의 자택은 외진 곳에 있었다. 보통 소방서장, 경찰서장 자택 하면 외부인사들이 찾아오기 쉬운 위치에 있는데 의외였다. 실제 가보니 자택 외부는 허름했다.

"'소방청을 소방관의 품으로'라는 지지는 계속되어야"

류충 음성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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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를 만난 류충 서장은 저간의 상황에 대해 "이런 분위기가 나올 줄 몰랐다"며 "공무원인 서장이 조직 비판을 하면 보통은 조용히 있다가 채수창 강북경찰서장처럼 파면되거나 하는데, 소방관들이 직접 나를 지지 서명해주고 누리꾼들까지 나서서 응원해주는데 많이 놀랐고 무척 고마웠고, 그들이 걱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류 서장은 "스스로 옷을 벗겠다는 이유는 한가지다, 내가 조직을 비판한 것은 정당하다 생각했기 때문에 한 것인데, 이로 인해서 우리 직원들이 조사받고 다치는 분위기가 돼서는 안 된다"며 "과거에도 파면될 때까지 해당 경찰서가 감찰을 받는 일이 있었고, 결국 파면될 때 다른사람들의 피해도 컸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내가 한 말이나 글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겠다는 것"이라며 "다른 사람들이 다치면 안 된다, 이번 조직 비판 발언에 대해서는 주위 경찰서장들이나 타부처 공무원들도 정당한 비판이라고 응원을 해준다"라고 했다.

혹시 외부 압력이 있었는지 묻자 류 서장은 "직접적인 외압은 없었다, 박연수 소방청장이 '리틀MB'라고 불린다는 기사는 봤다, 소통이 그만큼 안 된다는 얘기 아닌가"라며 "직접적인 외압보다 지인들이 전해주는 압력에 대한 얘기가 더 심적 부담이 컸다"고 밝혔다. 또 그는 "충북도 전체를 감찰한다든지, 본부장이 직접 화재와의 전쟁 관련서류를 전부 재검토하고 조금이라도 틀리면 직원들을 문책하겠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왔다"며 "나 때문에 직원들이 다치면 안 된다는 부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류 서장은 박연수 소방청장의 전문성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소방재난 성과에 대해서 종합적인 판단을 한다. 지금 소방분야는 1970~80년대처럼 불만 끄는 그런 조직이 아니다. 분석 프로그램을 만들고 화재만이 아닌 소방업무 전체를 총괄해 논리적인 분석을 한다. 박연수 청장이 소방관이 아닌 일반 행정직이다 보니 구체적인 방법을 모르고 승인 했을거다. 소방재난 분야는 전문분야고 소방관 경험이 없다 보니 과학적으로 이 분야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몰라 무조건 사망자를 줄이라는 단순한 정책을 한 것 같다."

류 서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면서 "소방관들이나 누리꾼들이 나를 이용이라도 해야 한다. 스스로 옷을 벗는다고 마음이나 옳은 것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번 화재와의 전쟁, 소방청 독립 등과 관련해 토론회가 개최된다면 언제든 갈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독립 소방청, 소방청을 소방관의 품으로라는 지지는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자택을 나오는데 류 서장의 부인이 기자를 배웅하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워낙 고집이 센 분이라… 그동안 저도 마음 고생 많았어요. 그저 모든 일이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119매거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류충, #음성소방서, #화재와의전쟁, #박연수, #소방방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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