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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가는 산행 구간 쉼터에 청설모 몇 마리가 자주 모인다. 등산객들이 던져주거나 흘린 것들을 주로 먹고 사는지 이 청솔모들은 사람 무서운 줄 모르고 사람들 가까운 거리에서 기웃거릴 때가 많다. 이런 청설모를 보며 "외래종인 청설모가 다람쥐를 잡아먹기 때문에 다람쥐를 볼 수 없다. 잡아 죽여야 한다"며 원수 보듯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아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위해 동물로 알고 있는 사람들까지 있다. 

청솔모는 외래동물이 아니에요. 오래전부터 한국에서 살아왔음에도 외래동물로 잘못 알려졌고, 지금은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며 퇴치의 대상이 되었어요. 청설모의 원래 이름은 '청서(靑鼠)'예요. 그런데 어쩌다가 청설모가 되었을까요? 청설모의 꼬리털은 아주 부드러워서 붓을 만드는데 많이 쓰였어요. 이 털을 '청서의 모(毛)'라고 불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발음하기 쉬운 '청설모'로 변했다고 해요. 학자들은 그에 따라 '청서'란 이름도 '청설모'로 변한 것이 아닐까 추측한답니다. -<다람쥐>에서

<다람쥐> 겉그림
 <다람쥐> 겉그림
ⓒ 우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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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청솔모는 다람쥐의 천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기에 이처럼 잡아 죽여야 한다며 성토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다람쥐와 청솔모는 살아가는 곳도, 살아가는 방식도, 즐겨먹는 먹이도 다르다. 그러니 둘이 충돌할 가능성은 적다. 아니 청설모가 묻어둔 먹이 덕분에 다람쥐가 살기도 한다. 게다가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외래종이 아닌 우리와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우리 토착동물이다.

<다람쥐>(우리교육 펴냄)는 재일 교포 3세가 쓴 '우리 다람쥐' 이야기다. '우리가 모르는, 진짜 우리 다람쥐'란 부제가 붙었다. 이처럼 잘못 알고 있는 것도 알려주고, 알아야 할 것도 알려준다.

특히 인상 깊게 남고 있는 것은 일제강점기 일본에 의한 한국 다람쥐들의 수난과 지난 세월 외화 벌이를 위해 상품이 되어 팔려나간 다람쥐 수난에 대한 이야기들.

일본은 '창경궁'을 '창경원'이라 낮추고, 그곳에 동물원을 만들었어요. 1909년에 세워진 조선 최초의 동물원은 일본인이 관리하는 일본의 동물원이었지요. 거기서 사육된 동물은 아주 싼 값이나 공짜로 일본에 보내졌어요. 우리나라에 살던 호랑이, 늑대, 스라소니 등의 희귀한 동물들이 산 채로 잡혀 일본으로 가게 되었어요. 현재 일본에 있는 국제보호조 따오기의 박제 52체 가운데 13체는 조선에서 가져간 것이랍니다. 다람쥐 역시 일본 동물원에 팔렸어요. 일본 오오사카시텐지동물원이 창립 70년을 맞이해 발행한 책에서는 이런 기록을 찾을 수 있었어요.

1934년/3년 전에 나카타 씨를 통해 구입
1939년 5월 18일/5마리를 0.8엔으로 구입-<다람쥐>에서

창경궁의 수난은 많이 알려졌지만, 그와 함께 수난 당한 동물들에 대해선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오오사카시텐지동물원뿐일까. 당시 일본의 수많은 동물원에서 이와 같은 식으로 한국 다람쥐들을 사고팔았을 것이라 추측한다.

광복 후에도 한국 다람쥐의 수난은 이어진다. 1960년대, 6,25로 경제를 회복한 일본에 애완동물 붐이 인다. 당시 인기가 가장 많았던 것은 한국 다람쥐. 일본 홋카이도에도 다람쥐가 살고 있었지만 당시 법으로 보호, 일반인이 함부로 키울 수 없는 동물이라 동물원과 동물 가게들이 한국 다람쥐를 수입하여 전시하거나 팔았기 때문이다.

고베시립오오지동물원이 창립 50년을 맞이해 펴낸 책에는, 1957년에 무려 148마리의 조선 다람쥐를 구입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요. 이 기록은 그 당시 다람쥐의 대량 수입이 쉽게 이루어졌고, 엄청난 수의 한국 다람쥐가 일본으로 건너왔다는 명백한 증거가 돼요. 일본인들은 조선에서 가져간 다람쥐를 일본 다람쥐와 구별하기 위해 '조선 다람쥐'라 불렀어요. 그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지금도 한국 다람쥐를 조선 다람쥐라 부른답니다.

세계에는 멸종위기에 관한 야생동물에 대한 협약이 있어요. 1973년에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국제회의에서 채택되어 '워싱턴 협약'이라고 해요. 한국은 1993년에 가입을 했고 그 뒤에야 겨우 다람쥐의 수출을 금지했답니다. 한국이 다람쥐 수출을 금지하자 일본에서는 중국애서 들여온 다람쥐가 팔리기 시작했어요. 이 가운데 밀렵으로 잡혀 온 한국 다람쥐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돼요-<다람쥐>에서

이렇게, 약 90년에 걸쳐 일본으로 건너간 우리 다람쥐들은 일본에서 오늘날 어떤 존재일까? 외래종으로 생태계를 혼란스럽게 하는지라 없애야만 하는 천덕꾸러기 신세란다. 그런데 이는 일본만의 실정이 아니다. 한국 다람쥐는 우리와 일본인들에 의해 1970년대 프랑스에도 많이 수출되었는지라 현재 파리의 공원에서도 살고 있을 정도인데, 원래 유럽에서 살지 않는 다람쥐가 유럽에서 살면서 여러 생태계 문제들이 발생, 골칫거리가 되었다나.

<다람쥐>는 다람쥐에 대한 거의 모든 것들을 다룬 책이다. 아이들 책이지만 어른들이 알아야 할 이야기들도 많아 아이와 함께 읽기에 썩 좋은 책이다. 책은 다람쥐의 생태를 비롯하여 이처럼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품화되어 이국으로 팔려나간 우리 다람쥐들의 수난사도 들려주는데, 인간의 왜곡된 동물 사랑 그 폐해와 우리 민족의 수난사가 함께 겹치고 있어서 씁쓸하고 아릿하게 읽혔다.

외에도 ▲허약한 뱀의 몸통을 물어뜯어 뱀의 몸에서 나온 액체를 몸에 바름으로써 최대의 천적인 뱀을 속인다는 이야기 ▲다람쥐가 즐겨 먹는 것으로 많이 알려진 도토리와 멧돼지의 관계 ▲개구리나 잠자리로 잡아먹는 다람쥐? ▲뱀한테도 덤비고? ▲땅속 둥지를 천적인 뱀에게 들키지 않고자 쓰는 전략 ▲청설모와 다람쥐의 먹이 공존 등 이제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준다.

나는 일본에 사는 '재일 교포'라고 했어요. 나의 할아버지는 1930년에 경상남도 진양군(오늘날의 진주시)에서 일본으로 건너왔어요. 그래서인지 나는 한국과 일본을 오간 동물들에 대해 늘 알고 싶었답니다. <황새>(우리교육), <코끼리 사쿠라>(창비)처럼 지금까지 내가 쓰고 한국에서 펴낸 책은 한국과 일본을 오간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요. 그러던 몇 해 전, 생각지 못한 놀라운 자료를 발견했어요. 거기에는 한국 다람쥐를 일본이 외국으로 보냈다고 나와 있었어요. '왜 한국에 사는 다람쥐가 일본에 의해서 외국으로 가야 했을까?'
-<다람쥐>에서

저자 김황은 '저자의 책을 우리 어린이들이 많이 접했으면', '저자의 이름과 애정을 우리 어린이들이 많이 기억했으면'의 바람이 많은 그런 저자다.

일본으로 건너간 우리의 늑대 이야기를 다룬 <우리 땅의 왕 늑대>, 일본에서 건너온 서울대공원 인기짱 코끼리 이야기인 <코끼리 사쿠라>, 멸종된 한국 황새(천연기념물 제199호) 복원을 다룬 <황새> 등. 일본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우리 동물들 이야기를 비롯하여 자연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열정이 돋보이는 책들을 주로 쓰기 때문이다.

<황새> 겉그림
 <황새> 겉그림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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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처음 알게 된 책은 <황새>(우리교육 펴냄)를 <오마이뉴스>에 소개하면서.

1971년 4월,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한국 황새 한 쌍이 국내 번식지 중 한 군데인 충청북도 음성에서 발견되었으나 3일 뒤 수컷이 밀렵꾼에게 희생. 수컷이 죽은 것도 모르고 수컷과 함께 살던 곳에서 살며 둥지를 짓고 무정란을 낳아 품는 것으로 '과부 황새'라 불린 암컷마저 1983년에 농약에 중독되어 쓰러지고 만다.

아이들의 발견으로 창경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지나 10년 뒤인 1994년 10월 30일에 죽음으로써 한국 황새는 멸종하고 만다. 이에 '한국 황새복원센터'가 설립, 멸종된 한국 황새와 같은 종인 일본 황새 한 쌍을 일본으로부터 기증받아 한국 황새 복원에 성공하게 된다. <황새>는 이 과정을 다른 책인데 자연에 대한 애정과 재일교포로써의 고국인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인상 깊게 남고 있는 책과 저자다. (아래 박스 기사 참고)

이들 책 외에 <둥지상자>, <억새밭에 둥지 짓는 풀 목수, 멧밭쥐>, <큰 집게발이 멋진 흰발농게>, <따오기야 돌아와!>, <듀공의 눈물>, <논타와 상괭이의 바다>, <부리 잘린 황새>, <세상의 모든 펭귄 이야기> 등을 썼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관심두면 좋을 것 같다.

저자 '김황'은
1960년생 재일 교포 3세인 김황은 어렸을 때 일본인 반 친구들의 따돌림 때문에 동물사육사의 꿈을 가지게 되면서 생물학을 전공한다. 반 친구들은 특별활동시간에 아이들이 제일 꺼리는 동물 돌보기 부서에 그의 이름을 써 넣었는데, 처음에는 동물 돌보는 것이 싫었지만 동물을 돌보며 아이들의 따돌림 그 위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동물사육사 시험에 응시한다. 하지만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저지당한다. 그리하여 그토록 갈망했던 동물사육사의 꿈을 접어야만 하는 아픔을 겪는다. 이런 그는 아버지의 세탁소를 물려받고자 세탁사 자격시험에 응시하나 이마저 저지 당한다. 이유는 단 하나 조선인이라는 것. 이런 아픔을 딛고 자격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는 작가를 꿈꾼다. 그리하여 현재 동화작가로 살고 있다. 그는 자연,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주제로 여러 편의 동화를 썼다. 2007년 '일본 아동 문학자협회'가 주최한 '제1회 어린이를 위한 감동 논픽션 대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황'이란 이름은 그가 2003년 1월 국적을 대한민국으로 바꾸면서 선택한 이름이다. 그런데 이름에도 아픈 사연이 있다. 항상 일본 아이들의 따돌림 속에 학교생활을 하던 그에게 어느날 한국인 친구가 나타난다. 한국말이 서툴고, 더러는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숨기기도 하는 자신과 달리 일본 아이들에게 한국인임을 떳떳이 밝히고 일본 아이들 앞에서 한국말을 서슴지 않고 쓰는 친구였다. 둘은 두터운 우정을 나누게 되고 그때부터 한국말을 열심히 배운다. 하지만 둘은 아픈 이별을 한다. 그(작가)의 부모 국적은 '조선(조총련)'. 그 친구의 국적은 대한민국. 이념과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부모에 의해 헤어지게 된다.

'김황'은 사상과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아픈 이별을 해야만 했던, 가장 좋아했던 그 한국인 친구의 이름이란다. 그 친구가 그리워서 친구의 이름인 '김황'을 선택했고 그 이름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저자에 대해 알고 있는 대략이다./김현자

덧붙이는 글 | 우리가 모르는, 진짜 우리 다람쥐-<다람쥐> l저자:김황 |그림: 김영순 |우리교육 |2011.6.15 l값:9,500원



다람쥐 - 우리가 모르는, 진짜 우리 다람쥐

김황 지음, 김영순 그림, 우리교육(2011)


태그:#다람쥐, #조선 다람쥐, #한국 다람쥐, #청설모, #우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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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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