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근 제주 강정마을 앞바다에서는 기지 공사를 하려는 해군과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몇 차례 충돌했습니다. 기지 확장 가능성, 결정해 놓고 실시하는 여론조사, 민군복합형미항의 실체, 강정마을 보호가치 외면한 군사안보 논리, 평화의 섬 지정과 동시에 군사기지를 추진하는 모순 등 10년간 끌어온 제주 해군기지사업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제주해군기지 사업의 문제점을 5회에 걸쳐 싣습니다. [편집자말]
제주해군기지 건설문제가 매우 첨예한 국면에 와있다. 주민과 시민활동가들은 연일 해군측 공사를 저지하기 위해 비상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벌써 두 달째다. 해군기지 공사가 예정된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으로 이르는 통로는 세 군데다. 이를 주민과 시민사회단체들이 밤낮으로 지키며 봉쇄 중이다. 육상에서의 공사는 사실상 봉쇄된 셈이다.

대신, 매일같이 해상에서 대치국면이 벌어지고 있다. 인근 화순항에서 제작중인 케이슨(방파제 블록단위) 투척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이뤄지는 해군측 해상 측량활동을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보트를 이용해 저지하고 있는 것이다. 높이만 30m에 이르는 거대한 케이슨 구조물이 강정 구럼비 해안에 설치되기 시작하면, 기지건설 공사는 되돌리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강정주민들과 이 곳에 상주하는 시민, 활동가들은 이를 막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지'가 아닌 '해군 전용부두'라더니

제주 해군기지 실체가 의심받고 있다. 사진은 제주해군기지 조감도.
 제주 해군기지 실체가 의심받고 있다. 사진은 제주해군기지 조감도.
ⓒ 해군

관련사진보기


제주해군기지가 공개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이다. 하지만 그 때만 해도 해군측은 제주에 건설하려는 기지가 '전략기지'가 아닌 '해군 전용부두'라고 밝혔다. 그러나 제주도민들과 제주언론은 그것이 무늬만 부두지 사실상 전략기지 아니냐는 의문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실제로 제주해군기지 건설 의혹의 시발점이 되었던 2002년 5월, 제주항에서 열린 함상토론회에서는 '전략기동함대' 건설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고, 당시 해군본부 정훈공보실도 "전략기동함대 건설은 해군의 숙원사업"이라 밝혔다.

그럼에도 해군은 2002년 7월 11일 제주도청에서 '제주도 해군부두 건설계획'이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제주지역에서 불거졌던 해군기지 구축과는 차원이 다르며 화순항에 건설 중인 민항 및 마리나 부두와 연계해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제주시민사회단체 대책위의 공개질의에 대한 답변에서도 제주해군기지는 "동해나 평택의 함대보다도 작은 규모"라고 밝혔다. 이지스함 등 구체적인 함정 배치계획도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던 해군이 2006년 들어서는 제주해군기지가 1개 기동전단급의 규모를 갖춘 전략기지라고 말을 바꿨다. 지난 2006년 12월 14일 당시 제주도의회 군사특위 설명회에서 제주에 건설계획 중인 기지가 이지스함과 잠수함 전대가 배치되는 전략기지 성격임을 최초로 밝힌 것이다.

확장 가능성 의심받는 제주해군기지

그렇다면, 해군이 제주에 건설하려는 기지는 지금의 1개 기동전단 수준이 전부일까? 지난 2004년 국방부가 국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는 이에 관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당시 국방부 자료에는 제주 화순항을 모기지로 하는 전략기동함대 계획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7천톤급 구축함(이지스함) 2척, 4천톤급 구축함 2척과 1만3천톤급 상륙함1척, 2만톤급 군수지원함 1척으로 구성되는 기동전단이 2개가 더 추가돼 3개의 기동전단체제로 전략기동함대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제주 강정마을에 건설 추진 중인 해군기지가 향후에도 얼마든지 확장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은 또 있다. 지난 2007년 동아일보와 국민일보 등은 제주해군기지에 배치되는 상륙함(LPX)이 "상륙작전용 장비뿐만 아니라, 수직 이착륙 전투기를 적재해 유사시 경 항공모함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보도를 내보낸 적이 있다. "상륙함이던 독도함을 개조해 경 항모로 바꿀 경우 호위형 구축함, 잠수함으로 이뤄진 항모 전단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2007년 3월 17일에는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이 '한국 해군 항모함대 초기형태 구비'라는 제하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여기에 2008년 11월, 국방개혁 2020 조정안에서는 제주에 새롭게 해병부대가 창설된다는 내용이 들어있음이 알려졌다. 당시 조정안은 지금의 제주해역방어사령부를 해체하는 대신, 제주기동전단을 창설하고 해병대 연평부대와 해병여단을 해체하고 제주부대를 창설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제주에 추진되는 해군기지가 이지스함과 잠수함전대 뿐만 아니라, 여단급 해병부대까지 동반한다는 것이다. 이는 해군기지가 한 번 만들어지면,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 규모와 실체가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심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핵 추진 잠수함, 크루즈 미사일 등 핵기지 우려도

강정마을 해안에 이지스함을 본뜬 최병수 화백의 설치 작품이 서있다. 이지스함을 통해 범섬이 보인다. 기지건설 예정지가 포함된 서귀포 앞바다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이다.
 강정마을 해안에 이지스함을 본뜬 최병수 화백의 설치 작품이 서있다. 이지스함을 통해 범섬이 보인다. 기지건설 예정지가 포함된 서귀포 앞바다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이다.
ⓒ 전은옥

관련사진보기


이 뿐만이 아니다. 심지어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되면 결국 '핵기지'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사고 있다. 2005년 12월 1일자 경향신문은 '핵추진 잠수함' 개발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군당국 고위관계자의 입을 빌려 "핵추진잠수함 계획은 사무실 캐비닛에 들어가 있지만, 강대국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비대칭 무기라는 점에서 언제든지 열쇠를 따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제주해군기지에 배치되는 잠수함 전대가 향후 대양해군 전략에 따라 어떻게 그 실체가 드러날지 충분히 짐작게 한다.

여기에, 지난 2006년 10월에는 정부가 우리 군이 한국형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음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 또한 제주해군기지 실체에 대한 의문을 보탰다. 당시 정부발표는 다분히 연초부터 정국을 달군 북핵 사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제주해군기지의 실체와 관련해 중요한 단서로 작용하고 있다.

당시 국내 일간지들은 이 소식을 대서특필하면서 사거리 500㎞-1000㎞-1500㎞ 능력을 갖춘, 이른바 '천룡 시리즈'라고 불리는 이 미사일이 성능면에서도 미국의 핵전술무기인 토마호크 미사일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런데 눈여겨볼 것은, 이 미사일을 '차기 중형 잠수함이나 이지스함에 장착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기지를 정밀 타격하는 전략무기로 활용할 계획'임을 덧붙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롭게 창설되는 잠수함 전대를 동반한 이지스함의 모항이 제주해군기지고, 적어도 북핵을 겨냥한 미사일이라는 점은 제주 해군기지가 핵기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사기에 충분하다.

지난 2005년에는 진해 소모도 해군기지에 미군의 핵추진 잠수함이 정박해 논란을 일으켰다. 소모도 해군기지는 진해 해군기지가 생긴 이래 지난 1990년대 초반에 추가로 20만평의 바다가 매립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될 경우의 양상을 앞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해군이 건설하려는 제주기지가 진해기지와는 또다른 대양해군 차원의 전략기동함대의 완성에 있음을 감안하면 제주해군기지는 그 모기지로서 충분히 확장을 거듭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고유기 기자는 '제주군사기지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 범도민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입니다.



태그:#해군기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