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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구글은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았다. 비록 '시험서비스(베타)'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뉴미디어 전문가들조차 혀를 내두를 획기적인 신기술이었다. 키보드 없이 문서를 작성하는 '무접촉 입력'에, 손짓 하나로 메시지를 보내는 기능도 갖추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 카메라 앞의 간단한 동작만으로 고급 그래픽 작업을 수행할 수 있고, 같은 방식으로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할 수도 있다.

 

구글은 공식 사이트를 통해 이 놀라운 기술의 탄생 과정을 공개했다. 프로그래밍 작업에 앞서 '인간에 대한 근본적 이해'가 필요했다고 한다. 예컨대 키보드를 이용해 문자를 입력하는 일은 인간의 신체구조에 어울리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행위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이 깨달음을 기초로, 구글은 동작학(kinesics) 및 기호학 전문가들과 협력해 '동작언어'를 탄생시킨다. 애플은 '기술과 인문학·기초과학의 교차로'를 강조해 왔지만, 이 행복한 만남이 애플의 독점영역은 아니었던 것이다.

 

구글은 신기술의 장점을 세 가지로 설명했다. 익히기 쉽고, 작업 효율을 높이며, 자연스러운 신체 활동을 돕는다는 것이다. 무엇을 더 바랄까. 구글은 '직접 경험해 보라'며 시작 버튼을 누르라 권한다.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클릭한다. 사각 창이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로딩 중... 0%" 느리게 숫자가 올라간다. 다른 구글 서비스에 비해 시작 속도가 느리지만, 이게 보통 기술인가. 처리할 정보량이 만만치 않아서겠지. 조바심 속에 지켜보던 숫자가 100%에 도달하고, 드디어 화면이 뜨기 시작한다. 

 

"만우절 농담에 속았죠?"

 

"'지메일 모션'은 존재하지 않는 기술입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말이죠. 자, 로그인해서 이메일을 확인하시든지, 아니면 이 실없는 화면을 닫아주세요."

 

종이 이메일, 검색 돕는 음료

 

구글의 장난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작년에는 회장이 나와 회사 이름을 '토피카(Topeka)'로 바꾼다고 선언했고, 2008년에는 '이메일 시간 조작 서비스(Gmail Custom Time)'를 발표했었다. 메일을 뒤늦게 보내면서 시간 안에 도착한 것으로 위장할 수 있는 서비스다. 비록 '1년에 10번'으로 횟수를 제한하긴 했으나, 업무보고서나 과제물 마감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직장인과 학생들에게 희소식이었을 것이다.

 

인터넷 회사라고 해서 장난을 온라인 매체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 2007년 만우절에는 '종이 메일 서비스(Gmail Paper)'를 공개했었다. 고객이 이메일을 보내면 회사가 종이에 인쇄해서 배달해 준다는 것이다. 첨부파일도 걱정 없다. 사진은 고급 광택지에 인쇄한 후, 다른 문서에 클립으로 고정시켜 보내준다. 음악파일 같은 건 인쇄가 어려우니 피하는 게 좋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매수에 제한은 없다. 천 장이든, 만 장이든 원하는 대로 보내준다.

 

하지만 종이를 많이 쓰는 건 반환경적인 행위가 아닌가? '사악해지지 말자'는 사훈을 지닌 구글이 환경론자들의 타당한 우려를 무시할 리 없다. 이미 만반의 준비가 갖춰져 있다.

 

"조금도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지메일 인쇄 서비스는 96% 재생자원을 활용한 친환경 '유기농 콩종이'를 쓰기 때문입니다. 지메일 종이는 오히려 쓸수록 환경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때로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검색품질을 높이기 위해 프로그래머만 닦달할 이유는 없다. '검색전용 음료'는 어떨까? '구글 꿀꺽(Google Gulp)'이라는 '스마트 음료'는 사용자의 지능을 향상시켜, 같은 검색결과도 훨씬 효과적으로 쓸 수 있게 해 준다. 물론 상황과 구미에 맞는 다양한 맛과 색이 준비되어 있다.

 

'자유의 종'과 링컨 기념관 민영화?

 

기업들의 실없는 장난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겐 기이해 보일 것이다. 무슨 이익이 있다고 이런 짓을 하는지 말이다. 물론 '입소문 마케팅(viral marketing)'의 요소가 있는 게 사실이다. 사람의 관심을 끌 만한 흥미 있는 이야기를 퍼뜨려 회사와 제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윤 추구와 상관없는 정부나 교육기관까지 만우절 장난 대열에 끼는 걸 보면, 특정한 목적을 노리는 행위라기보다는 그저 즐기기 위한 '유희문화'로 보인다. 예컨대 1996년 만우절에 패스트푸드 체인인 '타코벨'은 주요 일간지에 전면광고를 냈다. '정부의 막대한 빚을 그냥 보고 있을 수 없어, 자유의 종을 사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임자가 바뀐 필라델피아의 '리버티 벨(자유의 종)'은 이제 '타코 리버티 벨'로 불리게 될 것이다.

 

광고가 나가자 난리가 났다. 미국의 독립과 자유를 상징하는 자유의 종이 '민영화'되어 음식체인의 홍보수단이 되다니. 본사와 전국 체인점에는 항의전화가 빗발쳤고, 종을 팔아치운 정부에도 거친 비난이 쏟아졌다. 당시 백악관 대변인 마이크 맥커리는 이렇게 해명했다.

 

"정부가 매각한 건 '자유의 종'만이 아닙니다. 링컨 기념관도 포드 계열사인 링컨-머큐리 자동차에 팔렸습니다. 이제 링컨 기념관은 링컨-머큐리 기념관으로 개칭될 것입니다."

 

이 허무맹랑한 농담을 많은 사람이 믿었다는 게 놀랍지만, 폴 로가트 로브의 말대로, '사기업의 이윤 추구 행위가 공공의 가치와 이상을 끊임없이 잠식하는 시장 만능 시대'에 '자유의 종 매각설'은 너무나 사실적으로 들렸다. 타코벨이나 정부의 의도와 무관하게, 이 만우절 농담은 통렬한 사회 풍자 기능을 수행한 셈이다.  

 

'비싸고 인기 없는 기능'에 투자하기

 

구글은 만우절 속임수의 명수지만, 이런 짓궂은 짓을 일 년에 하루만 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재미있는 걸 좋아하는 사용자나 넘치는 장난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구글에 모두 고통스러운 일이 될 테니. 구글의 크롬 웹브라우저는 비정상 종료 시 희극적인 그림과 함께 "죽었네, 짐!(He's dead, Jim!)" 메시지가 뜬다. <스타트렉>이 유행시킨 대사를 흉내 낸 것이다.

 

크롬 사용자라면 검은 안경에 중절모를 눌러 쓴 '스파이'를 목격한 일이 있을 것이다. 크롬 아이콘 위에서 오른쪽 마우스 버튼을 눌러 '새 시크릿 창(New incognito window)'을 선택하면 '스파이 모드'가 된다. 이 상태에서는 브라우저가 검색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창을 닫는 당시에 쿠키 등의 기록도 모두 사라진다. 남의 컴퓨터를 쓸 때 프라이버시 걱정을 덜 수 있는 기능으로, 말 그대로 사용자를 '비밀임무 수행 중인 스파이'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구글 서비스에 깃든 재치와 장난기를 찾으려면 끝도 없지만,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구글 검색엔진의 "운 좋은 느낌(I'm feeling lucky)" 버튼이다. 이것을 자주 쓰는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구글도 이 기능이 별로 인기가 없다는 사실을 안다. 공식 통계로도 사용자 중 1% 미만이 이 버튼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왜 이 기능을 만들어 놓은 것일까? 게다가 공짜도 아니다. 구글은 이 버튼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쓴다. 사용자가 검색어를 입력하고 '운 좋은 느낌' 단추를 누르면, 가장 관련도가 높은 사이트로 즉시 옮겨간다. 검색화면을 생략한 채, 구글이 가장 적합하다고 간주하는 웹사이트로 직접 보내주는 것이다.

 

다들 알듯, 구글은 검색화면에 뜨는 광고를 주요 수입원으로 삼는다. 사용자가 '행운' 버튼을 쓰면 광고화면을 건너뛰게 되므로, 그만큼 수입이 줄게 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연간 손실은 약 1억 1000만 달러에 이른다. 11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검색서비스를 시작한 1998년 이래로 이 버튼을 고수하고 있다.

 

구글이 이 기능을 언제까지 유지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15년 가까이 이 '비싸고 인기 없는' 버튼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놀랄 만하다. 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무모한 투자를 계속해 온 것일까?

 

돈벌이 수단? 재미!

 

본래 '운 좋은 느낌'은 검색후발주자였던 구글이 검색품질을 과시하기 위한 장치였다. 구글이 출범했을 때에는 벌써 웹크롤러, 라이코스, 알타비스타, 야후! 등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구글은 버튼 하나로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로 이동할 수 있게 해 줌으로써 우월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구글은 '행운의 단추'를 통해 이렇게 말해온 셈이다. 구글이 골라준 사이트가 당신이 원하는 정보일 가능성이 높다. 거기에 운까지 좋다면 두말할 나위 없다. 구글은 검색을 인간미 없는 '작업'에서 운을 점쳐 보는 '게임'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하지만 '운 좋은 느낌'의 기능적 목적은 오래전에 달성되었다. 구글은 이미 2002년에 야후!를 제치고 검색시장의 선두주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2003년에는 야후!의 두 배를 뛰어넘는 점유율로 시장의 절반을 집어삼켰다. 2000년대 중반에는 '구글'이 '검색하다'라는 일반동사로 옥스포드 사전과 웹스터 사전에 수록되었다. 물론 사람들 사이에 '구글하다'라는 말이 보편화된 것은 훨씬 먼저다.

 

구글은 사실상 2000년대 초부터 검색 품질이나 지배력 면에서 적수가 없었다. '차별화'나 '경쟁력'을 과시하기 위해 '행운 단추'를 유지할 필요성은 10년 전에 사라진 셈이다. 이후 이 기능은 구글의 정신을 계승하는 상징적 의미로 남게 되었다. 구글 특유의 재치, 창의력, 인간미를 드러내면서. 구글은 매년 1000억 원 이상을 투자하며 이 '의미 있는 장난'을 계속해 온 것이다.

 

한두 해만 수익이 시원찮아도 사업부 전체를 접는 한국 기업으로서는 이런 문화가 상상키 어려운 '미친 짓'으로 보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문화'란 말 다음에 자연스레 '콘텐츠'나 '상품'이 따라붙지 않는가. 우리는 돈벌이가 안 되면 뭐든 무가치한 것으로 여기는 사회에 살고 있다. 물론 돈벌이가 되면 무엇이든 가치 있는 것이 된다.

 

역설적이게도, 이처럼 '돈 밝히는 사회'가 돈을 벌 가능성은 점차 줄고 있다. 여유 있게 웃고 즐기는 곳에서 '돈이 되는'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긴, '돈 밝히는 사회'는 돈을 벌어도 웃고 즐길 만한 여유가 없으니, 어느 경우든 불행하긴 매한가지겠지만 말이다.

 

대학 도서관의 '미친 고양이', 매점의 '탄핵 사탕'

 

'유희문화'는 미국 사회 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상에서 발휘되는 작은 재치는 삶에 재미와 창의적 에너지를 공급한다. 과거에 몸담았던 주립대학의 도서관 전산시스템은 '미친 고양이(MadCat)'였고, 매점 계산대에는 '탄핵 사탕'을 올려놓고 팔았다. 뚜껑에는 재임 중이던 부시 대통령이 쫓겨나는 모습과 "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푯말이 그려져 있었다.

 

복숭아향이 나는 이 박하사탕 이름은 '임피치민트(Impeachmints)'. '탄핵'을 뜻하는 '임피치먼트(impeachment)'에 복숭아의 '피치(peach)'와 박하의 '민트(mint)'를 결합한 탁월한 작명이다. 함께 놓여 있던 자매품 '반기득권 사탕(Anti-Establish Mints)'도 인기품목이었다. 이처럼 재치와 장난기는 탈권위·탈위계의 토양에서 자란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 혁명을 일으킬 수 있던 이유는 당시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통신사의 권위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아이폰 이전만 해도 전화의 기능과 형태를 결정하던 사람은 통신회사 간부들이었다. 잡스는 자기 주장만 하고 남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던 통신사 임원들을 '터진 주둥이들'이라고 비판하면서, 아이폰 독점판매권을 미끼로 에이티앤티(AT&T)사로부터 '개발과정에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스스로 권위를 무시하는 잡스가 부하직원에게 권위를 내세울 수는 없는 일이다. 일에 관해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잡스지만, 직원들과 관계를 맺을 때는 철저히 수평적 관계를 고수한다. 특히 잡스가 주관하고 전 직원이 참여하는 '커뮤니케이션 미팅'은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가는 장으로 유명하다.

 

이 회의에 참석한 애플 직원에 따르면, 잡스는 5분 정도 회사의 상황과 본인의 의견을 피력하고 직원들로부터 즉석에서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이 시간에는 '은퇴계획이 있느냐'는 민감한 질문부터, '지진이 나면 어떻게 하느냐'는 엉뚱한 질문까지 온갖 질문이 쏟아져 나오는데, 잡스는 모든 질문에 성의껏 답한다. 물론 이 '창의적' 질문에는 창의적 답변을 예상할 수 있다. 잡스는 두 번째 '지진' 질문에 '무조건 뛰어라(Just run)'고 답해 폭소를 자아냈다.

 

정부만 웃지 않는 코미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최근 개인 트위터 계정을 임의로 차단해 조롱거리가 되었다. '2MB18nomA'이라는 트위터가 욕설을 담은 '유해정보'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는 이어서 같은 주인의 블로그도 차단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그를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그가 트위터에 "내년 총선에서 심판하자"고 쓴 글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허허 웃고 넘어갈 일에 죽자 사자 덤벼드는 걸 보면, 현 정부가 얼마나 유머감각이 없는지 알 수 있다. 대통령 눈치를 보는 사람들이 '알아서 기는' 까닭이겠지만, 대통령이라도 나서서 '내버려 두라. 그런다고 욕할 사람이 안 하겠는가' 한마디 하면 얼마나 근사하겠는가. 

 

차단조치 덕택에 그 '욕설 트위터'는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방송통신심의위가 '유해정보'를 널리 확산시킨 셈이다. 게다가 이 사건 후 '2MB18romA'나 '2MBsheepshakeit' 등 유사 아이디가 속출했다. 심지어 나조차 비슷한 이름을 지어보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니 말이다. 이런 코미디가 또 있는가.

 

어디 그뿐인가. G20 정상회담 포스터에 쥐그림을 그렸다는 이유로 공안당국까지 나섰다. 담당검사는 피고에게 징역 10개월을 구형하며 근엄히 말했다. "청사초롱을 마치 쥐가 들고 있는 것처럼 그림을 그려 넣었다. 피고는 우리 국민들과 아이들로부터 청사초롱과 번영에 대한 꿈을 강탈했다."

 

정말이지 엄숙하고 심각한 사회다. 검사가 앞의 공판문을 읽으면서 웃지 않았다는 게 놀랍지 않은가. 이 상황이 희극적이라는 사실을 정부 당국자만 모를 것이다. 본래 코미디언이 심각한 표정으로 연기할수록 관객의 즐거움은 배로 늘지 않는가.

 

정부와 공안당국이 이 사실을 알면 '진노'할지 모르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G20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부터 외국에서 조롱거리가 됐었다. 미국 풍자신문 <어니언>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없는 지도자들의 모임 G-175" 소식을 전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두 번째 순서로 꼽았다.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최약국 지도자들은 '데이스인' 여관에 모여, 세계 불평등 해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심각히 논했다 한다.

 

대통령 모독을 허하라

 

이명박 대통령이 좋아하는 부시 전 대통령도 집권 당시 '쥐'로 자주 묘사되었다. 포스터나 벽의 낙서만이 아니다. 도로의 '버스 정지(BUS STOP)' 표시가 '부시 정지(BUSH STOP)'로 바뀌기도 하고, '정차(STOP)' 안내판이 '부시 좀 말려(STOP BUSH)' 푯말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오바마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정부가 그렇게 좋아하는 미국에도 '유해 정보'는 넘쳐난다. 미국 트위터 이용자들의 험악한 아이디에 비하면 '2MB18nomA'는 차라리 함축적 시어에 가깝다.

 

대놓고 '오바마 XXX'를 외치는가 하면, 무엄하게도 대통령을 '성기'와 관련지은 아이디도 숫하다. 칭찬받을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부기관이 나서서 문제 삼거나 계정을 차단하지는 않는다. 욕설이 '유해'할지 모르나, 이를 규제하기 시작하면 표현의 자유를 해치는 훨씬 더 유해한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어차피 국민 신임을 얻지 못할 바에야, 조롱의 즐거움만이라도 허하는 게 어떨까. 구글의 예를 통해 보았듯, 농담과 웃음은 분노를 창의적 에너지로 바꾸어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재치와 창의력이야말로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원동력으로, 탁월한 고용창출 능력과 막대한 경제효과를 갖는다. '선진조국'을 코앞에 둔 마당에 대통령의 체면만 생각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선진국 문턱'을 넘을 때까지만이라도 정부는 '성질' 배출을 자제해 주시는 게 좋겠다.

 


태그:#구글, #풍자, #트위터, #이명박, #스티브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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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 교수로,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베런드칼리지)에서 뉴미디어 기술과 문화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몰락사>, <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를 썼고, <미디어기호학>과 <소셜네트워크 어떻게 바라볼까?>를 한국어로 옮겼습니다. 여행자의 낯선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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