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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우물가의 <유츄프라카치아>
 극단 우물가의 <유츄프라카치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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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츄프라카치아?"

낯설다. 처음엔 귀가 생소하다더니 이번엔 혀가 꼬인다고 난리다. 머리는 생전 듣도보도 못한 단어를 만나자 짜증을 냈다. 인터넷 검색어를 찾으니 아프리카 밀림 깊숙한 곳에서 약간의 물만으로도 살아가는 식물 이름이라고 한다.

일명 결벽증 식물이라는 부연도 있다. 한 번 만진 사람이 계속 만져줘야 살 수 있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별난 식물도 있구나 싶었다. 이를 제목 삼은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고 해서 겪은 작은 에피소드다.

지난 8일 '유츄프라카치아' 연습이 한창인 북촌아트홀을 찾았다. 그동안 정식무대만 봐오다가 이번엔 '민낯' 격인 연습무대를 보기 위함이다.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이미 연습은 시작됐다. 이 연극은 미국 남북전쟁 직후 태어나 부모님과 남동생마저 잃어버린 여주인공의 험난하고 극적인 삶을 다룬 극단 우물가의 대표작품이다.

극단 우물가의 신경혜 부대표(우측)와 리틀애니.
▲ . 극단 우물가의 신경혜 부대표(우측)와 리틀애니.
ⓒ 극단 우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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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연습에는 우물가의 부대표 신경혜씨가 연출과 연기지도, 출연 등 1인 3역을 소화하느라 분주하게 무대와 연출석을 오가고 있었다. 그녀는 극중에서 여주인공 애니를 극진히 돌보는 정신병동 간호사 '빅애니' 역을 맡았다. 

"리틀애니, 너의 유츄프라카치아야. 날마다 물을 주고 쓰다듬어 주고 그렇게 사랑을 주렴. 사랑을 주면 매일매일 살아나고 자랄거야."

빅애니가 어린 애니에게 유츄프라카치아 화분을 선물하면서 건넨 말이다. 가족의 죽음을 감내한 어린 리틀 애니는 심리적 폐쇄와 발작 증세를 번갈아 보이며 정신이 피폐해진 상태. 빅애니는 이런 리틀 애니를 사랑을 끌어안는 역할을 맡았다.

신경혜는 연출 솜씨도 뛰어나지만 연기가 예사롭지 않다. 조그만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무대를 압도하고 객석까지 충분히 전해진다. 전체 분위기를 조였다 풀었다, 관객을 울렸다 웃겼다 하는 게 능란하다. 고른 호흡과 뱃심으로 대사 전달이 완벽에 가깝다. 훈련이 잘된 배우다. 그녀의 이력이 그것을 뒷받침 했다.

극단 부대표 신경혜씨 1인 3역 척척 소화
          
그녀는 서울예술신학교를 졸업하고 극단 연희단패거리 연기트레이너를 거쳐 여러 연기아카데미에서 강사를 했다. 지금은 우물가 부대표와 연출, 연기지도를 맡고 있다. 배우들은 그녀를 '극단의 엄마'라고 표현한다. 오랜만에 탄탄하고 능청스러울 정도로 연기 잘하는 배우를 만났다.

그녀 역할이 1인 3역이라고 했지만 연출 부분을 다시 무대, 조명, 음향으로 나누면 1인 5역이 돼버린다. 연출하다 말고 자기 차례가 오면 무대 뒤로 들어갔다 무대로 나와서 연기를 하고 중간 중간 조명과 음향의 강도와 시간을 조절하면서 연습을 이끌었다. 그러면서도 지치지 않고 단원을 다독이면서 갔다.

단원들 역시 보다 멋진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면서 진지하게 연습에 임했다. 극중 나비가 날아가는 장면에서는 나비 모형을 들고 다니는 배우 숫자가 많아 그림이 않나오자 이리 저리 변형을 시도하면서 유쾌하게 웃는다. 연기지도가 들어오면 눈빛을 반짝이면서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든다. 이런 분위기는 극단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우물가는 1990년 <창녀 마리아>를 무대에 올리면서 연극을 이용한 기독교 복음의 전파를 사명으로 삼은 극단이다. <창녀 마리아>, <십자가에 달린 창녀>, 창작뮤지컬 <HE>, <겨자수프> 등 창작마임과 연극, 뮤지컬 등을 공연하는 기독교 전문극단을 표방하고 있다.  

유츄프라카치아 역시 앤 설리번의 삶에 사랑의 메타포를 이입시킨 감동적인 작품이다. 그동안 2만 여 명이 공연을 봤고 이번이 6번째 앵콜공연이다. 극중 리틀 애니는 실존 인물을 그렸다. 복합장애를 앓으면서도 세계 인물역사 일획을 그은 헬렌 켈러의 스승 앤 설리번 이야기다.

훌륭한 인물 뒤에는 반드시 그만한 스승이 있기 마련이다. 빅애니는 은유적 인물이다. 자비와 긍휼, 한없는 사랑을 가진 '존재'에 대한 일종의 메타포다. 이 연극의 가장 큰 메시지인 것이다.

서울 창덕궁 옆에 위치한 북촌아트홀에서 12일부터 오픈런으로 공연한다. 화·수 오후 8시, 금 오후 4·8시, 토·공휴일 오후 4·7시에 공연하고, 일·월·목요일은 공연이 없다.

▲ 극단 우물가의 <유츄프라카치아> 연극 <유츄프라카치아> 연습 한 장면. 빅애니가 리틀애니에게 츄프라카치아를 전하는 장면이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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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극단 우물가, #유츄프라카치아, #앤 설리번 , #헬렌 켈러, #북촌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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