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모델 나탈리 리
 모델 나탈리 리
ⓒ 마이클 허트

관련사진보기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알게 된 사실 한 가지. 한국에서는 백인들만 속옷을 입는다. 무슨 말이냐고? 한국사람들이 내게 '백인들은 길게 뻗은 다리와 풍만한 가슴, 그리고 또렷한 이목구비를 가졌기 때문에 서양 모델이 속옷을 입었을 때 더 보기 좋다'고 했다. 이 말은 내게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자기와 같은 나라 사람이 속옷 입은 모습을 상상하지 않는 것은 어떤 심리일까? 백인 모델들은 보기 '좋은' 모습을 타고난 것일까?

독자들은 이 수사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미의 기준이나 서양의 영향 등에 대해 지루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우리 모두는 미의 기준이 어디서 오는지 알고 있지 않나. 대신 난 여기에서 한국의 아름다움에 고유의 매력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물론 서울만 해도 수천 곳의 성형외과가 있고 얼굴 성형을 위한 '의료 관광'의 중심지가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내가 한국에 처음 온 1990년대 초보다 출연자들의 눈이 훨씬 더 커졌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제 한국사람들은 다리 길이와 두께, 상체 길이, 가슴 크기, 심지어는 머리 크기마저 걱정한다. 서울 길거리에서 화장한 남자를 보는 게 낯설지 않을 지경이다. 좋든 싫든, 한국 사람들은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쓴다. 포토샵은 일상이 되었고 공식적인 신분증 사진에도 사용될 정도다.

한국인은 한국적인 기준을 가져야 한다거나 서양적인 기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난 단지 미의 기준을 아예 잊어버리는 게 어떨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큰 눈이 항상 더 좋은 것은 아니다. 작은 눈이 한국적이거나 동양적이라서가 아니라, 작은 눈이 얼굴의 다른 부분들과 자연스럽고 심미적으로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쌍꺼풀 없는 작은 눈의 여성이 성형수술을 받아 부자연스럽고 가짜 같은 눈을 한 모습을 본 적 있을 것이다. 물론 똑같은 눈 수술이지만 자연스러운 사람도 있다. 한국 사람 중에도 선천적으로 큰 눈을 가진 사람들이 있으니까.

성형수술이 모두 나쁘다거나 모두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서 구태의연한 설교를 늘어놓으려는 것도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사람들이 빠르고 쉬운 인공적인 기술에 의지하는데 익숙해져 일반적인 보통 사람들이 설 자리가 좁아졌다는 것이다.

몸집이 작은 여성이 자신의 몸집에 맞춰 꾸미면 꽤 예뻐 보인다. 하지만 머리가 작은 모든 사람이 멋있어 보이는 것은 아니다. 때론 오히려 어색하거나 불균형해 보일 수도 있다. 또한, 키가 크다고 해서 다 모델처럼 보이는 것도 아니다. 성형수술이 난무하지만, 쌍꺼풀이 없으면서도 아름다운 눈을 여전히 찾아볼 수 있다. 여러가지 다양한 체형에 익숙한 서양인으로서 한마디 하자면, 큰 가슴이라고 해서 모두 더 나은 게 아니다.

다른 이들의 인정 이전에 스스로가 먼저 아름답다고 인식해야

많은 한국 여성들이 속옷 광고에 잘 어울릴 것 같다. 언젠가 한 모델이 잡지에서 본 속옷 광고 스타일이 좋다며 해보고 싶다고 한 적이 있다. 사진에서 눈치챌 수 있는 것처럼 그녀는 일반적인 한국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가슴이 풍만하지도 상체가 길지도 않다. 또한, 그녀의 몸매를 보정하기 위해 사진에 포토샵을 사용하지 않았다. 아름다움이란 바꾸고 보정하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보여주는가가 아닐까.

위의 사진에서는 옆에서 비추는 측광, 머리카락의 위치, 카메라 앵글, 모델의 표정, 사진을 어느 지점에서 잘라냈는지 같은 요소가 모델을 돋보이게 한다. 물론 그녀는 매력적이고 젊은 여성이지만, 매력적인 젊은 여성이라고 모든 사진이 다 멋있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 힘은 성형수술이 아니라 자신감과 표현력이다.

모든 사람을 아우를 심미적 기준을 가지고 한국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까? 튼실한 다리를 가진 덩치 있고 섹시한 여성이 과시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면? 비욘세처럼 말이다. 그런 여성들을 거리에서는 본 적 있는데 왜 TV에서는 볼 수 없는 걸까? 키 작고 아담한 소녀들이 키 큰 소녀들은 할 수 없는 소녀스럽고 귀여운 스타일을 한다면? 동양적인 특징을 두드러지게 표현하는 메이크업은 어떤가? 어색하게 숨기려 하지 말고 말이다. 난 정말로 곧게 뻗지도 않았고 길지도 않지만 멋진 다리를 거리에서 종종 본다.

어쩌면 내가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에서 자랐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서로 영향력을 주고받는 다양한 기준을 갖고 있다. 미국인들은 성형 수술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대체로 성형 수술은 개인적인 미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1960년대 '검은 것은 아름답다'(Black is Beautiful)는 운동 이후, 흑인 여성들은 스스로 존중하는 법을 배웠다. 그렇다고 지배적이던 백인의 기준을 '흰 것은 추하다'며 깔아뭉갤 필요는 없었다. 단지 우리가 잊고 있던 우리의 아름다움을 기억하도록 상기시켰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은 무도장에서 좀 더 탄력 있게 흔들기 위해 엉덩이에 지방을 주입하는 비흑인 여성도 있다. 물론 많은 흑인 여성들이 머리카락을 곧게 펴기는 하지만 사소한 일일 뿐이다. 과거에 그랬던 것과는 달리, 흑인들은 더이상 자신의 피부색을 증오하지 않는다. 이제는 할리 베리처럼 피부색이 옅은 흑인 여성도, 그레이스 존스처럼 짙은 피부의 여성도 모두 아름답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인정하기 전에, 반드시 스스로가 먼저 아름답다고 인식해야 한다. 자신이 가진 것의 소중함을 알고 그 고유의 장점을 가치 있게 평가하는 것이 비결이다. 한가지가 아니라 다양한 많은 것들이 아름다울 수 있다고, 심미적 지평을 넓혀야 한다. 그렇게 열려 있을 때야만 한국에서 더 많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외국 남성들은 한국 남성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면에서 한국여성들이 아주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한국식 미의 기준에 맞지 않은 한국 여성이 서양 남성과 함께 있는 것을 보면 한국 사람들은 한마디씩 한다. 외국인들은 진짜 한국의 아름다움을 모른다고. 하지만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이 정말 외국인일까?

(*번역: 이은별)

덧붙이는 글 | 마이클 허트 기자는 1994년 미국 브라운대를 졸업한 후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고 한국에 처음 와 제주도의 한 중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일했다. 이후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원에서 인류학으로 박사과정을 밟았으며 2002년 학위논문 연구를 위해 한국에 다시 왔다.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으며 현재는 한국에서 사진가로 활동하면서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소셜 네트워크 매거진'Yahae!를 준비하고 있다.



태그:#속옷, #백인, #서양인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