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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국내 콘텐츠업계에 백마 탄 왕자일까, '독사과'를 든 마귀할멈일까. 애플 앱스토어 운영 불공정성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전자책 유통 서비스 업체인 한국이퍼브는 지난달 20일 애플코리아를 '끼워팔기' 혐의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애플에서 자체 결제 방식(IAP; APP Purchase) 대신 외부 결제 방식을 이용했다는 이유로 아이패드용 전자책 뷰어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앱스토어 등록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30% 수수료 받으려고 애플 결제 방식 강요"... 공정위 제소

 

애플 앱스토어는 이동통신사가 모바일 콘텐츠 판매 수익 70%를 가져가고 콘텐츠 제공자(CP)는 30%만 가져가는 불합리한 수익 배분 구조를 뒤집으며 큰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아마존 킨들이나 훌루처럼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앱은 무료로 배포하고 콘텐츠 사용료는 앱 내부나 외부에서 애플 결제 방식이 아닌 자체 결제 방식으로 받고 있다. 이렇게 하면 애플에 수익 30%를 떼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애플은 지난 2월부터 전자책, 잡지, 신문, 동영상, 음악콘텐츠 등 앱 내부에서 구매가 이뤄지는 콘텐츠형 앱에 '정기구독 서비스'를 적용해 반드시 애플 전용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했다.  

 

애플은 지난해 5월에도 휴대폰 소액 결제방식을 사용한 네오위즈인터넷, 엠넷미디어, 소리바다 등 음원 서비스 앱이 애플 정책에 맞지 않는다고 삭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애플이 국내 음원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논란도 일었지만 결국 이들 앱들은 애플 전용 결제 방식으로 바꿔 재등록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한국이퍼브 전자책 뷰어 역시 앱(K-전자책)은 무료로 배포하되 전자책 구매는 알라딘, 예스24 등 외부 인터넷서점에서 이뤄진다. 지난 2월 애플 정책 변경 이전까지 아이폰용 앱을 비롯해 리디북스, 북큐브, KT 쿡북카페, 인터파크 등 다른 전자책 뷰어 앱들은 애플 결제 방식을 쓰지 않고도 앱스토어에 등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애플은 이들 앱들도 6월 말까지 애플 결제 방식을 탑재하도록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결제에도 애플 결제 방식을 사용하면 유료 앱 결제할 때와 마찬가지로 애플이 수익 30%를 수수료를 가져간다.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들은 유료 앱은 몰라도 콘텐츠 구독료까지 30%를 떼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콘텐츠 구독료까지 30% 떼면 출판사-게임업체 위축"

 

28일 오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선 애플 앱스토어 불공정성 문제를 놓고 전문가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남철 한국이퍼브 전자책사업팀장은 "슈퍼갑인 애플 정책이 일관성 있고 모든 업체에 공정하게 적용돼야 하는데 자의적 해석으로 피해 업체가 생겨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전자책을 팔면 수익 70%를 출판사에서 가져가고 30%만 남는데 애플에서 수수료 30%를 떼면 콘텐츠 유통 업체는 수익이 없어지는 셈"이라고 따졌다.

 

이용자가 만든 알람 소리를 직접 판매할 수도 있는 '정각이야'란 소리 알람 앱을 개발한 김창환 코튼인터렉티브 대표 역시 "앱스토어가 작은 개발사가 살아남는 토양을 제공한 것은 고마운 일"이라면서도 "콘텐츠 판매 수익을 애플뿐 아니라 콘텐츠 제공자하고도 나눠야 하는데 애플 쪽 수수료 30%는 너무 과도하다"고 밝혔다.

 

다만 김창환 대표는 "안드로이드폰을 통한 앱 매출이 아이폰보다 3배가 많다"면서 "안드로이드폰에선 SK텔레콤 T스토어가 애플처럼 독점적 지위를 행사하려 하고 있다"면서 애플 앱스토어만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김형진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는 "앱 내부 결제시 애플 결제 시스템 사용을 강제한 것을 두고 유럽에선 '스티브 잡스의 세금'이라고 비난하고 있다"면서 "전자책뿐 아니라 방송사, 신문사 등 온라인 콘텐츠 제공자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애플에선 백화점에서 입점료 뿐만 아니라 판매 수익도 공유한다며 30% 수수료는 당연한 몫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김 변호사는 "전자책 수익은 보통 출판사와 유통업체가 5대 5로 나누는데 (애플이 30%를 떼고) 출판사가 30%만 가져가게 되면 전자책 시장이 왜곡되거나 침체될 수 있고 중소 게임 업체 역시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을'이 뭉쳐 애플과 적정한 수수료 수준 논의해야"

 

홍진배 방통위 인터넷정책과장은 "한 번 결제로 끝나는 유료 앱 개발자들은 7대 3 배분도 환영하지만 전자책, 게임 아이템, 음원, 잡지 등 콘텐츠를 계속 업데이트해 판매하는 콘텐츠 서비스 업체들에게 30% 수수료는 너무 세다"면서 "같은 고민을 가진 '을' 업체들이 모여 '갑' 애플과 적정한 수수료 수준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홍 과장은 "이용자 처지에선 앱에서 바로 결제해 쓰고 싶은데 사업자들 관계 때문에 웹사이트에서 따로 결제하는 불편이 있다"면서 "이젠 사용자 편의도 고려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를 주최한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애플이 콘텐츠업계의 백마 탄 왕자에서 독사과를 든 마귀할멈으로 변했다"면서 "애플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재는 물론이고 법 제도적 개선 방안까지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태그:#애플, #앱스토어, #전자책,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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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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