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논에 갔다올 테니 감자꽃 좀 잘라라"
윗밭에 심어놓은 고추밭에서 정신없이 고추 밑줄기도 훑어주고 농업용 노끈으로 지지대를 둘러매주고 나니 그새 저녁때가 다 됐다.
흙묻은 바지와 장갑에서 먼지를 털털 털어내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엄마는 잠시 쉬지 않고 노끈을 잘라내던 가위로 감자꽃을 삭둑삭둑 잘라냈다.
"제가 할게요"라며 가위를 받아서는 엄마가 아랫논 논물을 보러 돌아오기 전까지 감자꽃을 잘라냈는데, 감자꽃을 따주면 감자 밑도 잘 든다고 한다.
희고 자주빛이 도는 감자꽃은 레이더처럼 감자 줄기 위로 치솟아 가위질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수더분한 감자꽃을 자르자니 맘이 편치 않았다.
그래도 감자 밑이 잘 든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 무성한 감자줄기를 헤집고 감자꽃을 일일이 잘라주었는데, 2주일 뒤 엄마가 감자에 밑이 얼마나 들었나 캐봤더니 예쁜 알감자가 호미질에 알알이 튀어나왔다.
흰나비가 날아들던 감자꽃을 따준 보람이 있었는데, 다음주 본격적으로 장맛비가 내리기 전에 감자를 캐줘야겠다. 비가 많이 오면 감자가 썩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확한 감자는 그늘에서 말리거나 저장해야 한다.
아참 감자는 암을 비롯해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고혈압, 당뇨병, 간장병, 천식 등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비타민B1, B2, B6, 나이아신, 비타민C, 인, 철, 칼슘 등등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특히 몸에 좋은 감자는 안정된 비타민C가 풍부해 열을 가해 조리를 해도 비타민C가 파괴되지 않고, 보관 중에도 별로 줄어들지 않는다고 한다. 토실토실한 햇감자를 먹는 게 바로 여름철 보양식인 거다. 피로회복제가 따로없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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