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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곡선사박물관 .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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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오락가락하면서 일기가 불순한 날들이 계속되다가 운 좋게 해가 '수면' 밖으로 나와 들숨날숨을 몰아쉬던 7월 1일. 경기도 전곡(한탄강역)에 위치한 전곡선사박물관(관장 배기동)을 찾았다. 지난 4월 25일 개관한 새내기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서울서 1호선 전철을 타고 동두천역에서 통근열차를 갈아타고 한탄강역에서 내리면 도보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다. 동대문역에서 한탄강역까진 총 1시간 20분이 소요된다. 서울 북부 창동에선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동두천역 통근열차는 매시 50분에 한 대 밖에 없기 때문에 때를 잘 맞춰야 한다. 때를 못 맞춰 시간이 남으면 에어컨(겨울엔 난방) 빵빵하고 TV까지 있는 대기실에서 기다리면 되고 출출하다 싶으면 역사 내 스낵바에서 라면, 순대, 떡볶이로 요기를 하면 된다. 역전에 음식점이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동두천역은 외곽이다. 시내는 동두천중앙역이라고 따로 있다. 참고로 스낵바 라면 국물이 시원한 게 제 맛이다.

전철과 기차로 서울서 1시간 거리... 접근도와 콘텐츠 좋아 인기   
           
동두천에서 12분만 달리면 무인역 한탄강역에 이른다. 개찰구도 없거니와 역무원도 없다. 내려서 아무렇게나 나와 우측으로 방향을 잡으면 멀리 선사박물관이 보인다. 가는 길에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이 유서 깊은 한탄강 유원지다. 여울치곤 제법 크고 물살에 세서 '한여울'이란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을 가졌다.

개관기념특별전 'Origin of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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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악기 .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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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고고학. 생소한 영역이다. 구석기 시대에는 과연 어떤 악기들이 있었을까. 나뭇가지나 풀피리 같은 것으로 만들지 않았나 추측할 뿐이다. 실물로 가장 오래된 악기는 6만7000년 된 것이란 주장은 잇지만 고고학에서 인정하는 확실한 것은 독일 가이센 클뢰스테를레 유적에서 발견된 고니의 척골로 만든 3만7000년 된 플룻이다.

소리의 발달은 인류의 진화와 맞물려 있다. 인류는 진화과정에서 구강 구조가 바뀌게 되어 많은 소리를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두뇌 발달 또한 다양한 소리를 이용해 언어와 음성음악을 만들 수있게 했다. 음악은 선사시대 이래로 '신의 소리'로 불렸다. 선사시대에는 단합과 동질성 유지가 생존을 위한 필수 적응 수단이었다. 구석기 벽화가 동굴에서 소리가 가장 잘 만들어지는 지점에 남아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번 'Origin of Music'전에는 공기울림, 몸체울림, 줄울림, 막울림 등 네 영역의 오래된 악기 수십점이 선보이고 있다.   

유원지로 들어서면 한탄강오토캠핑장이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곳을 지나 우측으로 접어들면 연천군에서 야심차게(?) 조성한 음악분수가 방문객에게 물줄기로 갖은 앙탈을 부린다.

공원 바닥은 중국산 현무암으로 조성했고 경계석은 정으로 일일이 다듬은 값비싼 화강암을 꽂아 놨다. 현무암은 어느 나라 것이든 자체가 자연유산이기 때문에 적합지 않다.

음악분수의 흥을 돋우려는 음악소리는 거대한 스피커를 통해 고막을 자극할 정도로 소란스럽게 쏟아져 나온다. 음악에 맞춰 한낮 시원스런 분수 물줄기가 이리저리 몸을 비틀어 애교를 부리지만 보는 이가 없어 애처롭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길 기원하며 박물관에 한발 더 다가선다.    
  
고개를 들자 전곡선사박물관의 웅장한(수사가 아닌 실제적 표현으로 이 말을 대신할 단어를 찾기 쉽지 않다) 자태가 한 폭의 사진처럼 서 있다. 외관은 금속성으로 볕을 반사하는 재질이지만 숲과 이질감이 없고 매우 안정적인 모습이다.

곡면 튜브(관) 형태 건물이 두 개의 언덕 위에 걸친 모양이다. 곡면과 곡선을 이용해 '날카롭고 딱딱한 구석기'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상쇄시켰다. 국제 공모를 통해 프랑스 X-TU사에  의해 설계됐는데 부부가 만들었다고 한다. 

박물관은 7만2,599㎡ 부지 위에 건축면적 5,000㎡,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졌다. 총 길이는 101m, 폭 40m, 최고 높이 6.4m의 제원. 2층 상설전시실엔 인류의 진화과정이 고스란히 복원 돼 전시 중이다. 700만년 전 사헬란트로푸수차덴시스(투마이)부터 1만 년 전 호모사피엔스(만달인)까지 14개체의 실물 모형을 볼 수 있다.

7만㎡ 부지에 길이 101m 규모의 초현대식 박물관 지어

동굴벽화실에는 루피냑, 알타미라, 쇼베, 프레르, 라스코, 꼬스케 동굴의 벽화 문양과 그림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다. 동굴벽화는 선사시대 예술가(?)들이 동굴벽과 천정 등지에 그려 놓은 그림을 말하는데, 주로 들소, 말, 사슴과 같은 야생동물과 추상적인 무양, 손바닥 찍은 그림들이다. 동굴벽화실은 벽면 질감과 조명처리를 통해 실제 동굴 같은 느낌이 나도록 했다. 

고고학체험실에는 5300년 된 얼음인간 '외찌'가 누워 있다. 외찌는 1991년 알프스에서 발견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미라다. 외찌는 2007년 외상에 의한 출혈과다로 사망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또 한번 이목을 끈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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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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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기획전시실에선 개관기념특별전인 'Origin of Music' 전이 9월 25일까지 열린다. 원시적 이미지를 주기 위해 나목 합판으로 꾸민 전시실은 나무향이 그득했다. 전시된 악기들과 전시 공간이 제대로 어울리면서 아련한 원시의 소리가 은은하게 들리는 듯한 느낌이다.

이날은 마침 '경기도박물관장의 날'이란 조촐한 행사가 열렸다. 배기동 관장이 경기도내 사립박물관장을 초대해 선사박물관과 유대를 공고히 당부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사립박물관협회 함금자 회장을 비롯해 김포다도박물관, 덕포진교육박물관,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우석헌자연사박물관, 창조자연사박물관, 한국등잔박물관, 두루뫼박물관, 단국대석주선기념박물관 등의 관장들이 참석했다.

때마침 경기도박물관장의 날, 공사립 박물관 상생 다짐

지난 개관식에 미처 참석하지 못한 박물관 관계자들을 모신 것이다. 배 관장은 "박물관은 사회에 기여하는 공간이 돼야 하며 공사립 박물관은 상생관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국대석주선기념박물관 정영호 관장은 "잘 지어진 박물관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운영의 묘'를 잘 살리길 바라며 물심양면으로 돕겠다"고 답했다.

2층에 위치한 카페테리아엔 밖이 훤히 보이는 창이 나 있다. 창밖으론 한탄강역과 철교가 보이고 유원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창을 뚫고 들어 온 볕은 하이그로시 탁자 위에서 잘게 부서져 카페테리아 천정을 수놓는다.

멀리 야외 체험장에선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엄마와 손을 잡고 노닌다. 지표 아래 수십, 수백 미터 어디메쯤 저 아이의 까마득한 선조가 누워서 흐믓해 하지 않을까 싶다. 이곳은 우리나라 역사의 발원지, 전곡 선사유적지 터 위에 세워진 전곡선사박물관이다.

"경기북부 역사문화요람으로 키울 터"
[인터뷰] 전곡선사박물관 배기동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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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기동 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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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한국전통문화학교 총장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나 홀연히 학교(한양대 문화인류학과)로 복귀한 배기동 박사가 이번에 전곡선사박물관장이 돼 우리곁에 바싹 다가 왔다.

이에 앞서 지난 3월에서 세계박물관협회(ICOM)라는 세계 최대 민간 문화단체의 한국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차관급 대학총장자리까지 올랐던 그가 경기도가 만든 일개 박물관 관장을 맡다니, 의아해 지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 전곡은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란 점을 알게 되면 전곡선사박물관의 초대관장 선임이 당연하게 느껴질 것이다.

1978년 4월 미군 병사 그렉 보웬에 의해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발견되면서 그 해 시작된 발굴 조사 초기부터 관여했다. 스승인 삼불 김원룡 교수가 이끌던 서울대에 이어 1991년부터 한양대박물관을 진두지휘하며 신발이 닳도록 현장을 누볐다.

1993년부터는 역사와 문화의 결합을 통해 유적을 널리 알리고자 구석기문화제를 연게 모태가 돼 지금은 어린이날 열리는 '전곡구석기축제'가 경기도 최대 축제 중 하나로 발전했다. 30여년을 전곡사랑에 힘을 쏟다보니 군수는 물론 지역 주민과도 제법 안면을 트고 지낼 정도다.

- 예전엔 컨테이너 박스만 덜렁 있었는데?
"박정희 대통령이 마련해 준 것이다. 보기에 초라했던지 하루는 열화당출판사 이기웅 대표 부인이 지인들과 왔다가 쌈짓돈을 만들어 주고 가기도 했다. 이후 삼성문화재단 지원금과 약간의 사비를 털어 유물전시관 면모를 갖추려고 노력했다. 이후 컨테이너를 벗어나 작은 건물을 짓고 유물전시관을 만들었다. 임근우 화백(강원대 미대 교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학부,  대학원생들의 재능기부(당시엔 노력봉사) 등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던 것이 국비 161억원, 도비 321억원 등 482억원을 들인 대형 박물관으로 지어지다니 꿈만 같다. 이곳에 산골된 삼불 선생님도 기뻐하실 것이다."

- 어떻게 운영할 예정인가?
"경기 북부 역사문화의 요람으로 만들겠다. 교육체험을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는 만큼 서울과 도내 어린 학생들 유치와 교육에 힘쓰겠다. 10월에는 개천제 행사를 열어 봄, 가을 양대 축제를 통해 박물관을 널리 알리겠다."

- 지역민들의 반응이 좋다.
"민간의 자발적 박물관 후원조직이 아슐리안회가 만들어 졌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 이번 경기도박물관장의 날에도 예닐곱분이 참석해 격려해 줬다. 지역민들이 박물관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으로 책임감도 커진다. 지역민과 연대해서 역사문화거점화를 통해 지역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유성호


태그:#전곡선사박물관, #배기동 , #경기도박물관장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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