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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人口)가 화두가 된 세상이다. 저출산 때문이다. 수출은 물론 내수시장에서 물건이 잘 팔려야 기업이 먹고산다. 그런데 물건을 사 쓰는 인구가 점점 줄고 있으니 기업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게다.

우리나라처럼 법률혼 국가에서는 출산의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결혼이다. 결혼은 일단 출산을 동반한다고 봐야하기에 기업 입장에서는 결혼을 많이 하는 사회가 좋다. 2010년 혼인통계를 보면 다행스럽게도 혼인이 전년대비 1만6000건 늘었다. 

결혼은 그 자체로 내수시장 활성화에 기여한다. 웨딩산업, 혼수품, 주택, 여행상품 등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혼을 늘리면 인구증가와 이에 따른 내수활성화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때문에 최근에는 기업이 직원 결혼에 신경 쓰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먼저 저출산의 대명사였던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자. 일본은 1989년 출산율 1.57명 이었다. 이를 두고 '1.57쇼크'라고 화들짝 놀라 엔젤플랜, 신엔젤플랜, 아동육아응원플랜 등 소자화(저출산)대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그러나 한번 떨어진 출산율은 회복이 쉽지 않았고 더뎠다. 특히 결혼적령기 남녀의 만혼, 비혼 풍조까지 겹쳐 상황을 어렵게 했다.

결혼적령기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은 이유를 들여다보면 개인적인 문제보다 사회적 문제가 더 크다. 경쟁사회는 젊은이들을 '워커홀릭'으로 만들면서 연애할 시간을 앗아갔다. 기혼자 역시 강도 높은 노동으로 인해 가사나 육아 분담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자 출산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게 했다. 비정규직, 실업문제 역시 결혼을 못하게 하는 큰 장애물이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일본 경제단체 게이단렌(經團連)이 나섰다. 회원 기업들에게 직원을 일찍 귀가시키도록 협조를 구했다. 일과 가정이라는 '양 날개'가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내용이다.  

일본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아이 수)은 제1차 베이비붐이 일어난 1947년에 4.54명, 제2차 베이비붐이 일어난 1971년에는 2.16명을 각각 기록했다. 2005년에는 사상 최저치인 1.26명으로 내려갔다. 일본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아동수당까지 만들었다. 

그러자 출산율이 조금씩 올라가 2008년과 2009년에는 2년 연속 1.37명이었고 2010년은 1.39명으로 소폭 반등하기 시작했다. 후생노동성은 30대 후반이나 셋째 자녀 출산이 늘었기 때문으로 조심스레 풀이했다.

비혼·만혼으로 인구 줄어 내수시장 위협

우리나라 역시 전경련, 경총 등에서 회원기업에게 직원을 일찍 퇴근시켜 가정에 충실하거나 연애할 시간을 주라고 독려하고 있지만 '우이독경', '마이동풍'이다. 매월 셋째 주 수요일은 정시 퇴근 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패밀리데이'를 만들기까지 했지만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그리스와 함께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다. 반면 노동생산성은 하위권이다. 그리스는 최근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가까스로 모면한바 있다. 우리나라나 그리스나 직원을 오래 붙잡아 놓고 일을 시키는 것이 능사가 아니란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직원 결혼 문제를 CEO가 직접 챙기는 기업이 있어 화제다. 바로 LG디스플레이의 권영수 사장 이야기다. 권 사장은 지난해 6월부터 사내 결혼으로 맺어진 커플에 대해 극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름 아니라 자신의 에쿠스 승용차를 이용해 신혼부부를 공항까지 데려다 주는 것이다. 덜렁 차만 제공하는 게 아니다. 웨딩카답게 꽃단장하고 운전기사까지 붙여준다. 또 귀국하는 날에는 신행 집까지 데려다 주는 이른바 '풀 서비스'다.    

권 사장의 서비스 마인드는 생산성 저하와 근로 분위기 저하라는 이유 때문에 사내 연애를 금기시하는 일반적인 기업 분위기와 질적으로 다르다. 기업 리더의 배려가 직원들의 결혼을 진작시키고 수많은 가정을 만드는 데 기여한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울산은 조혼인율(인구 1천명 당 혼인건수)이 매년 가장 높은 곳이다. 통계 수치 이면은 현대자동차의 기업 문화와 맞닿아 있다. 현대자동차에 입사했으면 결혼적령기에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화목하게 사는 게 '정상'이라고 한다. 앞서 두 이야기는 기업 문화, 기업 리더의 행동이 '결혼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제는 기업이 나서서 직원 중매서야 할 때 

저출산 문제 대응책을 아무리 내놔봤자 결혼을 장려하는 방법만한 게 없다. 아니면 법률혼 제도를 포기하고 프랑스와 같이 사실혼을 인정하는 것도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아서 도입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이제는 기업이 앞장서서 직원을 결혼시키는 중매쟁이가 돼야 한다. 후생복지 차원에서 결혼정보회사 가입비를 지원하거나 이들 회사와 손잡고 단체 미팅파티를 여는 기업도 차츰 늘어가고는 있다.

그러나 결혼정보회사에 대한 긍정적 인식 부족으로 다소 소극적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결혼장려가 직원의 후생복지라는 개념에 대해선 대부분 수긍한다는 것이다. 회사가 직원 결혼까지 신경써야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먼저 업무 능률과 노동 생산성에 연관된 문제다.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선을 보거나 동호회 활동 등을 통해 이성과의 접점을 만드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회사가 중매를 서게되면 '이성찾기'에 소모되는 시간을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 근로자는 회사의 복지를 체감하게 되고 그만큼 능률로 보답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국가의 미래가 걸린 문제기 때문이다. 결혼하지 않는 사회는 저출산의 굴레를 벗어 날 수 없다. 저출산은 내수시장 축소와 이로 인한 기업환경을 악화시킨다. 기업이 어려워지면 고용시장이 불안해 지고 결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회가 된다. 이 같은 악순환이 되풀이 되면 국가의 미래가 위협받는다. 더불어 기업도 같은 위협을 받게 된다. 엄밀히 따지면 기업은 '현재'를 모면하기 위해 국가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안정된 미래를 위해 기업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특히 기혼 직원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가정 친화적 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 또 미혼 직원들에게는 결혼할 수 있는 물적, 시간적 토대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한발 더 나가자면 신규 고용을 늘려 결혼하는 사회를 조성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가장 직접적인 지원은 기업이 직접 직원 중매를 나서는 것이다. 이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결혼정보회사를 이용하면 된다. 요즘 대형 결혼정보회사들은 대부분 기업과 B2B 제휴를 맺고 가입비 할인, 미팅파티 개최 등의 혜택을 준다. 특히 100대 기업 근무자는 1차적으로 기업이 인정한 '1등 배우자감'으로 인식해 극진하게(?) 모시고 있다고 한다.

B2B 제휴는 직원이 홀로 가입하는 것 보다 비용이나 혜택 등에서 훨씬 좋은 계약조건을 끌어낼 수 있다. 이는 기업이 직원을 위한 직접적인 후생복지며 궁극적으로는 출산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업이 직원 중매를 서는 것은 결국 애국인 셈이다. 또한 결혼해서 아이 낳고 잘 사는 것 만한 애국이 없다는 결론이다.


태그:#결혼, #저출산, #중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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