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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다보면 갑자기 들리는 큰 목소리에 놀라는 경우가 있다. 십중팔구는 휴대폰 통화소리다. 다른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는 이러한 행동은 모두에게 불쾌감을 준다. 일단 목소리도 시끄럽고, 나와는 관계없는 개인적인 전화통화 내용을 일일이 듣고 있어야 하는 것도 괴롭다. 지하철공사도 승객들의 불만사항을 듣고 휴대폰 에티켓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나, 큰 소리로 휴대폰을 쓰는 사람들은 좀처럼 없어지지 않고 있다.

안 들리면 수화음을 키우세요

지하철 휴대폰 에티켓 캠페인
 지하철 휴대폰 에티켓 캠페인
ⓒ 서울메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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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지하철 휴대폰 통화 소음 근절을 위해서는 물론 휴대폰을 쓰는 사람 스스로 조심해야겠지만, 근본적으로 이런 사람들은 휴대폰을 조용히 쓰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지하철에서 소리를 지르지 않고도 조용히 통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한다.

휴대폰 통화시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는 수화음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청력이 약한 노인들,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어 주변 소리가 잘 안 들리는 사람들, 혈중알콜농도가 올라가 단기적으로 청력이 떨어진 음주자들의 특징은 바로 목소리가 크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상대방의 소리가 작게 들리니까, 상대방도 자기의 목소리가 작게 들린다고 생각하고 무의식중에 자기 목소리를 크게 한다. 지하철 휴대폰 통화자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지하철은 달릴 때 소음이 많이 발생하므로 수화음이 잘 안 들린다. 결국 상대방의 목소리가 작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자기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수화음을 크게 하면 된다. 모든 휴대폰은 통화시 수화음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 보통 휴대폰 옆에 붙은 위아래 화살표 버튼 중에서 위쪽 화살표를 누르면 수화음이 커진다. 의외로 이 버튼을 모르는 사람들이 꽤 있다. 특히 휴대폰 통화 중에 버튼을 눌러본 경험이 없는 노인들이나 초보자들이 더욱 그렇다. 결국 지하철에서 상대방 목소리가 잘 안 들리는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자기 목소리를 크게 하기 전에 수화음을 크게 하여 상대방 목소리부터 크게 들리게 할 필요가 있다.

입을 가리고 말하면 1석 3조

휴대폰 옆에 붙은 화살표 버튼, 통화중 위쪽 화살표를 누르면 수화음이 커진다
 휴대폰 옆에 붙은 화살표 버튼, 통화중 위쪽 화살표를 누르면 수화음이 커진다
ⓒ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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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는, 상대방이 자기 목소리가 잘 안 들린다고 해서 자기가 목소리를 크게 높이는 경우이다. 하지만 이렇게 커진 목소리는 통화 상대방뿐만 아니라, 지하철 안의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피해를 준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입을 가리고 통화하는 게 필요하다. 왼손으로 휴대폰을 들고 뺨에 밀착시킨 뒤, 오른손으로 휴대폰 송화구와 입을 함께 가리면, 자신의 목소리가 온전하게 휴대폰으로 전달될 수 있다. 새어나가는 목소리가 줄어들어 휴대폰 상대방은 소리가 더 잘 들리고, 지하철 주변 사람들은 더 조용해진다. 소리가 새어나기지 않으므로 더 작은 목소리로 말해도 된다.

이렇게 입을 가리면 또 다른 장점들도 많다. 일단 말을 할 때 입에서 나오는 침이 다른 사람에게 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공중위생에 도움이 된다. 또한 입을 가리면 남들이 자기 말을 훔쳐 듣거나 멀리서 보면서 입술을 읽는 것이 어려워져서 (독순술(讀脣術)) 보안에 도움이 된다. 통화중에 본인의 전화번호나 주민등록번호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말해야 할 때 입을 가리는 것은 필수다.

'소곤소곤 기능' 있는 거 몰랐죠?

휴대폰의 소곤소곤 기능. 통화중에 선택할 수 있다.
 휴대폰의 소곤소곤 기능. 통화중에 선택할 수 있다.
ⓒ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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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오른손으로 필기를 한다거나 하는 이유로 손으로 입을 가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휴대폰의 '소곤소곤 기능'을 이용하면 좋다. 시중 대부분 휴대폰에는 소곤소곤 기능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말 그대로 본인이 소곤소곤 이야기를 해도 상대방이 잘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다.

보통 때보다 송화구에 들어온 소리를 더 크게 증폭시켜 상대방에서 전달시켜 주기 때문에, 조그만 목소리로 말해도 상대방에게는 크게 들린다. 지하철에서 통화를 할 때 휴대폰의 소곤소곤 기능을 켜고 통화한다면, 굳이 소리를 크게 지르지 않아도 상대방이 잘 알아들을 수 있다.

지하철은 공공장소이고, 공공장소에서는 소리가 남에게 들리지 않게 하는 것이 예의다. 용건만 간단히 하는 것도 중요하고, 전화를 꼭 해야 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게 최대한 조용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화음 크게 하기, 입 가리고 말하기, 소곤소곤 기능 이용하기의 3가지만 활용해도 지금보다 훨씬 조용하게 휴대폰을 쓸 수 있다. 모두 다 함께 남을 배려하는 지하철 휴대폰 에티켓을 지키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한우진은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 (frdb.wo.to) 운영자입니다.



태그:#휴대폰, #에티켓, #지하철, #통화, #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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