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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판결 18번째다.
① 대학 신고식 사망, 어떤 일이 있었기에 (청주지법 6월 29일)
② 6·25때 민간인 학살한 정부 "시효 지났다"며 배상 거부? (대법원 6월 30일)
③ "서울광장 차벽봉쇄는 위헌"(헌법재판소 6월 30일)

대학신고식 음주 사망사고, 주최자 처벌은?

30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간동안 소주 2병 정도의 양을 마신 C양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30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간동안 소주 2병 정도의 양을 마신 C양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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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모 대학 2학년 복학생들인 A, B씨 등은 1학년 후배들이 인사를 잘 하지 않고 버릇이 없다는 이유로 위계질서를 잡기로 했다. 그들은 페트병(1.8리터)으로 소주를 미리 준비해놓고 대면식을 하겠다고 알렸다.

A, B씨를 포함한 2학년 19명은 후배 20여 명을 세워놓고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2학년 이름을 모두 맞히게 했다. 한번 틀릴 때마다 벌주 한 잔이 돌아갔다. 1학년 C(19·여) 양은 자판기 종이컵으로 연거푸 3잔을 마셨다. 그 후 개별적으로 2학년의 훈계 속에 1학년들이 다시 소주를 마시는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30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간동안 소주 2병 정도의 양을 마신 C양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C양은 키가 150cm가 조금 넘고 몸무게 36kg의 왜소한 체격으로, 평소 주량은 소주 2, 3잔에 불과했다. A, B씨는 1학년생에게 C양을 자취방에 옮기도록 했다. 불행하게도 C양은 다음날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사인은 과도한 음주로 인한 급성호흡부전 또는 급성심부전이었다.
 
신고식, 대면식, 선후배 상견례. 이름이 뭐건, 명목이 무엇이건 대학에서 선배가 후배를 교육한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하는 건 정당화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직접적인 폭행은 없었지만 강압적 분위기에서 술을 억지로 마시게 한 건 폭력과 다름없었다.

대면식을 주도한 A, B씨는 법적 책임을 져야했다. 두 사람에게 적용된 죄명은 과실치사다.

제267조(과실치사)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에서 과실이란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자동차 운전자는 보행자를 주의할 의무가 있고,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과실은 법에 처벌규정이 있을 때만 처벌할 수 있는데 과실치사, 과실치상, 과실교통방해죄 등이 대표적이다. 과실치사죄는 과실과 죽음이라는 결과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을 때 성립한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C양이 짧은 시간에 많은 술을 마시게 하여 의식을 잃게 하였고 응급조치를 하지 않고 피해자를 자취방에 눕혀 방치함으로써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며 A, B씨의 과실을 인정했다.

법원은 또한 "이런 과실과 C양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고, 27분간 소주 2병이 넘는 양의 술을 먹었을 때는 신체에 이상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도 예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청주지법은 6월 29일 두 사람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했다. 검찰과 A, B씨는 이 판결에 불복, 각각 항소한 상태다.

합리적인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폭력적인 문화로 젋은이들이 목슴을 잃는 일이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

"민간인 학살한 국가가 시효 완성 주장하는 건 권리남용"

[사례 2] 국민보도연맹은 좌익관련자들을 전향시킨다는 명목으로 1949년 정부가 만든 관변단체이다. 이듬해 6·25 전쟁이 일어나자 내무부는 국민보도연맹원 등을 구속하도록 지시하고, 그 뒤 계엄이 선포되어 예비검속이 진행되었다. 울산에서는 국민보도연맹원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게 된다. 군인과 경찰들이 좌익사상정도에 따라 처형자를 선별한 후, 총 10차례에 걸쳐 집단총살을 자행한 것이다. 이른바 울산국민보도연맹 사건이다. 국가는 진상을 알려달라는 유족들을 되레 처벌하거나, 희생자 합동묘를 해체하고 처형자 명부를 3급 비밀로 지정하는 등 진실을 숨겨왔다. 

사건 발생 55년 만인 2005년 유족들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에 진실 규명을 신청했고, 과거사위는 진상조사 끝에 2007년 11월 407명이 희생되었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대통령까지 공식 사과하기에 이르자 이듬해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서울중앙지법)은 2009년 유족들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으나 2심(서울고법)은 원고 전부패소 판결했다. 한마디로 "소멸시효가 지나버렸다"는 것이었다. 유족들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법의 중요한 개념 중에 시효가 있다. 어떠한 상태가 일정한 시간 계속되면 이것이 진실된 것인지를 묻지 않고 그대로 존중하겠다는 것이다. 그 중 민사의 소멸시효는 일정기간 동안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가 사라지도록 만드는 제도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전세권, 저당권의 소멸시효는 20년, 일반 채권은 10년이다. 더 짧은 것도 있다. 체불임금은 3년, 술값은 1년이 지나도록 달라고 하지 않았다면 법적으론 돌려받지 못한다. 하지만 민간인을 학살하고, 그것도 모자라 수십년간 은폐해온 국가가 소멸시효를 내세워 손해배상을 거부하는 게 타당할까. "그렇다"고 대답한 2심(서울고법)과 달리, 대법원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부담한다"면서 "유족들에게 진상을 은폐한 국가가 이제 와서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 전시 중 경찰 군인의 위법행위는 외부에서 알기 어려웠고 ▲ 따라서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든 점 ▲ 전쟁 시기에 국가가 자행한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는 통상의 법절차에 의해서는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원심을 파기했다.

앞서 서울고법은 희생자들이 사망한 1950년 8월을 기준으로 5년이 경과한 1955년 8월 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의 판결은 마치 "왜 50년 전에 국가에 배상을 청구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는 것과 같다. 반세기동안 영문도 모른 채 '빨갱이 가족'으로 살아온 유족들로서는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던 2007년 11월을 기준으로 하면 아직 시효가 남았다고 보았다. 사건이 다시 2심으로 내려간 만큼 서울고법이 파기환송심에서 좀 더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

헌재 "서울광장 차벽봉쇄는 기본권 침해"...'명박산성' 없어질까

2009년 5월 24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행사가 시위로 변질될 것을 우려해 경찰이 경찰버스로 서울광장을 에워쌌다.
 2009년 5월 24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행사가 시위로 변질될 것을 우려해 경찰이 경찰버스로 서울광장을 에워쌌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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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3]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자 전국은 추모 열기에 휩싸였다. 서울에선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에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그런데 서울광장에서 집회가 열릴 것을 우려한 경찰은 경찰차로 차벽을 만드는 방법으로 서울광장 출입을 전면 금지하였다. 그러자 시민들은 행동자유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도심에서 집회나 시위 자체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아예 벽을 쌓는 일이 종종 있다. 몇 년 전 서울 광화문에서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는 광화문 사거리에 컨테이너 장벽까지 등장했는데, 이때 '명박산성'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앞으론 이런 일이 없어질 수도 있겠다. 경찰의 차벽봉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재판관 9명중 7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왜일까.

헌재는 "일반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인 서울광장을 개별 통행하는 것은 일반적 행동자유권으로 보장된다"고 전제했다. 따라서 "불법 폭력 집회나 시위가 개최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개별적,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행해져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는 일체의 집회를 금지하고 일반시민의 통행조차 금지하는 전면적이고 광범위하며 극단적인 조치"라며 이런 조치는 "집회의 조건부 허용이나 개별 집회의 금지나 해산으로 방지할 수 없는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그런데 당시에 노 전 대통령 추모 인파가 많이 모였다거나 일부 시민들이 폭력행위를 저지른 정도로는 적당하지 않은 조치였다는 판단이다. 한마디로 과잉금지원칙으로 볼 때 기본권 침해라고 본 것이다.

헌재는 "서울광장에서의 일체의 집회는 물론 일반인의 통행까지 막은 것은 당시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였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몇군데 통로를 개설하거나 왕래가 빈번한 시간에는 통행을 허용하는 등 덜 침해적인 수단을 취할 수 있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헌법 조문을 한 번 보자.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①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②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몇가지 중요한 기준을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 목적의 정당성 ▲ 수단의 적합성 ▲ 침해의 최소성 ▲ 법익의 균형성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위헌결정으로 경찰이 집회나 시위를 불법과 폭력으로 섣불리 낙인찍어 전면금지하는 관행이나, 집회 장소 근처에서 일반 시민들의 통행마저 원천봉쇄하는 풍경이 사라질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김용국 기자는 법원공무원으로, 일반인을 위한 법률책인 <생활법률상식사전>(2010년), <생활법률해법사전>(2011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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