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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아침에도 먼저 아랫밭에 나간 엄마를 뒤따라 나갔더니, 논물을 댄 뒤 엄마는 하우스 안에 심어놓은 상추를 따고 계셨다.

따뜻한 봄날에 상추씨를 뿌린 뒤 다시 작은 모종을 옮겨 심었는데, 요즘 어찌나 빨리 자라는지 아침 점심 저녁으로 상추쌈과 상추 겉절이로 밥을 먹는데도 따라잡지 못할 지경이다.
어렸을 적 여름 때면 열무랑 상추 등을 따다가 비닐로 보따리를 만들어 머리에 이고 손에 들고 버스를 타고 이웃 동네시장에 내다 팔아서 지겨울 만도 하지만, 엄마는 작년에 상추를 심지 않아 시장에서 사다 먹기도 불편했다며 상추씨를 다시 밭에 뿌렸다.

쌈채소인 상추에도 약을 치기 때문에, 그냥 식구들이 먹을 만큼만 심어 약을 치지 않고 따먹을 요량으로 말이다.




그런데 이 상추가 정말 아침마다 쑥쑥 자라있어 속잎을 따먹기도 힘들 지경이다. 그래서 아예 커다란 밑줄기는 한차례 훑어낸 뒤 따로 버렸는데,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비가 제대로 내린 적도 없어 가물대로 가문대도 상추는 왕성한 성장력을 과시하고 있다. 상추씨를 뿌렸던 상추들은 아예 손도 대지 못하고 포기가 지도록 내버려 둘 정도다.

그런 상추를 일일이 손으로 따주다가 엄마는 "이것 좀 보라"며 상추 잎에 난 흰줄기를 가리키며, "이건 벌레 알이니 따지마라"고 주문했다. 상추 잎 뒷면에 희미한 선이 삐뚤삐뚤 그려져 있었는데, 굴파리의 알이라고 한다.

이놈의 굴파리가 약을 치지 않은 쑥갓도 어지럽혀 모두 뽑아냈었는데, 상추까지 노리고 있는 거였다. 그렇다고 약을 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우선 상추 밑을 죄다 따줬다. 상추 하나도 이렇게 손이 많이 가고 속을 썩이니 주말에도 농부들은 편히 쉴새가 없는거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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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상추, #엄마, #굴파리, #유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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